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농가에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내렸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발병한 이래로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을 소비하는 중국의 모돈 3분의 1을 폐사하게 만든 국가적 재난이 결국 우리나라까지 발을 들이고 만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한 분야가 있다. 바로 ‘대체육(肉)’이다.
고기인 듯 고기 아닌 고기 같은 너
대체육이란 말 그대로 돼지고기, 소고기 같은 고기를 ‘대체’하는 고기를 의미하며, 푸드테크(Food-tech)의 핵심 산업이자 미래 식품의 대표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대체육 시장은 크게 ▲식물성 고기 ▲배양육 ▲곤충 식품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식물성 고기란 콩, 버섯, 호박 등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제조한 고기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콩고기’가 이에 속한다. 배양육은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축산농가 없이 고기를 배양하는 세포공학기술로 생산하는 살코기이다. 둘의 차이점에 대해 서울대 동물생명공학부 조철훈 교수와 서울대 식품바이오융합연구소 이현정 박사는 “가장 큰 차이는 각 소재가 유래된 기원”이라며 “배양육은 동물체로부터 채취한 세포나 조직을 증식.배양해 제조하는 반면 식물성 고기는 식물체로부터 유래한 단백질을 이용해 식육과 유사한 맛과 조직감을 갖도록 제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들은 “식물성 고기의 한계점은 주요 동물성 식품에 비해 일부 필수 아미노산, 철분 등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세포배양 단백질의 경우 동물에서 유래됐기 때문에 동물성 식품과 유사한 수준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곤충 식품은 식용곤충을 이용해 만든 식품을 의미한다. 곤충은 사육 시 가축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많은 개체를 사육할 수 있어 효용이 높다.
현재 이 세 가지 중 가장 활성화된 것은 식물성 고기다. 배양육은 현재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아직 상업적인 생산단계까지 상용화되지 않은 상태이며, 곤충 식품은 곤충 섭취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 성장 속도가 더딘 편이다.
대체육, 인류의 구원이 되다
그렇다면 대체육이 ‘인류의 구원’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대체육은 지구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에 의하면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92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미래 육류 수요는 약 4.5억 톤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급증하는 육류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매년 식육 공급량을 점차 늘려가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세계 대체육류 개발 동향(2019)>에 의하면 한정된 토지 자원과 가축 사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메탄가스, 가축 분뇨 등 환경적 문제를 고려할 때 기존의 가축 사육을 통한 식육 공급이 미래 육류의 수요를 모두 충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철훈 교수와 이현정 박사는 “대체육은 식육의 미래 생산 한계량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식육 수요의 급증과 함께 시장도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육류 섭취로 인한 환경파괴와 동물 윤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FAO에서는 소고기 225g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이 자동차 55대가 1.6㎞를 주행할 때 배출되는 양과 유사하며, 소와 같은 가축의 트림으로 발생하는 메탄가스양은 전체 메탄가스 발생량의 18%라고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육대 식품영양학과 신경옥 교수는 “온실가스의 20% 가량이 가축 사육으로 발생하고, 지구 환경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체육은 살아 있는 가축을 도살하거나 공장식 집단 사육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환경오염이나 생명 윤리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은 건강 측면에서의 이점이다. 대체육은 인공적으로 만드는 고기이다 보니 효율적으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그 예로 미국의 대체육 브랜드인 ‘비욘드 미트(Beyond meat)’가 있다. 비욘드 미트는 콩,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 단백질을 효모, 섬유질 등과 함께 배양해 고기의 식감과 풍미를 만든다. 또한, 코코넛오일을 이용해 육즙까지 재현해 일반고기보다 철분, 단백질이 풍부하고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은 매우 낮아 그 어떤 고기보다 건강한 고기로 손꼽힌다. 이에 대해 신경옥 교수는 “식물성 고기는 기존의 동물성 육류를 통한 과도한 포화지방산 섭취와 동물 사육에서 과다하게 사용되는 항생제 섭취 등의 우려를 덜 수 있고,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 전염병의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곤충 식품 또한 지방의 함량은 적지만 단백질과 미네랄은 풍부해 저비용.고효율의 영양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정말 믿고 먹어도 되는 걸까
미국의 한 컨설팅업체는 2040년에는 대체육이 전세계 육류 소비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체육은 우리에게 낯설고도 먼 존재다. 더불어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먼저 대체육은 원활한 유통을 위해 여러 번 가공 처리된 가공식품이다. 따라서 고기와 흡사한 식감을 위해 코코넛 오일 또는 식염 등의 첨가제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대체육이 실제로 건강에 좋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순수 동물 단백질로부터 얻는 이득과 비교했을 때 식물성 대체육이 일반 고기의 완전한 대체재로서 한계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이의철 ‘베지 닥터(채식을 실천하는 의사, 치의사, 한의사들의 모임)’사무국장은 “대체육이 육류의 맛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육류의 성분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지방 및 식물성 포화지방, 나트륨 함량이 과도하게 높고 풍미와 맛을 위해 인공 화학성분들이 추가된 경우가 많아 대체육은 육류보다 건강상 이점이 일부 있지만, 과도한 지방과 나트륨 섭취와 같은 문제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체육의 안정성이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조철훈 교수와 이현정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세포배양 단백질은 식품 및 식품원료로 이용된 이력이 없는 소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안전성 검증과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안전성 여부와 상관없이 대체육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다. 특히 배양육 같은 경우,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를 근육세포로 키워 고기로 만든 뒤 육류와 비슷하게 염색해 진짜 고기가 되는 원리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실험실에서 유전자 조작이나 세포배양과 같은 실험으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섭취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평소 육식을 즐긴다는 정경회(경기도 광주시·52) 씨는 “믿을 수 있는 기관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다고 하더라도 가격경쟁력 등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진짜 고기를 두고 굳이 배양육을 택할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곤충 식품도 마찬가지다. 현재 곤충 식품의 대부분은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나 분말, 에너지바 등의 제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와 같은 특성이 곤충 섭취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이민주(경기도 성남시·21) 씨는 “단백질 공급원 선택지가 곤충 식품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굳이 곤충 식품을 구매해 먹을 것 같지는 않다”며 “식용 여부에 상관없이 곤충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이 든다”라고 전했다.
