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회 말 2아웃 만루 상황. 투수가 힘차게 던진 공을 타자는 있는 힘껏 쳐보지만, 공은 힘없이 유격수 앞으로 굴러간다. 프로경기였다면 공격팀은 탄성을 지르고 수비팀은 환호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천천히 굴러가는 땅볼에도 긴박해지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다. 그들은 ‘공이 굴러와도 잡을 수 있을까?’, ‘잡아도 제대로 던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결국 실책을 범하고 만다. 지금부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생활 체육의 숨겨진 꽃, 사회인 야구에 대해 알고 있니?
사회인 야구는 프로선수가 아닌 우리나라의 성인층 선수로 구성된 야구 경기를 가리킨다. 지역마다 사회인 협회가 있고, 협회마다 리그와 협회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된 리그가 존재한다. 또한, 토너먼트 중심의 사회인 야구 대회도 있다. 일반적인 리그의 경우 7이닝으로 진행 되며, 시간제한(보통 2시간이나 2시간 30분)이 있거나, 콜드게임(4회에 10점 차, 5회에 8점 차가 일반적이나 리그별로 차이가 있음)이 적용되기도 한다. 2월 말이나 3월 초에 시즌이 개막되고 10월경에 리그가 종료되며, 11월에는 플레이오프나 최종 결승전을 갖는 리그가 많다. 지난달 17일을 기준으로 사회인 야구의 대표적인 커뮤니티인 ‘게임원’엔 3만 221개의 팀과 56만 8,239명의 선수가 등록돼있다.
이처럼 많은 인원이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이유에 대해 게임원 측은 “약 10년 전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야구는 매년 성장하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됐다”며 “야구가 인기를 얻자 관련 인프라가 증가하면서 주변에서 쉽게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고, 생활체육으로 야구를 선택한 개인이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회인 야구 성장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학교 사회인 야구팀 ‘타우루스’의 선수인 양하훈(국어국문학과·18) 학생은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이유에 대해 “가장 큰 이유는 야구를 좋아하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 친목을 다질 수 있고 운동을 통해 건강도 증진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 때문”이라고 답했다.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OK!
사회인 야구에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사회인 야구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접근성’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회인 야구는 전국적으로 넓게 퍼져있다. 전국에 개최된 리그만 448개가 될 정도라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사회인 야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사회인 야구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장애인 사회인 야구팀도 있다. ‘대한 장애인 야구 소프트볼 협회’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 사회인 야구는 8개의 팀에 선수 170명 규모이다. 대한 장애인 야구 소프트볼 협회 구중근 회장은 “신체가 불편해도 야구에 대한 열정은 다르지 않다”라며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가진 장애인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만났던 몇몇 장애인 사회인 야구 선수에 대한 일화도 들려줬다. “남양주 장애인야구단의 김우정 선수는 중학교 때 야구 선수로 활동하던 중 뜻밖의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잃었는데, 선수 생활 마감에 대한 좌절을 극복하고자 왼팔로 투수 연습을 시작했고 구속 100km까지 올려 지금은 다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어렸을 적 소아마비 진단을 받은 김석민 선수는 어머님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서울시 장애인야구단에 입단했는데, 그동안 접했던 여러 운동과는 달리 야구공을 쥐는 순간 표정이 달라졌다”며 “야구단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회 경험을 하고, 경기를 통해 성취욕도 느끼면서 그는 한층 더 밝은 성격을 갖게 돼 배재대 법학과에 입학했다”라는 이야기를 추가로 들려줬다.
