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A 학생이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A 학생은 도서관장 명의로 올라온 공지사항을 보고 당황했다. 공지사항에는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DB) 업체인 디비피아(DBPIA)에서 제공하는 논문을 앞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측은 다른 전자 공개자료(Open Access) 등을 활용해 연구 활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이 구독하지 않는 학술지를 A 학생이 보려면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해야 하므로 큰 고민에 빠졌다.
국공립대도서관협의회 디비피아 ‘보이콧’
국공립대학도서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디비피아에 대한 보이콧을 공식 선언했다. 협의회 회장을 맡은 제주대 도서관장 양명환 교수는 지난 1월 18일 <디비피아 구독 중단에 대한 호소문>을 통해 전국 국공립대학 도서관장 회의를 통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호소문을 통해 “디비피아 공급업체(누리미디어)는 9% 이상의 인상률을 고수할 것이며 향후에도 인상률 타협은 없을 것임을 통보해 옴으로써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반면 디비피아측은 자신들이 대학들에게 요구한 인상률이 정확히 6.4%라고 반박한다. 3년 구독조건 할인, 조기계약 할인 등 다양한 할인을 적용하면 실인상률은 9%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편 디비피아는 226만 편의 논문을 제공하는 국내 최대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업체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는 어떠할까? 우리 학교 도서관 수서팀 이정혜 주무관에 따르면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는 매년 큰 폭으로 인상되는 전자자원 구독료에 전국대학도서관과 공동대응하고, 구독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컨소시엄에 참여해 구독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디비피아는 최근 몇 년간 우리 학교를 포함한 전국 대학 도서관에 과도한 인상률을 제시했으며 대학 도서관은 소속 이용자를 위해 구독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에도 디비피아의 구독계약을 위해 협의회에서 협상을 진행했으나, 업체의 과도한 인상률 제시, 인상률 조율 거부로 협상이 결렬됐고 이에 국공립대학도서관장회의 및 협의회에서 협상 시까지 디비피아 구독 보류가 결정됐으며, 우리 학교 도서관 및 주요 11개 국공립대학도서관이 동참하고 있다.
반면 디비피아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학교 도서관과 디비피아는 지난해 2월 2일에 2018 ~ 2020년도(3년 조건) 구독금액을 포함한 제반 구독조건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올해 우리 학교의 디비피아 구독금액은 4천 848만 원으로 지난해 구독금액 4천 561만 원에서 6.29%(287만 원) 인상된 금액이다.
디비피아 재협상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학생들
현재 우리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는 ‘디비피아 업체의 과도한 인상률 제시 및 인상률 조율 거부로 인해 협상 완료 시까지 구독 중단’이라는 안내문이 올라와 있으며, 디비피아 이용중단 기간은 ‘협상완료 전까지’로 공지되어 있다. 대학과 디비피아 측의 물러섬 없는 대치로 논문 구독 중단상황이 계속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불편함이 늘어나고 있다.
송우희(국어국문학과·15) 학생은 “지식을 탐구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주는 것이 학교의 역할인데 금전적인 문제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참고해 졸업논문을 쓸 수도 없고 필수적으로 디비피아 자료를 이용해야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보이콧을 통해 학교가 디비피아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양정화(건축공학과·15) 학생은 “학교와 디비피아의 대립은 불합리한 가격 인상이 원인으로 학교가 몇 년간 지속해오던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업체가 가격을 지나치게 인상해 학생을 위한 자료제공이 아니라 이익 창출에만 몰두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우리 학교 학생이기 때문에 학교의 입장에 서서 적극적으로 보이콧에 동참하고 싶다”고 전했다.
반면 대학원생의 경우에는 학교 측의 보이콧 참여에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김주현(식물의학과 대학원·13) 학생은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논문사이트를 자주 이용했는데 갑자기 구독 중단이라는 안내문 하나로 학술자료를 열람할 수 없게 돼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디비피아 입장에서는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는 대학들과 계약을 체결하면 되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을 것이므로 모든 대학이 참여하지 않는 보이콧은 학생들의 피해만 키울 뿐”이라고 전했다. 이소민(영어영문학과 대학원·15) 학생은 “대학원생으로 일주일에 적어도 3편 이상의 논문을 본다”며 “학교 측이 한발 물러서 재협상을 통해 보이콧을 접는 것이 학생들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박사과정의 한 대학원생은 “논문 구독 중단에 직접 피해를 보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 측의 대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며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학교에서 논문 구독 협상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은 학습권을 침해받는 것 같아 너무 답답하다”고 전했다.
