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남자로 태어났다면 ‘입대’는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사회와 단절된 채 2년 남짓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도 힘들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여자친구와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더욱 힘들어한다. 또한,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는 시간은 여자친구에게도 외로움과 슬픔의 시간이다. 그러나 이 시기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이겨낸다면 두 사람이 가꿔온 사랑이 한층 성숙해지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긴 시간을 견디고 있는 곰신과 군화의 속마음을 들어보자.
애틋했던 시절은 어디로, 군화곰신의 시작
서로 사랑하는 커플은 얼굴만 마주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 그런데 군대로 인해 서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이별을 하게 된다. 남들에게는 아주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이제 막 군화곰신 커플이 된 이들에게는 그 시간이 더욱 길고 힘들다.
군대에서 일병으로 복무 중인 우리 학교 정수섭(경영정보학과·17) 학생은 “여자친구를 자주 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서로 연락은 자주 하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여자친구의 마음이 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지 100여 일이 된 한국산업기술대 A(디자인공학과·17) 학생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탄다”며 “남자친구에게 원할 때마다 연락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2년 동안의 군 생활을 잘 끝마치고 꽃신 커플이 된 건국대 김대현(경영학과·15) 학생도 “여자친구에게 마음대로 연락할 수 없는 게 군 생활 초반에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지원(진주시 하대동·23) 씨는 지난 3월에 2년간의 곰신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꽃신 커플이 됐지만, 그 또한 힘든 순간이 있었다. 그는 “요즘은 군대에서도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 편해졌지만, 내가 곰신이던 때는 군대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됐다”며 “당시엔 소통하는 데 문제가 많아 힘들었다”고 전했다.
군화곰신 커플을 보면 주변 사람들은 꼭 한마디씩 한다. ‘여자친구가 전역할 때까지 기다려 준대?’, ‘왜 곰신을 해?’ 등이 대표적이다.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군화곰신 커플은 화가 나고 우울해진다고 한다. A 학생은 “그렇지 않아도 서로 떨어져 있어 힘든 데 주변 사람들이 응원은 커녕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신하은(생명과학부·17) 학생은 “이제 막 곰신이 돼 슬픈데 친구들이 동정하는 듯한 말을 하면 듣기 싫다”고 전했다.
아직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군화곰신 커플은 감정을 잘 다스리며 서로 노력하고 있다. A 학생은 “서로에게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면서 서로를 좀 더 많이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끔 서운한 감정이 들면 ‘군 생활하는 남자친구가 나보다 더 힘들 텐데’라고 생각하며 이해하려 한다”며 “남자친구도 지금까지 서로 만나왔던 시간을 생각하며 함께 잘 견뎌 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군화곰신 커플의 권태기, ‘일말상초’?
군화곰신 커플이 가장 많이 이별하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는 보통 일병 말에서 상병 초 사이로 흔히 ‘일말상초’라고 부른다.
군대에서 상병으로 복무 중인 서울시립대 강재우(조경학과·15) 학생은 “군 복무를 1년쯤 한 시기가 일병 말에서 상병 초”라며 “여자는 오래 기다려 줬고, 남자는 군대에 적응된 후이므로 서로가 소홀해져 헤어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상병인 서울여대 B(중어중문학과·17) 학생은 “연애를 하면서 서로 소홀해지는 권태기가 있듯이 군화곰신 커플에게 힘든 시기는 일말상초”라며 “이때를 힘든 시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함께 이겨내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대현 학생은 “일말상초에는 사소한 일로 오해가 쌓이고, 서로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깊어졌다”며 “일말상초라는 말이 너무 신경 쓰였고, 나 또한 그렇게 되지 않을까 불안했다”고 전했다.