대체육이 우리 밥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대체육 시장 규모가 지난 2017년 4조 8,628억 원(42억 달러)에서 2025년 8조 6,843억 원(75억 달러)으로 8년 새 78.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대체육 시장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대체육 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식물성 고기 브랜드 ‘비욘드 미트’는 2009년 창업한 신생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역 1만 9,000개 소매점과 레스토랑에 식물성 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5월 나스닥에 상장된 후 상장 첫날 주가가 163% 상승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또 다른 미국의 대체육 기업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 또한 설립 5년 만에 美 대형 마트 시스코에 납품을 진행하는 등 비욘드 미트에 이어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외에도 맥도날드와 KFC, 버거킹 등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식물성 대체육 기업과 협력해 식물성 패티를 이용한 버거, 치킨 등을 선보이며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 같은 세계 시장 추세에 부응해 국내 유수한 식품 관련 기업들도 대체육 시장에 발을 뻗고 있다. 지난해 동원 F&B는 미국의 비욘드 미트와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비욘드 버거 패티 판매를 시작했다. 동원 F&B의 심보민 과장은 “현재까지 비욘드 버거 패티가 약 2만 팩 정도 판매가 됐다”며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비욘드 소세지와 비욘드 비프 제품도 연말에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 환경복지나 동물복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대체육에 대한 관심을 더 끌어올리고,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푸드는 지난 4월 식물성 대체 육류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선보였다. 롯데리아도 지난 6월 3개 매장에서 대체육을 사용한 ‘리아 미라클 버거’를 시범 판매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기업 전략인 ‘7대 로하스 전략’ 발표에서 대체 육류 산업을 7가지 전략 중 하나로 선언하고, 미래 전략사업으로 키울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중앙행정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대체육을 포함한 ‘미래형 혁신 식품 기술개발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체육 산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국내 대체육 시장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식물성 고기 이외에 배양육, 곤충 식품 같은 경우 아직 밥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체육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풀어나가야 할 몇 가지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생산비용’이다. 이에 대해 조철훈 교수와 이현정 박사는 “모사 미트, 멤피스 미트 등 해외 주요 기업들이 향후 3~5년 내 상용화를 공언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공개된 기술을 살펴보면 실제 시장 상용화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세포배양 단백질의 경우 제조비용이 큰 편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단가 절감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문제는 ‘관할권’이다. 한국농촌경제원이 발간한 <2018년 주요국 농업, 농촌, 식품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멤피스 미트와 북미육류협회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배양육의 상업화를 위해 관할권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식품의약국(이하 FDA)과 농무부(이하 USDA) 양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서신을 발송했다. 일반적인 식품의 경우 식재료가 가공돼 시장 출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FDA 관할이지만, 육류 등의 식재료 유통 단계는 USDA 관할이기 때문에 배양육의 관할권을 확보하기 위한 두 기관 사이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배양육이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어 생산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향후 본격적으로 제품이 생산돼 시장 출하 단계에 이르게 되면 미국의 FDA와 USDA 간의 관할권 갈등이 국내에도 재현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미국의 관할권 조정사례를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네이밍(naming)’ 문제가 있다. 미국 육류업계는 현재 식물성 고기에 ‘고기(meat)’라는 단어 사용금지 법안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올해 24개 주에서 관련 법안이 제안된 바 있다. 육류생산업체의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주장과 환경단체와 대체육 생산업체의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용일 뿐”이라는 주장이 대립 중이다. 미국만큼 갈등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식물성 고기의 명칭을 비롯한 다양한 현안에 대해 국내축사관련단체협의회에서 공동 입장을 내는 것을 검토 중이다. 조철훈 교수는 “아직 ‘대체육’이라는 말이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단어이기 때문에 지금도 사용에 주의하고 있다”며 “현재는 ‘대체 단백질 소재’와 같은 말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합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체육은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경제적 가치를 지닌 획기적 ‘상품’이기 이전에 우리가 직접 섭취하는 ‘식품’이다. 따라서 그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도록 ‘안전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고기인 듯 고기 아닌, 고기 없는 고기인 ‘대체육’이 우리 밥상에 오르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박채연 기자
patty990303@cbnu.ac.kr
정윤채 기자
sunwillrise@cbnu.ac.kr








박채연&정윤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