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여파도 막을 수 없었던 뜨거웠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의 주인공은 물론 투표에 참여한 우리 국민 모두이지만, 그 사이 유독 더 특별한 주인공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번 선거를 통해 첫 표를 행사한 만 18세 유권자들이다. 이번 충북대신문 특집 면에서는 만 18세 유권자들의 첫 도약과 청소년 참정권과 정치에 대한 그들의 솔직한 마음에 대해 알아봤다.
투표하기 딱 좋은 나이, 만 18세
지난해 12월 27일,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하는 내용이 포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 이전부터 꾸준히 청소년 참정권 확보를 위해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인 단체 중 하나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이하 촛불청소년인권연대)의 유민규 활동가는 “만 18세 선거권은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숱한 우려와 반대 논리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쟁취해낸 많은 청소년 활동가의 오랜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로 인해 지난 15일 시행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만 18세 유권자가 첫 표를 행사하는 역사적인 투표가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하면, 이번 선거연령 하향으로 인해 새롭게 투표권을 얻은 만 18세 유권자는 무려 54만여 명으로, 전체 유권자 중 1.2%를 차지하는 수치다. 선거연령 하향으로 올해 첫 선거를 치른 위재영(부천시 소사구·20) 씨는 “투표에 참여하고 나니 내 미래를 내가 직접 만들고 바꿀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설렜다. 투표권을 가지게 된 만큼 앞으로는 정치에 더 관심을 두고 올바른 관점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라며 첫 투표의 흥분을 전했다. 또 다른 새내기 유권자 배현수(계룡시 신도안면·19) 씨 또한 “교복을 입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으로 취급하는데, 이제 우리도 당당히 성인 유권자와 동등한 민주시민으로 인정받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 감격스럽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만 18세 유권자 표심 찾아 삼만리
약 100분의 1, 전체 유권자 중 1.2%를 차지하는 만 18세 유권자들. 숫자만 놓고 보면 언뜻 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 표 차로도 당락이 갈리는 선거에서 절대 적은 비율이 아니다. 이를 증명하듯,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장 ‘뉴페이스’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정당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지난해 12월, 만 16~18세 청소년을 중심으로 ‘청소년분과위원회(이하 청소년분과위)’를 신설했다. SNS를 통해 더민주 소속 전국청년당 장경태 위원장은 “청소년분과위에서는 학생인권조례, 교내 민주주의 등 청소년 의제에 대해 폭넓게 다뤄질 예정이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당 지도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후보들도 발 벗고 소통에 나섰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시흥 갑에 출마해 당선된 더민주 문정복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 정책제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또한 20대 국회의원으로서 이번 21대 총선에 출마한 화성 갑 송옥주 의원, 제천·단양 이후삼 의원, 수원 을 백혜련 의원 등도 만 18세 첫 투표권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더민주는 당 차원에서도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확대 ▲청년 인생 설계 학교(한국형 갭이어) 운영 추진 ▲청년 공공 주택 확대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만 18세 유권자의 표심 잡기에 힘썼다.
정의당은 지난 1월 7일 정당 중 최초로 만 18세 청소년 입당식을 개최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입당식 축사를 통해 “정의당은 <정당법>을 개정해 정당 가입 연령을 선거권과 동일시하는 조항(제22조)을 폐지함으로써 서구 민주주의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이 정당 활동을 통해 민주주의 제도를 학습하고 건강한 시민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갈 것을 약속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정의당은 ▲선거권과 피선거권 나이 하향을 통한 청소년 정치 참여 확대 ▲20세 청년에 5,000만 원의 기초자산 지급(청년 사회 상속제) ▲등록금 무이자 대출 및 병사 월급 100만 원 실현 ▲19~29세 중위소득 이하 독립 청년에 매월 20만 원 주거 수당 지급 등 ‘18세 시민 여러분에 드리는 정의당 공약’을 발표했다.
민중당은 정당 최초로 만 18세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를 발족했다. 만 18세 선본은 4명의 민중당 청소년 당원으로 구성됐으며 ‘고등학생 유권자 대상 정책 개발 관련 조사’ 등을 시행했다. 지난 13일 열린 고등학생 정책 개발 관련 조사 결과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만 18세 선본 김상천 공동본부장은 “이 조사의 목적은 청소년들이 바라는 국회는 어떤 모습인지, 원하는 정책은 무엇인지 어른들의 편견에 가려지지 않고 청소년 자신의 목소리를 그대로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원하고, 이들이 호소할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개발하기 위한 근거자료를 마련하고자 시행했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민중당은 ▲대학 총장 직선제 법적 의무화 ▲대학 평준화로 학벌 대물림 타파 ▲고졸자 차별 금지법 시행 등을 포함한 10대 청년 주요 공약을 내세웠다.
