지난달 21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된 이후 국내 첫 합법적 존엄사 환자가 나왔다. 서울시 소재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소화기 계통 암으로 치료를 받던 50대 남성 환자는, 사망 약 한 달 전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했다. 이후 의료진은 임종과정에 접어든 이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보건복지부의 연명의료 시범사업 중간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2,197건, 연명의료계획서는 11건이 작성됐다.
우리 사회에서의 존엄사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의료행위를 말하며, 심장마사지, 인공호흡, 점적수액요법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연명의료라는 개념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무엇일까.
이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60대 남성이 머리를 다쳐 보라매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당시 이 환자의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워낙 상태가 위급해 의사의 판단으로 수술을 감행했다. 수술결과 이 남성은 자발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다. 이후 환자의 보호자는 병원비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허락 없이 한 수술이라며 퇴원을 요청했다. 이에 해당 병원 측은 ‘환자가 사망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보호자의 서약서를 받은 뒤 환자를 퇴원시켰다. 하지만 환자는 산소호흡기 제거 후 5분 만에 사망했고, 보호자와 의사는 기소됐다. 이에 법원은 2004년 보호자와 의사에게 각각 살인죄와 살인 방조죄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국내 의료계에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살인죄가 된다’는 선례가 되었다. 또한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강박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강요하게 만들었다.
이후 2008년, 존엄사를 합법으로 판정한 사례가 등장한다. 일명 ‘김 할머니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례다. 한 할머니가 폐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조직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검사 도중 과다출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됐다. 이에 환자의 보호자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해 달라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1·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이어졌고, 대법원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이 사건은 국내에서 존엄사를 인정한 최초의 사례가 됐다.
이 판결 이후 여론에서는 입법을 통해 존엄사를 보장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그 영향으로 올해 8월 4일, 연명의료결정법이 통과돼 지난 10월 23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시범운영 중에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구로 지정돼 시범운용을 관리하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이상우 주임연구원은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 “의사와 환자가 죽음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법안”이라며 “아직은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법으로 명문화 시킨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반발이 있다”고 전했다.
안락사와 존엄사의 차이는?
그렇다면 연명의료와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개념인 ‘안락사’와 ‘존엄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안락사란 죽음에 임박한 중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그 환자의 생명을 단축시켜 사망케 하는 것이다. 안락사 중에서도 환자의 요청에 따라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에게 약물 등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것은 ‘적극적 안락사’라고 말한다. 또한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공급이나 약물투여 등을 중단함으로써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소극적 안락사’라고 한다.
반면 존엄사란 오로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뤄지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함으로써 질병에 의한 자연적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이다.
아직은 개선이 필요하다
법안이 상정된 후 여러 번의 청문회를 거쳐 여론을 법안에 반영했지만, 아직 시범운영 단계인 만큼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먼저 환자 본인의 의지를 반영하기 어려운 경우 ‘경제적인 이유로 환자의 가족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명의료 중단 과정을 살펴보면 환자의 의식이 없을 때 가족의 동의만으로도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 의료팀 라정란 팀장은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환자인데 가족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가족이 임의로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은 보건의료 대안언론 라포르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2월부터 환자 보호자가 원하면 연명의료를 중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그런 법은 없다”며 “회복 가능한 환자에게 연명의료를 하지 않으면 위법행위로 처벌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처벌 수위가 강하다’는 점이다. 법안에는 ‘연명의료중단결정 이행의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연명의료중단결정을 이행 한 자, 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자 등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 처벌 수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형법 제268조와 비교해 지나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 ‘임종과정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의사라고 해도 회복 가능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그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법적으로 묻는다는 것은 의사들에게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여러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라정란 팀장은 “아직 시범운영 단계인 만큼 이 법안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0여만 명의 환자가 만성 질환으로 임종을 맞이한다. 이에 임종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연명의료 지속 또는 중단에 대한 결정이 사회문제로 대두됐고, 그 영향으로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윤리적.종교적.법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법 시행을 위한 제반 절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도를 보완하고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자기 결정이 존중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오준수 기자
ioh0503@cbnu.ac.kr
주민준 기자
offside0731@cbnu.ac.kr








오준수&주민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