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어사전이 말하는 쓰레기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내다 버린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그러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모 방송사의 동물행동 교정 프로그램의 이름처럼, ‘세상에 쓸모없는 쓰레기는 없다’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버려진 쓰레기를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쓰임새와 가치를 불어넣는 현대판 연금술,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리사이클링? 이제는 업사이클링!
먼저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Recycle)의 합성어로 버려진 쓰레기에 새로운 쓰임이나 디자인을 가미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지난 2012년 국립국어원 제8차 말다듬기위원회 회의에서 제시한 우리말 표현인 '새활용'으로도 불린다. 이를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 개념과 혼동하는 이들도 많은데, 리사이클링이 단순히 '버려진 제품을 재생해 다시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면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쓰임새나 디자인을 부여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 버려진 의자를 예로 들자면, 버려진 의자를 원형 그대로 화분 받침대나 협탁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단순 '재활용'에 머문다. 그러나 만약 버려진 의자를 분해하고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을 접목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이는 '새활용'이 된다.
이러한 업사이클링은 1993년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젖지 않는 가방을 제작하기 위해 버려진 천막을 사용하면서 탄생한 브랜드인 '프라이탁(FREITAG)'을 시초로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유럽 패션산업계를 필두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선거철마다 단기간 사용되고 버려지는 폐현수막을 이용해 가방이나 지갑을 제작하는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의 등장으로 차츰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런 단계를 지나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은 2013년 39개사 20억 원에서 지난 2019년 150여 개사 200여억 원 규모까지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스타트업 기업 위주로 돌아가던 시장에 친환경 마케팅을 노린 ▲더노스페이스 ▲블랙야크 ▲코오롱스포츠 ▲한섬 등의 유명 기성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업사이클링의 대중화에 가속이 붙기도 했다. 이 같은 시장 규모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5월, 환경부도 새활용 산업을 대표 녹색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며 국내 업사이클링 기업 육성을 위해 15억 원을 투자하는 등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한편, 업사이클링은 패션 업계를 넘어 재건축과 인테리어를 통한 공간 업사이클링과 식음료 업사이클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먼저 공간 업사이클링의 예로는 우리 학교에서 시내버스로 3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하 청주관)이 있다. 청주관은 지난 1946년 설립돼 담배공장으로 사용되다 지난 2004년 폐업한 이후 오랫동안 방치된 연초제조창을 재건축해 문을 연 곳으로, 충북대신문 제938호 문화면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더하여 최근에는 KT링커스가 지난달부터 아라워크앤올과 함께 폐기 예정인 공중전화부스를 1인용 사무·놀이 공간인 ‘아리부스’로 재탄생시키는 공간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식음료 업사이클링으로는 오비맥주가 푸드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맥주를 만들 때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해 간편대체식을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수제맥주기업 ‘카브루’도 ‘리하베스트’와 손을 잡고 수제맥주 부산물을 재료로 스낵 종류의 디저트를 개발 및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왜 MZ세대는 업사이클링 상품에 지갑을 여는가
이처럼 패션 산업부터 인테리어 분야까지 그 영향을 넓혀가며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업사이클링 관련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들의 주요 구매 타깃층은 다름 아닌 MZ세대(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해 이르는 단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업사이클링의 시초이자,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프라이탁이 출시한 제품군의 주 구매 연령층은 소위 인스타그램 ‘패피(패션피플)’를 자처하는 2030 청년층이다. 또한 국내외 패션브랜드 온라인 셀렉트 쇼핑몰인 ‘무신사스토어(musinsa)’의 지난해 통계에 의하면, 또 다른 업사이클링 기업 '누깍(Nukak)' 브랜드 제품의 주 구매층은 19세에서 23세 사이 젊은 여성이다.
대체 왜 MZ세대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에 열광하는 것일까? 기자가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소비한 경험이 있는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세대적 특성이다. MZ세대는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 신념을 밝히는 데에 가장 거침이 없는 세대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지난 2019년 MZ세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년 1534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및 가치관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48.7%가 자신이 추구하는 소신과 가치에 맞는 생활습관 변화를 시도한다고 답했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를 증명하듯, 기자가 만난 업사이클링 브랜드 소비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업사이클링 브랜드 소비 이유로 꼽은 가장 큰 이유는 ‘미닝아웃’이었다.