일말상초를 지나고 있는 군화곰신 커플은 이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강재우 학생은 “군대에서는 이별 후에도 매일 같은 생활을 반복해야만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기는 정말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군화곰신 커플도 평범한 커플과 다르지 않다. 권태기를 극복하듯 일말상초에는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정지원(진주시 하대동·23) 씨는 지난 3월에 2년 간의 곰신생활을 마치고 꽃신 커플이 됐다. 그런 그도 곰신생활 중에 이별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별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냐고 묻자 그는 “매일 일기를 적으며 내 감정을 스스로 정리했다. ‘그간 사귄 시간이 얼마인데 고작 이런 일로 헤어지기는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남자친구처럼 좋은 사람은 절대 흔치 않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휴가를 나오면 그동안 하지 못한 진지한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그러다 보니 일말상초의 위기가 지나갔다”라고 밝혔다. B 학생은 “일말상초에 생기는 문제를 잘 이겨내지 못하면 그 후에 같은 문제로 이별할 수 있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대화로 풀고 대화 시간이 부족하다면 편지나 휴대전화 문자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선물을 통한 애정 표현도 좋은 방법이라는 김대현 학생은 “수분크림 같은 화장품 종류는 부대 밖에서 2만 원 이상이지만 PX에서는 7,000원 정도라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기 좋다”고 전했다.
드디어 ‘꽃신’을!
군화곰신 기간에는 연락이 잘 안 돼 서로 간에 갈등이 생기기 쉽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신뢰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재우 학생은 “인간관계의 기본은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특히나 커플에게 있어서 신뢰는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대현 학생도 “서로 간의 신뢰가 없었다면 꽃신 커플이 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화곰신 커플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찾아서 누리는 것도 이 기간을 견디는 한 가지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군인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영화관과 식당 그리고 스포츠 경기 관람을 이용해 더욱 저렴하게 데이트를 할 수 있다. 또,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랑 영상통화를 할 경우도 생긴다. 그때를 대비해 ‘그린비 2’라는 앱을 내려 받아 손쉽게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김대현 학생은 “부대 내에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고 싶을 때 그린비 2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끼리 같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 또한 곰신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네이버의 ‘고무신 카페(곰신모임)’는 그런 이유로 생겨났고 곰신들만의 공감대가 형성돼 힘든 시기를 더욱 쉽게 이겨낼 수 있다.
때로 군대는 군화곰신에게 사람의 장벽이 아니라 성숙한 연애를 깨우쳐주는 스승이 되어주기도 한다. 강재우 학생은 “서로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좋은 연애라는 것을 군대에서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정지원 씨는 “색다른 환경에 놓이니깐 그동안 연애를 해왔던 방식이 서투른 방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군화곰신 기간에 서로의 가치를 확인해 더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군화곰신 커플로 2년 가까이 지내다 보면 어느새 전역일이 다가오고 꽃신 커플로 탈바꿈하게 된다. 하지만 2년 가까운 시련을 잘 견뎌낸 꽃신 커플에게도 또다시 위기의 순간은 찾아올 것이다. 이때마다 군화곰신 시절의 애틋함을 떠올린다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단단하고 아름다운 꽃신 커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꽃신’이 된 커플은 군화곰신 시절 서로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꼈다. 김대현 학생은 “군 생활이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줬다”며 “서로의 부재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깨달았다”라고 전했다. 정지원 씨은 “연락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함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꽃신 커플, 그들은 힘든 순간을 서로의 노력으로 이겨내고 ‘꽃신’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군화곰신 커플이 꽃신 커플이 됐다’는 행복한 결말만 있을 수는 없다. 세상에 없는 사랑을 하는 연인이라도 헤어질 수 있다. 헤어졌다고 해서 누구의 잘못이라고 서로 비난할 필요는 없다. 단지 군대라는 환경이 군화와 곰신 모두에게 낯설 뿐이다. 군화곰신 커플의 결말이 어떻든 서로를 통해 값진 추억을 쌓고, 서로가 있었기에 훨씬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길 바란다.
김하연 기자
kkhhyy9802@cbnu.ac.kr
박시현 기자
sihei@cbnu.ac.kr








김하연 & 박시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