보이콧을 찬성하는 학생, 반대하는 학생 모두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디비피아와의 재협상을 통해 다시금 디비피아 구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인상률 문제로 디비피아와의 재협상 시도보다 이 상황에 대한 대체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대체 방안을 시행해본 학생들은 “무료로 열람 가능한 논문을 찾아보기 힘들고 다양한 자료가 나오지 않아 불편하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혜 주무관은 “도서관에서는 디비피아 구독 중단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자료 활용방안을 도서관 홈페이지에 안내하고 있다”며 “실제 디비피아에서 제공하는 상당수의 자료가 무료로 이용 가능한 자료(OA)이거나 타 DB업체와 중복되는 자료이지만 OA자료들이 각 기관과 사이트별로 흩어져 있으므로 이용자들이 당장 검색에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실제로 디비피아가 선정한 올해의 논문 16건 중 15건이 무료로 이용 가능한 자료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도서관에서는 RISS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자료의 경우 무료자원으로 우선 표시되고, 해당 논문으로 직접 링크될 수 있도록 KERIS(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요청했다”며 “이 외에도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OA자원들이 검색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무료로 제공되지 않는 자료에 대해서는 도서관 지원으로 원문복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학술논문 제공 구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현재 대학가에서는 도서관과 협의체를 중심으로 한 보이콧 운동의 한계점을 지적하고 있다. 학술단체들은 보이콧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학술단체들은 학술지 발행과 운영비를 지원하는 교육부(한국연구재단)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보조금이 있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어 국내 DB 업체들이 학계 발전 명목으로 지원하는 학술지 발행비, 학술단체 홈페이지 제작 등을 선뜻 뿌리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DB 업체들은 출판하는 학술지의 권위를 높이거나, 권위가 있는 출판지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서 품질 개선을 위해 구독료를 매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학술정보 KISS 담당 영업부서 문효일 팀장은 “KISS는 학술지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학회와 정당한 계약을 맺고 학술지 논문을 서비스화하는 과정에서 학회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전자전송권’만을 양도받아 온라인상에서 학술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이트를 개선하고 질이 더 좋은 자료를 가져오기 위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상률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학도 이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인상률을 낮춰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는 없고 제공사(학회)의 입장을 생각할 수밖에 없기에 이견 조율이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원문공개(Open Access)를 늘려나가는 추세이다. 특히 국비 보조금이 집행된 연구개발 성과는 모두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이 세계적인 추세로 굳어가고 있다. 지난 2015년 미국은 ‘과학기술연구 공정접근법(FASTR)’이 의회에서 가결되면서 국비가 투자된 연구 성과의 온라인 무료 공개를 법제화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학술진흥법 등에 유사한 근거가 마련돼 있으나 교육부가 투자한 연구 성과에 한정돼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한 연구 성과물은 관련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한국연구재단이 등재(후보)지 제도를 운영하면서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논문 공개 여부를 평가 지표로 활용하지만 이들 중 원문 공개된 논문은 58만 2천 323편(41.3%)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도 원문공개 플랫폼인 ‘사이언스센트럴’을 운영하지만, 논문을 등재해도 인센티브가 없어 확산이 어렵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DB 업체들은 해외 사례를 들어 정부재정지원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에는 엘스비어의 전자정보 구독권을 대학 등 기관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연 300만 불을 지원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는 업체와 학계의 상생 모델을 찾자는 취지에서 ‘국가 라이센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술 논문 제공구조에 대해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장덕현 교수는 “학술논문, 특히 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에 수록된 논문은 많은 경우 한국연구재단의 발간비 지원을 받기 때문에 공공플랫폼에 의해서 콘텐츠가 제공되는 Open Access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러한 체제가 구축되려면 좋은 학술지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 학회들의 학술지 발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 압박은 해가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는 추세이며 대학 재정이 위축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이 도서관이다. 이러한 재정 압박 속에서 매년 물가상승률을 넘어 디비피아의 가격 인상을 대학도서관이 더는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 이번 사태의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과 업체의 양보는 물론 정부의 대안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조희수 기자
heesoo9803@cbnu.ac.kr
정은서 기자
thdrkd9934@cbnu.ac.kr








조희수&정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