미닝아웃이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을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신조어로, 본인의 정치적.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프라이탁에서 메신저백과 지갑 등 여러 제품을 구매해왔다는 임효은(서울특별시 송파구·23) 씨는 “패스트 패션의 유행으로 환경오염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의류산업계에서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는 흙 속에 파묻힌 진주와 같다. 과잉생산이 일상화된 시대에서 폐기물을 새 상품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재 가치가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해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라며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얼마 전 버려진 폐소방호스로 제품을 제작하는 국내 신생 업사이클링 브랜드 ‘119REO’에서 카드지갑을 구매했다는 최진영(부산광역시 수영구·24)씨도 “디자인과 내구성 같은 부차적인 요소도 고려하긴 했지만, 제품 선택 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기업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였다. 지갑 하나를 산 것뿐인데 환경보호에 이바지했다는 느낌에 뿌듯하다”라며 자신의 소비관과 구매 소감을 밝혔다.
두 번째 이유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제품이 갖는 ‘유일성’이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제품의 경우, 브랜드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체적으로 일반 패션 브랜드 제품보다는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다. 폐기물을 수집하고, 수집한 폐기물을 다시 세척하고 가공해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업사이클링 브랜드 중에서는 제품 가격이 중저가 패션 브랜드 못지않게 고가인 것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비싼 제작 비용이라는 애로사항만 주는 것은 아니다. 버려진 폐기물을 재활용해 생산하다 보니, 공장에서 찍어내는 획일화된 디자인의 제품과 달리 재활용하는 자재 특유의 개성이 살아 있는 말 그대로 ‘ONE AND ONLY’인 제품들이 생산되는 장점이 있다. 예외는 있지만 실제로 많은 업사이클링 브랜드는 ‘세상에 하나뿐인 디자인’을 제품 설명에 기재해 홍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라이탁에서 백팩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탁세민(경기도 이천시.18) 씨는 “프라이탁 제품의 경우 버려진 천막을 재활용해서 만들다 보니 똑같은 제품이 단 한 개도 없다. 내가 메고 있는 가방과 똑같은 가방을 멘 사람이 지구에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이런 특별함 때문에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를 더 찾게 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청주에서 만난 업사이클링 기업, RE:BUD
MZ세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수많은 업사이클링 브랜드. 그러나 업사이클링 시장을 주도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는 몇 가지 브랜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된 브랜드다. 이에 기자는 국내에서 탄생한, 그것도 우리 학교가 위치한 ‘청주’에서 태어난 한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버려진 교복을 재활용해 가방을 제작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RE:BUD(이하 리버드)’다.
리버드라는 브랜드명은 RE+BIRTH+DREAM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교복을 재활용해 꿈과 희망이 담긴 제품으로 다시 세상에 내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같은 브랜드명의 의미를 증명하듯, 모든 리버드 제품은 제작 과정부터 평범하지 않다. 모든 리버드 제품은 청주시 서원구 노인복지관 소속의 어르신들과 함께 제작되며,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노인 일자리 지원과 사회 취약 계층 지원 등에 사용한다. 버려지는 교복 업사이클링과 청주시 노인 일자리 문제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리버드 브랜드 런칭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리버드는 SK하이닉스와 함께 하는 지역사회 공헌 활동 속에서 탄생된 브랜드다. SK하이닉스에서는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행복나눔기금’을 조성해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지난 2018년 그 일환으로 청주에 행복교복 센터를 설립해 지역 노인 복지관과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행복교복 사업에 함께하는 어르신들과 ‘어떻게 하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버려진 중고 교복으로 가방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를 기획하게 됐는데, 그렇게 태어난 브랜드가 바로 리버드다.
이 같은 배경에서 시작된 리버드는 지난해 12월 런칭 이후, 현재 공식사이트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으며 제품 출시 직후 오랜 기간이 지나지 않아 다수 제품이 매진될 만큼 인터넷 상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지금도 리버드 사이트의 질의응답 게시판에는 ‘재입고 예정은 있나요’, ‘언제 다시 구매할 수 있나요’라는 등의 재입고 요구 글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대해 리버드 조예나 담당자는 “20대부터 60대까지 구매층이 정말 다양하다. 나이에 상관없이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리버드를 찾아주시는 듯하다. 버려지는 교복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기까지는 상당한 손길이 필요하다. 교복을 재활용해 제품을 제작한 사례가 없다 보니 제작 과정에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라며 “런칭한 지 오래된 브랜드가 아님에도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걸 보며 가치 소비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사회적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다. 앞으로도 리버드가 사회에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울 소재의 동복 자켓을 활용한 프리미엄 라인과 소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조합해 실용적이고 간편하게 들 수 있는 제품들, 그리고 가방뿐만 아니라 다이어리를 비롯한 팬시 제품도 출시 예정이다. 교복 소재와 패턴을 활용해 제품 생산의 폭을 점차 넓혀나갈 예정이다”라며 차후 신제품 출시 계획에 대해 전했다.








정윤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