원외 정당인 녹색당은 학교 급식 채식 선택권, 강제적 학습 노동 금지 법제화 등의 청소년 관련 공약을 내세우며 청소년 복지를 약속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김혜미 씨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녹색당이 내놓은 대표적인 청소년 공약인 강제적 학습 노동 금지 법제화는 배움의 주체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수용이 가능한 학습 시간의 범위를 산정하고, 이를 넘어선 강제적 학습 노동을 부과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왜 어른들‘만’ 할 수 있나요?
만 18세 유권자가 첫 투표권을 행사한 21대 총선이 끝났지만, 만 18세 유권자에 대한 찬반 공방은 여전하다. 대학 입시(이하 대입) 학원 강사인 신장우(성남시 중원구·28) 씨는 “모든 청소년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입 준비에 바빠 아직 사회를 잘 모를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투표에 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성인 유권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정치 관련 루머에 휩쓸리기도 쉬울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친구들을 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한 포털사이트의 네티즌은 “고3이라 해도 이성적으로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건 누구나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사실인데, 굳이 선거권을 줘야 하는지 의문이다. 10대는 비판적 사고력이 더욱 떨어져 다른 사람에 의해 쉽게 영향받을 우려가 있다”라고 적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촛불청소년인권연대 유민규 활동가는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기 쉽다’는 말은 청소년 참정권을 반대하는 주된 주장들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정확히 똑같은 말을 불과 100년 전의 여성 참정권 활동가, 흑인 참정권 활동가도 들었다는 사실이다. 여성은 감정적이고, 흑인은 지능이 떨어진다는 말은 결국 남성이, 백인이, 어른이 청소년들보다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할 수 있는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미 권력을 가진 사람은 절대 능력을 의심받지도 않고 ‘자격’을 증명할 것을 요구받지 않지만, 사회적 소수자는 권리를 누리기 위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여타 다른 권리들이 그렇듯, 참정권은 어떤 능력에 의한 증명으로, 역할 수행에 의한 자격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닌 민주주의 사회 시민이라면 어떠한 조건도 없이 보장돼야 하는 기본권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21대 총선에 만 18세 유권자로서 투표권을 행사한 배현수씨는 “3·1운동을 이끈 유관순 열사도 우리와 같은 고등학생이셨다. 4·19 혁명도 고등학생이 주역으로 앞장섰다. 이러한 역사가 청소년의 미성숙함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반박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같은 만 18세 유권자인 문민기(천안시 서북구·20) 씨는 “우리는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몇 년 전, 촛불 혁명을 통해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수많은 청소년이 광장의 동료로서, 동등한 시민으로서 어른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목소리를 냈다. 창창한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기에 청소년은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며 정치에 다가섰다. 처음으로 투표소에 발을 들인 청소년에게 투표는 ‘희망’ 그 자체다. 청소년이 내딛는 첫 발걸음이 올바른 길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동료 대 동료, 시민 대 시민으로 격려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역시 같은 만 18세 유권자인 김지윤(의정부시 가능동·20) 씨는 “정말 정치에 관심이 없는 친구도 있지만, 좋은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고, 깊이 생각하는 친구도 많다. 세상을 잘 알지 못하는 어린애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같은 유권자로서 올바른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만 18세, 우리는 이런 정치를 원한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이번 21대 총선에서 당당한 유권자로서 첫 투표권을 행사한 이들. 이들이 바라는 정치는, 이들이 꿈꾸는 나라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만 18세 유권자들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소망과 함께 기사를 마친다.
#김지윤 씨
- 국민과 나라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이 좋은 정치인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진정 자신보다 국민을, 또 나라를 위하는 정치인이라면 시간이 오래 걸려도 언젠가는 국민이 인정하고 지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 항상 발전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문민기 씨
- 제가 원하는 정치인은 철길 놓고, 도로 뚫는 그런 정치인이 아닙니다. 누구보다 낮은 자세로 인권의 가치에 동감하고, 지금이 아닌 미래를 바라보는 정치인입니다. 선거연령 하향으로 참정의 문턱이 낮아진 만큼, 21대 국회가 모범이 돼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과 청년 관련 의제에 더욱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합니다.
#위재영 씨
- 자신의 의견과 국민의 의견이 다르더라도,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삶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또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법과 제도가 더 많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정윤채 기자
sunwillrise@cbnu.ac.kr
김범수 기자
flyingwithus@cbnu.ac.kr








정윤채&김범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