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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채
아날로그의 반격! 20대, LP에 빠지다
제 956 호    발행일 :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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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흔들고 있는 한 노래가 있다. 바로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Rollin(이하 롤린)’이다. 발매된 지 4년이 훌쩍 지난 이 곡은 모 유튜브 채널의 댓글 모음 영상을 시작으로 입소문에 오르기 시작해 몇 주 전부터는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은 물론 대형 음원 차트 1위를 휩쓸며 가요계 역주행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여기, 대한민국 음반 시장에도 롤린 못지않은 엄청난 역주행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아날로그 세대만의 ‘유물’로 전락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2030세대의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은 오늘의 주인공 ‘LP’를 소개한다.

역사 속 유물였던 LP의 화려한 귀환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말이 있듯, 그동안 우리나라의 음반 시장은 놀랄 만큼 변화해왔다. 묵직한 턴테이블에 검은 도넛 모양의 커다란 LP로 음악을 듣던 풍경은 1980~90년대에 손바닥만 한 카세트테이프와 CD가 음반 시장을 점령하면서 자연스럽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00년대부터는 MP3와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실물 음반을 구매하기보다는 음원을 기기에 다운로드하거나 스트리밍으로 듣는 것이 일상화됐고, 실물 음반 시장은 가까스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그나마 KPOP 시장이 해외로 확장되면서  CD를 ‘굿즈(팬클럽 상품)’의 일종으로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미했던 LP 판매량이 CD판매량을 앞지르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1986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LP 판매량이 CD 판매량을 추월했다. 지난해 9월 미국음반산업협회(Record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가 발표한 2020년 반기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상반기 LP 판매량은 약 2억 3,210만 달러였고, CD 판매량은 약 1억 2,990만 달러에 그쳤다. 이 같은 LP의 놀라운 역주행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YES24가 지난해 말 발표한 지난 3년간 LP 판매 관련 데이터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LP 판매량은 전년 대비 무려 73.1%나 증가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국내 가요계도 LP 발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잔나비 ▲백예린 ▲버스커버스커 ▲블랙핑크 ▲아이유 ▲카더가든 등 1020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젊은 뮤지션들도 자신들의 앨범을 LP버전으로 발매해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백예린의 정규 1집 <Every Letter I sent you> LP는 무려 15,000장이 팔렸는데, 이는 국내 인디가수의 LP로는 이례적인판매고였다. 또한, 과거 큰 사랑을 받았던 ▲델리스파이스 ▲이문세 ▲이소라 ▲전람회 ▲패닉 등의 명반 LP가 재제작/재발매되고 있다.
  이 같은 LP 열풍은 일명 ‘플미(프리미엄의 준말로, 희소 상품을 정가에 구매해 비싼 가격에 되파는 것)’의 성행으로도 이어졌다. 제작 공정상 국내 LP는 CD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 수량을 한정 판매하거나, 사전에 주문받은 수량만큼만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를 악용해 초도 수량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원가보다 몇 배 높은 가격으로 되팔아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로 기자가 대표적인 중고 커뮤니티 몇 곳을 검색해보니 한정 수량으로 제작됐거나 재발매 일정이 불투명한 인기 가수의 LP가 원가의 20배로 올라와 있었다. 이에 대해 이희정(인천시 미추홀구·25) 씨는 “얼마 전 중고 커뮤니티에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LP가 200만 원에 올라온 것을 봤다. 잔나비 2집 <전설>도 지금 중고로 구하려면 기본 판매가가 원가의 2배다. 노래는 아이유랑 잔나비가 불렀는데 돈은 리셀러들이 번다”라고 한탄했다. 기자가 동묘에 위치한 LP 중고매장에서 만난 ㄱ씨(서울시 강서구·37)도 “중고 LP 가격이 작년을 기점으로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LP에 처음 입문했을 때는 2~3만 원으로 구매할 수 있던 것이 지금은 두 세배로 뛰었다. 오죽하면 ‘LP테크’라는 말까지 나오겠냐”라며 불만을 표했다.

7080세대에게는 ‘그리움’을,
2030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주목할 점은 이 같은 LP 열풍을 견인하는 주 구매층이 실물 음반보다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에 익숙한 2030세대라는 것이다. 신규 발매 LP 기준 장당 평균 4~6만 원대의 비싼 가격, 봄에 주문하면 가을에나 받을 수 있는 기나긴 제작 과정, CD에 비해 까다로운 보관·관리 방법까지 LP가 가지고 있는 여러 애로사항에도 불구하고, ‘빠름’과 ‘편리함’을 중요시하는 2030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LP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기자가 2030세대 LP 마니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이들의 LP 입덕(어떤 분야에 푹 빠져 마니아가 됐음을 이르는 인터넷 신조어) 계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유행을 넘어 이제는 엄연한 트렌드로 굳어진 ‘뉴트로(New+Rerto)’ 때문이다. 뉴트로는 오래된 것을 소환해 현대적 가치를 입힌다는 개념으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7080세대에게는 추억을 자극하고, 2030세대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업계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뉴트로 감성, 속칭 ‘그 시절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LP에 빠지는 2030세대가 늘어난 것이다. 이런 인기를 증명하듯 레트로를 콘셉트로 하는 LP카페나 LP바가 2030세대의 ‘핫플(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이희정 씨는 “멜론이나 벅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 것이 확실히 더 편리한 것은 맞지만, LP만이 줄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은 그 무엇과도 대체가 되지 않는다. 턴테이블 위에서 돌아가는 레코드판을 보고 있을 때면 음악과 함께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포근해진다. 휴대폰이나 CD로는 절대 누릴 수 없는 행복이다”라며 LP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두 번째는 LP를 단순히 청음용이 아닌 ‘수집용’, 일종의 수집품 삼아 구매하는 소비 방식이 2030세대에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에서 자신의 턴테이블과 수집한 LP 사진을 업로드하며 LP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LP용 인스타그램 계정을 따로 개설해 운영 중인 최민범(원주시 지정면·26) 씨는 “수집 차원에서 한두 장씩 모으기 시작한 게 벌써 몇십 장이 됐다. LP 특성상 한 번 구매 시기를 놓치면 웃돈을 주고 사지 않는 이상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이 LP는 나중에 희소성이 높아지겠다’ 싶은 건 커버와 색깔별로 여러 장 구매하기도 한다. LP를 재생할 턴테이블이 없는데도 LP를 수집하는 사람도 꽤 많은 걸 보면 수집품으로 확실히 LP의 선호도가 높아진 듯하다”라고 전했다.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신비한 LP사전

