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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철&안세린
'재미’를 위해 ‘윤리’를 무시한 인터넷 방송
제 947 호    발행일 :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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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다수의 팬들을 보유한 세 명의 BJ(Broadcasting Jockey)가 개인 방송에서 한 BJ 를 성희롱해 큰 논란을 빚은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공중파에도 출연했던 한 BJ는 활동을 중단했으나, 지난 10월 다시 방송을 시작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아프리카TV 등의 개인 방송 매체에서 개인방송 크리에이터(이하 크리에이터)의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선정성, 혐오 발언, 폭력성 등)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법안이 없어 이를 규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기자는 우리나라 인터넷 개인 방송(이하 인터넷 방송)의 현주소와 관련 법안, 그리고 올바른 인터넷 방송 문화 정착 방안에 대해 취재해봤다.


안방을 차지한 인터넷 방송

  ‘누가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었나’에서 ‘누구의 채널이 더 영향이 있는가’로 바뀐 요즘, 사람들은  크리에이터에 열광한다. 유튜버가 소개하는 맛집은 어느새 사람들로 붐비고, 크리에이터가 하는 게임은 안드로이드(모바일) 인기 게임이 된다. 심지어 크리에이터가 협찬받은 물품이 다음날 전부 매진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토록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인터넷 방송이란 무엇일까.
  인터넷 방송이란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을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방송이나 VOD(Video On Demand) 방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현재 ▲아프리카TV ▲판도라TV ▲유튜브 ▲트위치TV 등의 플랫폼을 무대로 삼는 인터넷 방송은 점차 그 규모를 확장 중이다.
  방송 콘텐츠는 ▲먹방 ▲일상생활(브이로그) ▲뷰티 ▲교육방송 등으로 다양하며, 각 분야의 전문 크리에이터도 생겼다. 대표적인 크리에이터로는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 뷰티 유튜버 ‘포니신드롬’, 브이로그 유튜버 ‘영국남자’가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2018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 대상 7,236명 중 42.7%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또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별 이용률은 ▲ 유튜브 38.4% ▲ 네이버TV 7.1% ▲ 아프리카TV 3.8%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설문 결과는 이제 인터넷 방송이 지상파 방송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목을 끌어야 살아남는 인터넷 방송 생태계

  대표적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유튜브와 아프리카TV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유튜브는 유튜버가 개설한 채널의 구독자가 1,000명이 되고, 지난 12개월 동안의 누적 시청시간이 4,000시간에 도달하면 회사 측의 몇 가지 확인을 거쳐 수익 창출이 가능한 채널로 전환된다. 이후 유튜버는 유튜브가 인정한 총 순수익의 55%를 받게 되는데 대략 동영상 재생 1회당 2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한다. 또한  광고주들이 유튜브에 광고비를 지급하고 유튜브 측은 광고를 넣은 유튜버들에게 그 값을 지불한다. 아프리카TV는 ▲개당 100원인 가상화폐 ‘별풍선’ ▲건당 3,300원인 정기구독 ▲애드벌룬 및 아프리카 광고로 수익을 창출한다. BJ는 ‘별풍선’과 정기구독 수익의 70%를 받지만, 가장 큰 수익은 광고이므로 영상 사이사이 광고를 넣는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의 수익 구조가 달라보여도 모두 ▲조회수 ▲구독자수 ▲광고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됨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크리에이터는 조회수와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극적인 컨텐츠를 만들게 된다. 유튜브 ‘후랭이TV’ 채널을 운영 중인 김종후 대표는 “자극적인 컨텐츠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의 수익 구조와 관련이 있다. 아프리카TV와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 기반의 플랫폼은 콘텐츠 질에 대한 평가보다는 높은 조회수에 따른 광고 시청이 BJ의 수익과 연결되는 구조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이목을 끌어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보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 사례로 2017년 9월, 유튜브 구독자 수 약 2,130만 명 이상을 거느린 ‘보람튜브’는 아동학대 판결을 받았다. 보람튜브는 지난 2017년 보람 양에게 아이를 임신해 출산하는 연기를 시키고, 자동차로 인형의 다리를 절단하게 하는가 하면 전기 모기채로 아이를 협박해 춤을 추게 하는 등의 영상을 제작했다. 이에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보람튜브’ 운영자를 비롯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 2명을 법원에 고소했고, 서울가정법원은 보람 양의 부모에게 아동학대 혐의로 보호 처분을 내렸다. 장선영(서울특별시 용산구·36) 씨는 “평소 키즈 유튜브 채널을 즐겨보는데 아이들이 너무 무리하게 방송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 지난번에 논란이 됐던 한 키즈 유튜버의 문어 먹방 영상을 봤는데, 콘텐츠 제작자들이 아이를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취급한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은 방송이 아니다?

