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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나연&김채완
“나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다”
제 935 호    발행일 :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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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또한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문제로 보육시설과 그곳에 근무하는 보육교사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러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감당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들은 이러한 사회적 비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과중한 업무량과 낮은 수준의 임금에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진정성 있게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의 어려움에 대해 취재해 봤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하루

  아래 기사는 청주의 사립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3인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보육교사의 시점에서 재구성됐다.

  # 어제는 아이들이 체험활동을 하는 날이어서 나는 아이들의 가방을 메고 아이들을 인솔했다. 길을 가고 있는데 한 행인이 나를 가리키고 혀를 차며 수군거렸다. 사회적으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인식이 악화된 탓인지 가끔 사람들은 나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낸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17년 동안 계속해온 보육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 직업을 밝히기가 망설여진다.
  # 등원부터 퇴원까지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는 잠시라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어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어렵다. 만약 화장실에 다녀오는 동안 아이들에게 사고가 일어나면 그것은 모두 보육교사의 책임이기 때문에 생리적 욕구조차 참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보육교사들은 방광염과 변비를 앓고 있다. 나도 약 12시간 동안 일하면서 보조교사에게 아이들을 부탁하고 하루에 한두 번 화장실을 가는데 이조차 망설여진다. 처음 보육교사 일을 시작했을 땐 생리적 욕구를 참는 것이 힘들고 서러웠지만 이제는 보육교사의 숙명이라고 생각하며 견뎌내고 있다.
  # 어린이집 업무 중 가장 민감한 부분은 학부모의 항의이다. 가끔 아이들의 말만 듣고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항의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인신공격이 수반되곤 한다. 인신공격을 하는 학부모의 말을 들으면 화가 나지만 일단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후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먼저 학부모의 말을 경청한 후 학부모가 진정되면 내 의견을 말하며 사정을 설명하려 한다.
  # 나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일뿐만 아니라 업무일지와 학부모에게 보내는 알림장 등을 작성해야 한다. 이는 미리 해놓지 않으면 결국 업무 시간 후에 해야 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보육교사들은 얼마 되지 않는 휴게시간을 반납하고 이 일을 한다. 나를 비롯한 보육교사들은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에 항상 노출돼있다. 하루에 12시간 일을 하는 동안 1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받지만 이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갈수록 일이 힘들어지지만 그럼에도 내가 항상 아이들의 곁을 지키는 이유는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보육교사의 처우개선 시급해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 1,247명 중 47.2%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했다. 보육교사들은 하루 약 9.5시간 근무를 하며 일주일 평균 초과 근무 횟수도 2.6회에 달한다. 또한, 보육교사들은 업무 중 휴게시간과 휴게공간미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ㄱ어린이집의 A(청주시 상당구·38) 교사는 “정부가 법적으로 보육교사의 1시간 휴게시간을 보장했지만, 현실적으로 휴게시간을 갖기 쉽지 않다”며 “휴게시간에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휴게시간이 부담스러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ㄴ어린이집의 B(청주시 서원구·57) 원장은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 낮잠 시간을 활용해 보육교사의 휴게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육교사의 휴게시간 보장이 어렵다”라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보육교사의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어린이집 원장을 범법자로 몰아가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억울하고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유아보육법은 보육교사 1인당 영.유아수를 ▲만 0세반 3명 ▲만 1세반 5명 ▲만 2세반 6명 ▲만 3세반 15명 ▲만 4~5세반 2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보육교사들은 최대 20명의 인원을 감당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ㄷ어린이집의 C(청주시 흥덕구·36) 교사는 “법이 지정한 영·유아 인원은 보육교사의 실상을 모르고 결정한 것 같다”며 “만 3세 아동 15명을 한 명의 보육교사가 돌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보육교사가 많은 아이들을 담당하게 되면 일부 아이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보육교사는 높은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급여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년차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하루 8시간 근무할 경우 받는 평균 월 기본 급여는 최저임금(7,530원)으로 계산한 월급보다 약 13만 원 정도 많은 170만 원이다. 하지만 사립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B 원장은 “사립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최저임금만 받아도 다행”이라고 전했다.
  보육교사의 업무 스트레스 원인은 근무시간과 급여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22.8%는 타인이 학부모로부터의 모욕적인 말이나 폭행을 당하는 것을 듣거나 봤고, 21.6%는 자신이 직접 이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같은 경험은 보육교사의 직업행복감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낮은 처우와 사회의 부정적 인식도 보육교사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A 교사는 “아무래도 보육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낮다보니 인신공격을 하며 함부로 대하시는 분이 간혹있다”며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아무래도 목소리가 조금 커질 때가 있는데 학대라는 기준이 모호해 아이를 학대한다고 오해하시는 부모님이 있어 속상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C 교사는 “아이들이 싸우거나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 그 부분을 고쳐 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선생님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훈육을 한다”며 “하지만 간혹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말만 듣고 아이를 학대한다는 항의전화를 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보육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육.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보육교사가 전문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환경 개선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보육교사는 보육활동과 수업운영을 통해 영·유아에게 학습의 즐거움과 사회적 신뢰관계를 경험시켜주는 존재로서 보육교사가 갖는 직무에대한 행복감은 영.유아와의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 학교 아동복지학과 신나리 교수는 “보육교사의 높은 업무강도와 열악한 근무환경은 보육교사가 영.유아 보육에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며 지속적인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간접적으로 영·유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근로기준법상 모든 근로자는 적정 근로시간이 보장돼 있지만 법적으로 보육시설의 운영시간은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로 교사가 장시간 보육업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보육시설 운영시간을 유지하면서 보육교사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력 배치가 필요하며, 우리나라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보육시설 교사의 처우가 국.공립보육시설 수준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높은 업무량과 직무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육교사들은 현재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행복한 아이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육교사의 행복이 우선이기에 그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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