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종일 화상 강의와 밀린 과제에 지친 대학생 A 씨지만 지금은 행복한 기색을 감출 수 없다. 오늘은 A 씨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배가 고픈 A 씨는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누른다. 터치 몇 번으로 음식을 주문한 A 씨는 음식을 기다리며 지난번 온라인 쇼핑몰에 찜해뒀던 옷을 구매한다. 음식이 도착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은 A 씨는 미리 준비해둔 간식을 챙기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켠다.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야광봉을 흔들며 콘서트를 즐긴 A 씨는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런 A 씨의 하루가 우리는 낯설지 않다. ‘언택트 소비’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더욱 활발해진 ‘언택트 소비’, 앞으로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익히 알던 ‘언택트’, 코로나19로 급성장
언택트(Untact) 소비란 ‘콘택트(contact, 접촉하다)’에 부정의 의미를 담은 접두사 ‘언(un-)’을 합성한 말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점원과의 접촉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새로운 소비 경향을 의미한다. 언택트 소비는 이미 우리 주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후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소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른 서비스도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언택트 소비에는 키오스크와 온라인쇼핑이 있다. 키오스크는 ▲공차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의 유명 프렌차이즈 매장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대표적인 온라인쇼핑 플랫폼으로는 '쿠팡'과 신세계 'SSG닷컴'이 있다. 또한 언택트 소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은 빠른 배송을 내세우는 ‘마켓컬리’와 ‘쿠팡’ 등이 출현하면서 그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했던 언택트 소비는 코로나19로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월 온라인쇼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은 12조 26억 원으로 지난해 4월 대비 12.5%가 증가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언택트 소비를 선호할까? 지난 4월 9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발표한 ‘언택트 소비 현황’에 따르면, 전국의 성인남녀 3,280명이 복수응답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줄여서(71.6%)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할 수 있어서(47.7%) ▲결제가 편리해서(40.5%) ▲직원 및 판매원과의 접촉이 부담스러워서(32.9%) ▲대기하지 않고 구매할 수 있어서(28.9%) ▲키오스크로 주문받는 가게가 늘어서(15.6%) 등을 언택트 소비 이유로 꼽았다.
‘언택트’ 붐에 발 벗고 나선 외식업계
‘2020년 4월 온라인쇼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온라인쇼핑에서 ‘음식 서비스’ 분야의 거래액은 지난해 4월 대비 83.7%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 대신 집에서 음식을 배달시키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식업계는 다양한 언택트 서비스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완전한 비접촉은 아니지만, 주문과정에서 소비자끼리의 접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서비스’의 도입이다.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는 소비자가 차에 탄 채 주문하면, 판매자가 제품을 차 안의 소비자에게 건네는 방식이다.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는 일부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등에서 제공하던 서비스인데, 코로나19의 여파로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광주광역시 남구 방림동에 위치한 ‘미스터 초밥’의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이용한 유지민(광주시 남구·26) 씨는 “아무래도 차 안에서 주문하고 음식을 받을 수 있으니 주차 고민도 사라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어 좋았다”라고 전했다.
또한, 배달이 가능한 업종이 늘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던 ‘뚜레쥬르’는 도입 6개월 만에 매출이 무려 1,000% 이상 증가했고,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월에는 전월 대비 매출이 6배 이상 증가한 바 있다. 이에 ‘GS25’는 지난 3월 ‘요기요’나 ‘부릉’ 같은 배달 업체와 제휴를 맺고, 배달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이처럼 언택트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일부 외식업계에서는 언택트 서비스에 적합한 상품을 선보였다. 바로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19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지난해에 이미 4조 원에 육박했다. 이러한 시장의 확장에 이젠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HMR을 넘어 유명 맛집에서도 HMR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한 예로 홍대 유명 음식점 ‘미로식당’은 이미 판매 중인 ‘떡볶이’에 이어 지난달 14일 ‘국물 소갈비찜’ HMR을 ‘마켓컬리’에 출시했다.
이젠 문화공연도 ‘언택트’로
세계적인 인기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18일과 19일 온라인 스트리밍 축제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 BTS Online Concert Weekend)’를 공개해 이틀 동안 총 5,059만 건의 조회수와 최대 동시 접속자 수 224만 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콘서트도 언택트로 즐기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문화공연에 대한 언택트 서비스와 소비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18일 충북 청주한국민족예슬총연합(이하 청주민예총)은 ‘유튜브’에서 관람이 가능한 온라인 전시회 ‘필 소리 울림’과 ‘사진 작품전시회’를 열었다. 청주민예총 김영범 사무국장은 “이러한 온라인 예술 나눔으로 공연예술가들의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지만, 온라인을 통한 관객과의 공감은 한계가 있으므로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현장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공연을 이어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언택트 공연 및 전시회의 가장 큰 장점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 공연과 전시회에만 느낄 수 있는 열광이나 공감 등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지난 3월 7일 열린 가수 백예린의 ‘자카르타 유튜브 라이브 콘서트’를 관람한 서민지(진주시 강남동·23) 씨는 “언택트 공연은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점이 좋아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것 같다. 하지만 현장 사운드가 그대로 전달되기 어렵고, 무엇보다도 공연자와 소통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운 점이다”라고 전했다.
성장하는 ‘언택트’, 문제는 없나?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성장한 언택트 시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돼도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15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서비스 모델과 정책 과제’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비대면 방식으로 제공되는 비즈니스모델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서비스산업은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언택트 시장의 성장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 학교 심리학과 유성은 교수는 “언택트 소비는 ‘정보 불균형에 의한 소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고령층이나 일부 취약 계층들은 기술의 부재 또는 정보의 부재로 인해 이러한 트렌드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소외가 사회 불평등을 야기해 개인의 부정 정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또 언택트 시장의 팽창이 ‘큐코노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큐코노미’란 격리(Quarantine)와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소비자들이 사람 간의 대면이나 함께 하기를 꺼리는 불안 심리가 증폭돼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가 어려워지는 격리경제 현상을 일컫는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유통산업학과 하광옥 교수는 “큐코노미는 소비자의 대면 경제 활동이 위축돼 소비가 축소되며 발생한다. 소비의 축소는 유통 물류 서비스 경제에 1차적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 유통업, 항공업, 물류업 등의 생산성과 고용에 직접적인 감소 효과가 발생하고, 2차적으로 관련된 직접 납품 중소기업으로 확대되며 3차적으로는 전 제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큐코노미의 위험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면접촉을 전제로 운영된 기존의 시장경제 체제를 전면적으로 검토해 정부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진단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택트 소비는 바쁜 현대인의 시간 절약을 위해 시작됐다. 이후 언택트 소비는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 예방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문화로 변화했고, 그 영역도 크게 확장됐다. 언택트 소비가 증가한다고 해서 대면 소비가 아주 없어지진 않겠지만, 대면 소비 비중이 줄어드는 건 명확한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지만, 이 변화를 임의로 막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는 우리의 최선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려는 공동체 의식일 것이다.
박예림 기자
goody727@cbnu.ac.kr
임유빈 기자
glaraim@cbnu.ac.kr








박예림&임유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