  아날로그 세대의 유물로 전락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2030세대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LP. 이 LP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LP에 입문하고 싶지만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기자가 제작한 초심자용 ‘LP사전’을 소개한다.

◇ LP,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 LP를 재생할 수 있는 턴테이블부터 사는 것이 우선! 10만 원대 중후반에서 20만 원 초반 정도의 자금만 있다면 입문용 턴테이블 구매가 가능하다. 가장 유명한 입문용 제품으로는 저가 순서대로 ▲사운드룩 SLT-1080BT ▲오디오테크니카 AT-LP60XBT ▲데논 DP-29F 등이 있다. 다만 사운드룩 SLT-1080BT처럼 스피커와 턴테이블이 일체형으로 구성된 제품의 경우, 스피커를 별도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은 있으나 턴테이블 재생 시 스피커의 진동으로 인해 LP가 손상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 올바른 LP 보관법은?
- LP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개복치’가 아닐까 싶다. 작은 충격에도 돌연사하는 개복치처럼 LP는 작은 손상, 한 톨의 먼지에도 상할 수 있다. 괜히 LP 관련 커뮤니티에서 LP를 상전 모시듯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은 다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수납은 무조건 수직으로 세워서. 눕혀서 보관하거나 비스듬하게 보관할 경우 판이 휠 수 있다. 두 번째는 맨손으로 만지지 않기. 부득이하게 판을 만져야 할 때는 꼭 가장자리나 중앙 라벨 부위를 집어야 하며, 되도록 지문방지용 LP 전용 보호 그립을 구매하자. 세 번째는 재생 전에 꼭 한 번씩 닦아주기. 먼지가 있는 상태로 LP를 재생할 경우, 잡음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LP 자체에도 손상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용 먼지 제거 롤러나 극세사 천을 이용해 깨끗하게 닦아준 뒤 재생하자. 마지막 네 번째는 정전기방지 비닐에 보관하기. 간혹 종이 속커버에 LP가 담겨 오는 경우가 있는데, 정전기가 발생해 보관에 좋지 않으므로 인터넷에서 정전기방지용 LP 속비닐을 따로 구매해 옮겨두는 것이 좋다.

◇ 중고 LP 잘 사는 방법은?
- 신규 발매 LP의 경우 정가를 쉽게 알 수 있지만, 오래전 발매된 LP의 경우 그 정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온/오프라인을 뒤져가며 발품을 파는 것이다. 오프라인의 경우, 대표적인 중고 LP 성지는 동묘 구제시장 쪽 성동공고 뒷골목과 서울풍물시장이다. 서로 인근에 위치해 한 번에 방문할 수 있다.
- 먼저 1호선 신설동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서울풍물시장 건물로 들어가면, ‘라스트찬스’와 ‘지혜만물’ 등 4개의 LP 매장을 발견할 수 있다. 매장 크기가 다소 협소해 이문세나 김광석처럼 수요가 많은 중고 LP는 아예 판매하지 않는 곳도 있지만, 시세는 나쁘지 않다. 라스트찬스는 다양한 해외 음반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지혜만물은 LP 분류와 가격 표시가 깔끔해 원하는 LP를 찾기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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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동묘 구제시장 쪽 성동공고 뒷골목에서도 다양한 중고 LP 매장을 만나볼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장안레코드’와 ‘돌레코드’ 두 곳이다. 나란히 붙어 있어서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장안레코드는 속칭 레어템이라고 불리는 희귀 음반도 다수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관 상태와 가격 표기는 물론이고 장르별·아티스트별 분류도 깔끔해 둘러보기 편하다. 다만 가격이 다른 매장에 비해 다소 비싸다. 돌레코드는 시세는 나쁘지 않지만, 매장 분위기 자체가 세월의 향기가 느껴지고 분류가 그리 깔끔하지 않다. 그래도 사장님께 찾고 있는 LP를 말씀드리면 탐정처럼 구석 어딘가에서 LP를 집어다 준다. 이외에도 ▲양평사운드 ▲엘피닷컴 ▲종로음악사 ▲추억소리 등의 매장도 있으니 쭉 둘러보고 어느 정도 시세를 파악한 후 구매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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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채 기자
sunwillrise@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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