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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이나 & 조희수
교육권과 주거권의 갈등 속 기피시설이 된 특수학교
제 933 호    발행일 :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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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은 오늘도 다른 학생보다 일찍 집을 나선다. 차를 타고 학교로 출발한지 10분 후 창문으로 B고등학교(이하 B고)가 보인다. 하지만 A군을 태운 차는 그 학교를 한참 지나 1시간이 걸리는 C고등학교(이하 C고)로 향한다. 원래 A군은 B고를 다녔지만 지금은 C고를 다니고 있다. 다리가 불편한 A군이 다녔던 B고는 특수학급과 일반학급 간 거리가 멀어 수업을 위해 교실을 오가는 것이 어려웠고, 쉬는 시간에 이동하는 데만 10분이 걸렸다. 1년 간 B고를 다녔던 A군은 학교에 이동권을 보장해주길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A군은 특수학교인 C고로 전학을 결심했다.


‘무릎호소’는 왜 철회를 외쳤을까

  지난 2015년,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의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 해가 지나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악화됐다. 2016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강서 을 후보로 출마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특수학교 건립 예정인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국립 한방병원을 짓겠다는 공약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국립 한방병원 건립을 지지하며 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지난해 9월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오랜 협의 끝에 지난 4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과 강서구 특수학교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대표가 배석한 가운데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의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건립하는 대신 인근 학교가 통폐합돼 남는 학교부지가 발생할 경우 한방병원 건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최우선으로 협조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합의문이 발표되고 하루 만에 많은 이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 5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등 관련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을 걸어 서진학교를 건립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합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강서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협조를 받는 대신 한방병원을 유치.설립하는 데 협조하기로 했다는 것이 바로 문제”라며 “합의 속 조건은 행정적.법적으로 불필요한 절차이며, 대가성 합의로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합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애학생 학부모들도 “특수학교는 결코 기피시설이 아님에도 ‘대가성 합의’를 맺어 기피시설처럼 인식되게 했다”며 “앞으로 설립 예정인 서초구와 중랑구의 특수학교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합의문에 대한 비판이 일자 지난 12일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특수학교 합의문’을 재설명하며 “합의문은 강서 특수학교의 개교 이후 지역사회 안착 지장 등의 우려로 지역 주민과의 합의 없이는 특수학교 신축 공사가 매우 곤란해지겠다는 판단이 들어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를 비롯한 단체들은 성명문을 통해 “교육감의 의지와 취지가 선의였음은 확인했으나 그럼에도 취지나 의도를 뺀 나머지 지점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강서구 주민 모두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옛 공진초등학교 부근에 거주하는 김수린(서울시 강서구·28) 씨는 “특수학생의 교육권이 보장된 이후 주민들의 주거권과 재산권이 보장돼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나 차별없이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장애학생이라고 해서 그 권리가 제한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이지훈(서울시 강서구·23) 씨는 “강서구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건립 논란은 특수학교 건립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보통 일반학교가 들어서면 교육환경이 좋아진다고 환영하면서 특수학교는 같은 교육시설인데도 기피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특수학교뿐 아니라, 특수학급도

  특수학교 건립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서울만의 일이 아니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특수학급 건립에 어려움을 겪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 제27조 1항에 따르면 고등학교 과정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 7인 이하인 경우 1학급을 설치해야 하고, 7인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청주의 S고는 학교의 여건상 지적 장애학생 D군을 위해 특수학급을 개설할 수 없다며 S고로의 전학을 희망하는 D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S고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특수교육법 위반과 장애인 차별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충북교육청은 관련 비용을 지원하겠다며 S고에 특수학급 개설을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유휴교실이 없고, 장애학생들의 이동 환경도 미비하다며 계속 난색을 표해오다 최근 입장을 바꿨다. 충북교육청은 “최근 S고가 지난 1일자로 특수학급을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D군의 가족은 이에 따라 재학 중인 학교에 전학 신청서를 제출했다. 충북교육청은 S고에 특수학급을 설치한 후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D군을 S고로 전학시킬 방침이다.
  충북장애인교육권연대 민용준 대표는 “현 특수교육법은 공립이든 사립이든 학생이나 학부모가 가고자 하는 학교로 갈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립학교는 재단이 운영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단에서 특수학급을 만들려고 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D군의 사례를 들은 홍희지(청주시 흥덕구·27) 씨는 “교육권은 우리나라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며 “장애학생도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충북교육청 및 시민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공평한 교육을 실현한 지역사회

  반면 주민들이 특수학교의 설립을 반기는 사례도 있다. 세종시 고운동에 위치한 ‘세종 누리학교’는 세종시교육청과 지역 주민이 나서서 설립을 추진해 지난 2015년 개교했다. 세종 누리학교는 유치원부터 초.중.고, 그리고 전문대 과정까지 배울 수 있다.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종 누리학교에서 전문대 과정을 마친 김선애(세종시 대평동·21) 씨는 “세종 누리학교는 장애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학교로 학교를 다니면서 장애학생이 교육받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라고 느꼈다”며 “고등학교도 세종에서 다녔는데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에서 동시에 생활을 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즐겁게 생활했다”고 전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백이경(세종시 한솔동·50) 씨는 “장애학생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를 마련하는건 당연한 것”이라며 “장애학생들이 마음 놓고 교육받을 수 있는 누리학교가 생겨 세종시민으로서 뿌듯했다”고 전했다.
  또한 충주 혜성학교도 특수학교의 좋은 사례다. 충주 혜성학교는 충주에 살지만 특수학교가 있는 제천으로 통학하는 장애학생들을 위해 건립됐다. 이 학교는 마을 주민들과 관계자들이 학교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서로의 협력을 통해 건립됐다. 충주교육청은 학부모 및 장애 교육 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충주 혜성학교가 주민들과 상생하며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충주에 거주하는 강다은(충주시 연수동·20)씨는 “장애학생들이 특수교육을 받기 위해 제천까지 통학한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고 걱정했다”며 “혜성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이 좀 더 편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전했다.

평등한 교육 실현에 가까워진 한걸음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고용노동부는 합동으로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을 2022년까지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책에 따르면 정부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청소년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신설해 일반 중.고교 발달장애 학생에게 방과 후에 하루 2시간 돌봄 서비스 바우처를 제공하고 2022년까지 특수학교를 174개 학교에서 197개 학교로 늘리고, 특수학급은 1만 325개 학급에서 1만 1,575개 학교로 1,000개 늘려 과밀학급 및 원거리 통학 문제를 해소시킬 예정이다. 앞으로의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건립의 방향에 대해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대구대 윤소영(특수교육과·18) 학생은 “현재 특수교육이 지향하는 방향은 통합 교육”이라며 “이 통합 교육은 장애학생이 일반 집단으로 들어가서 교육받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개인능력, 장애 유무, 문화적 배경과 상관없이 일반 교육과정을 최대한 적용 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고 필요한 환경에서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이를 보장받지 못하고 배움을 이어나가는 학생들이 아직 많다. 장애학생이 생활을 하거나 교육을 받는데 불편함이 없는 최소의 환경을 ‘최소제한환경’이라 한다.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최소제한환경을 제공하며 그들의 교육권을 보장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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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 기자 inajoa6338@cbnu.ac.kr
조희수 기자 heesoo9803@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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