체계적인 인프라의 ‘사회인 야구’
사회인 야구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체계성’이다. 사회인 야구는 리그가 1~4부로 구성돼있고, 5부(루키리그)까지 있는 리그도 있다. 이렇게 체계적이고 수준별로 리그를 구분하는 이유에 대해 게임원 측은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는 승패에 따른 만족의 간극이 엄청나다. 만약 한 팀이 1년 모두 전패를 기록하면 해당 팀은 차년에 유지되기 힘들 수도 있으며, 반대로 모든 시합을 쉽게 이기는 팀 역시 승부의 재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사회인 야구인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해 수준별로 리그를 세분화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사회인 야구는 각 리그의 수준에 따라 선수 출신 선수의 리그 출전 제한까지 두고 있다. 보통 ▲4부 리그 선수 출신 절대 불가 ▲3부 리그 선수 출신 1명 허용 ▲2부 리그 선수 출신 2명 허용 ▲1부 리그는 2명 이상부터 제한이 없는 곳까지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리그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다. 이처럼 선수 출신 선수의 출전을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 ‘팀 사야이’의 감독이자, 다음 스포츠 웹툰 <사회인 야구 이야기>를 그린 유영태 작가는 “선수 출신은 기본기가 좋아 다른 비선수 출신 선수와 기량 차이가 매우 크므로 팀 간 경기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출전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사회인 야구는 체계적인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곳도 많다. 전직 프로야구선수는 물론이고 야구를 전문적으로 공부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인정받은 전문가 등이 운영하는 레슨장이 전국에 약 162개가 있다. 여러 야구 레슨장에서 지도받은 경험이 있는 유영태 작가는 “성공한 프로선수보다는 많이 공부한 아마추어나 2군 생활을 오래 한 프로선수가 좀 더 쉽게 어려움움을 이해해 주고 좀 더 알기 쉽게 잘 가르쳐 준다”라고 귀띔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재미’
사회인 야구는 스포츠지만 동시에 취미이기 때문에 ‘재미’가 동반돼야 한다. 유영태 작가는 사회인 야구는 “축구나 다른 스포츠를 즐기다가 ‘이제 조금 수다를 떨면서 하는 스포츠가 없을까?’ 할 때 하면 좋은 스포츠”라고 말했다. 주지하다시피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경기 내내 뛰거나 긴장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야구가 쉬엄쉬엄 재밌게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뜻이다. 우리 학교 사회인 야구팀 타우루스의 김진서(국어국문학과·19) 학생은 “내가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지만, 무엇보다도 ‘재미있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쉬엄쉬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야구도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유영태 작가는 “초심자들이 마음에 꼭 둬야 할 것은 ‘난 프로가 아니다’라는 말”이라며 “프로처럼 플레이하려고 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처음부터 프로를 흉내 내다간 실력도 늘지 않고, 다치기라도 하면 다른 팀원들에게 폐만 끼치게 된다”며 “보는 것과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며 지더라도 과정이 재미있는 경기를 하는 게 최고다”라고 덧붙였다. 또 게임원 측은 “기존에 야구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좋아하는 야구를 하다가 다치시는 분들이 없기를 바라며, 새롭게 사회인 야구를 시작하고자 하시는 분들도 던지고 받고 치고 뛰는 야구의 기본기를 꾸준히 연습해 역시 앞으로 다치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사회인 야구에서 유의할 점들
흥미로운 특징이 많은 사회인 야구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인원에 비해 야구장의 개수가 부족하다. 현재 야구장의 개수는 전국에 약 500개가량으로 2014년 기준 359개보다 많아졌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천안에서 사회인 야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A 씨는 “야구장 수가 부족해서 야구장 섭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통이 편하고 시설이 좋은 야구장을 보유한 리그는 1년에 10~14게임 기준으로 300만 원 이상의 연 가입비를 요구하기 때문에 쉽게 가입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사회인 야구는 개인 장비가 필요한 종목인 만큼 경제적 부담이 생긴다. 부산에서 사회인 야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B 씨는 “사회인 야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야구에 필수적인 배트, 글러브, 유니폼, 야구화, 헬멧 정도만 사도 거의 100만 원이 나온다”며 “팀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장비를 써도 되지만 오래됐기 때문에 사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사회인 야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신한은행의 쏠(SOL) 사회인 야구 대회처럼 관련 대회가 여럿 생기고, 전국 각지에 사회인 야구선수를 위한 트레이닝 센터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만약 사회인 야구를 시작하고자 한다면 여가 활동을 위한 취미와 건강을 위해 즐기는 사회인 야구인 만큼 다치지 않고, 가계 경제에 부담이 가지 않는 범위에서 쉬엄쉬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황보동혁 기자 bodong33@cbnu.ac.kr
김태우 기자 taewoo1999@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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