  지난달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개인 인터넷 방송 신고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4,914건의 부적절한 내용에 대한 신고가 있었는데, ▲1위 음란 ▲2위 욕설 ▲3위 차별.비하 ▲4위 폭력.혐오 ▲5위 권리침해 순이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규제할 법안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인터넷 방송사업자는 방송법상의 적용을 받는 ‘방송서비스 사업자’가 아니라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받는 ‘부가통신 사업자’로서 분류된다.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심의위원회의 직무)에 따르면 방심위는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방심위는 인터넷 방송을 심의하고, 불법정보에 해당할 경우 진행자에 대한 이용정지.해지 등의 시정요구를 하고는 있지만, 이는 ‘강제 규제’가 아니므로 인터넷 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 규제’에 맡기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지난해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개인 인터넷방송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8월까지 방심위는 인터넷 방송 81건에 대해 시정요구 조처를 했다. 이는 ▲2015년 75건 ▲2016년 55건 ▲2017년 26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시정요구 조처가 다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방심위의 시정요구 조치를 받은 사업자가 실제 실행한 징계율은 2015년 34.7%에서 2018년 17.5%로 낮아졌다.
  한편, 지난 2017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포함해 20개 기관.사업자.단체로 구성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출범해 인터넷 방송의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협의회는 지난해 3월 회의를 갖고 한 사람의 일일 인터넷 방송의 아이템 결제 한도를 100만 원으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유료 후원 아이템 한도 설정에 맞춰진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건전성과 표현의 자유를 모두 지킬 수 있는 규제는?

  문제가 되는 인터넷 방송을 강제로 규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한편에서는 지나친 규제가 인터넷 방송 문화 전반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올해 말부터 인터넷 방송을 대상으로 여성혐오 등의 성차별 요소를 모니터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인터넷 방송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정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유튜브 ‘김용민 TV’의 젠더 이슈 코너 <우먼스플레인>에 출현해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힌 이선옥 작가는 “선을 넘은 혐오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에 모욕죄도 있고, 명예훼손죄도 있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표현 자체를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부적절한 것이다. 표현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열어놔서 공론장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여가부 관계자는 “모니터링이란 대중매체 미디어 보고서 등 결과 분석을 통해 청소년 등에게 교육.홍보해 대중에 대한 간접적 인식을 확산하는 것으로 규제와 다르다”라고 해명했다.
  이런 이유로 욕설, 자극적, 선정적 음란방송 등 도를 넘는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는 시급하지만,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 신문.지상파 방송 등의 전통미디어)와 동일하게 인터넷 방송을 규제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김종후 대표는 “기존 방송이 규제에 가로막혀 하지 못했던 실험적인 콘텐츠는 레거시 미디어에 싫증을 느낀 시청자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인터넷 방송의 장점이다. 현재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현행 제도하에 규제를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인터넷 방송을 ‘방송’의 테두리 안에 넣어 새로운 규제들을 추가하거나 지나치게 강화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을 ‘방송’의 관점보다는 ‘창작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점점 개인화되는 시대에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방송은 자연스럽고도 자랑스러운 문화다.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는 인터넷 방송은 일상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만, 도를 넘는 언행에 불편해하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재미’와 ‘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것에 앞서, 콘텐츠 제작자와 시청자들의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허철 기자 gjcjf102@cbnu.kc.kr
안세린 기자 kcbjcs99@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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