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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건&배시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대학 내 청소 노동자 부당 대우
제 967 호    발행일 :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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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서울대에 근무하던 청소 노동자가 뇌출혈로 사망했다. 지병으로 추측했던 노동자의 실제 사망 사유는 과로였다. 2년 뒤인 2021년, 서울대 기숙사에 근무하던 청소 노동자가 갑질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2022년,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의 권리 증진 시위와 함께 ‘학생들을 위해 일해야 할 이들이 소음을 빚어내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연세대 일부 재학생이 청소 노동자를 고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2019년부터 2022년, 어쩌면 그 이전부터 대학 내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무수히 많은 언론이 보도하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음에도 왜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라지고 있는 권리를 파헤쳐본다.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의 외침

  지난 7월 26일, 최고기온 33도의 중복 더위 속에서 권리 증진을 위해 집회를 벌이고 있는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을 직접 만났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해 어느덧 반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연세대 총무처가 있는 백양관 앞은 ‘투쟁’을 외치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집회가 한창이었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연신 종이박스 조각으로 부채질하며 구호를 외쳤고, 연세대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보내준 응원 문구를 읽으며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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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청 용역업체 측과 노조 측의 교섭이 결렬된 지난 3월부터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시급(청소 노동자 400원, 경비 노동자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정년퇴직으로 생긴 결원 보충 ▲휴게시설 개선 등을 요구했다. 기자가 방문한 당시에는 이들 요구 중 휴게시설 개선만 총무팀장의 구두 약속을 받았고, 나머지 요구사항은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였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이하 연세대분회) 이상덕(66) 조직부장은 “정부에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했는데도 현재 학교 측은 노동자들의 시급을 올려주지 않고 있다. 물가가 폭등하는 요즘 상황을 생각하면 440원 인상은 그렇게 많다고 볼 수가 없다”라며 시급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교내 청소를 하다 보면 땀이 흘리고, 땀으로 인해 몸에서 악취가 난다. 악취가 나면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힘들어하는데, 퇴근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꺼려진다고 한다. 그래서 샤워 시설이 꼭 필요하다. 또, 정년퇴직한 인원만큼 인력은 보충하지 않아 일이 그만큼 더 힘들어졌다. 인력 충원이 절실한 실정이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원청인 연세대의 미온적 태도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기약할 수 없었다.
  기자가 집회 현장을 방문하고 일주일이 지난 8월 2일, 원청인 연세대, 하청 용역업체, 노조가 한자리에 모인 간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연세대는 임금인상과 인원 충원 문제를 조속히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어 8월 4일, 연세대분회는 하청 용역업체와 직접 면담을 갖고 향후 2주 동안 노사가 집중적인 교섭에 임하기로 합의했고, 교섭 기간에는 집회를 잠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8월 26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마침내 처우 개선안에 대한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과 하청 용역업체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합의 내용은 ▲청소 노동자 시급 400원(지급액 9,790원), 경비 노동자 시급 440원(지급액 9,190원) 인상 ▲정년퇴직으로 부족해진 인력 충원이다. 하지만 열악한 휴게실을 개선하고 샤워실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연세대는 ‘점진적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하겠다’라는 원칙만 밝혔다.

원청과 하청, 서로에게 떠넘기는 책임

  대학 청소 노동자에 대한 권리 침해 문제는 연세대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서울대는 정규직이던 청소 노동직을 외부 용역으로 전환하고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급을 지급해,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2011년에는 홍익대와 용역업체의 계약이 해지되면서 170명의 청소 노동자가 집단 해고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2019년 서울대에서는 50대 청소 노동자가 교내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고인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에서 대형 100L 쓰레기봉투를 매일 6~7개씩 날랐고, 학교 시설물의 이름을 한문으로 쓰는 시험을 보고 점수가 낮으면 모욕을 받는 등의 갑질을 당했다. 2년 뒤인 2021년,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에서 근무하던 청소 노동자가 과로로 인해 사망했다. 서울대 측은 과로사를 인정했지만, 그 대책으로 ‘주말 기숙사 청소업무를 외부 업체에 맡기겠다’라고 통보해 세간의 빈축을 샀다. 그 밖에도 ▲2009년 부경대 청소 노동자 집단 해고 ▲2011년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청소.경비 노동자 임금인상 요구 파업 ▲2014년 경상대 청소 노동자 정규직 전환 요구 파업 등이 있었고, 현재도 대학 내 청소 노동자의 인권 침해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시기와 장소의 차이만 있었을 뿐 그동안 대학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요구한 것은 최소한 인간적 대우다. ▲법정 최저임금 보장 ▲휴게 시간과 휴게 장소 보장이 파업에 참여한 청소 노동자들의 공통된 요구사항이다. 그런데도 청소 노동자의 처우를 쉽게 개선하지 못하는 것은 원청과 하청이라는 간접 고용 형태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월간 노동 리뷰> 2016년 2월호에 따르면 2015년 11월 기준 서울소재 38개 대학 중 33곳이 간접 고용을 택하고 있었다. 간접 고용은 대학이 외부 용역업체와 1~2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용역업체를 통해 청소.경비 노동자를 고용하는 형태이다. 이때 대학은 원청, 용역업체는 하청이 되는데, 노동자는 하청이 고용한 직원이다. 이런 이유로 문제가 발생하면 원청인 대학은 노동자를 고용한 것은 하청이니 용역업체가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용역업체는 원청인 대학이 노동자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신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책임을 떠넘긴다. 한국노동연구원 조혁진 연구위원은 <이대학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용자 책임 회피’가 대학이 간접 고용을 택하는 가장 큰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간접 고용은 노동자의 고용불안정과 낮은 처우를 초래한다. 원청인 학교는 일반적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최저낙찰제’를 적용해 용역 계약을 체결한다. 이렇다 보니 재계약이 안 되면 노동자는 늘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또한, 용역업체는 계약을 위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 하므로 그만큼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 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 TF 소속으로 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사건 조사에 참여한 이탄희 의원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청소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공동체 구성원이 지속해서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면 권리 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학교의 청소 노동자는?

  지난 2019년 9월 25일, <충북인뉴스>는 ‘충북대 미화원 휴게실은 창고 겸용’이라며 우리 학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학교 청소 노동자의 근무 환경은 개선이 됐을까? 우리 학교 총무과 인사 담당자와 청소 노동자들을 만나 취재해봤다.
  먼저, 우리 학교 현재 104명(남 21, 여 83)의 청소 노동자가 각자 배정된 건물의 미화와 관리, 분리수거를 담당하는데, 이들은 2018년부터 학교가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 직고용 형태로 고용된 상태이며, 임금도 최저임금 이상으로 호봉제를 적용하며 기본급과 더불어 ▲명절휴가비 ▲직급보조비 ▲가족수당 ▲상여금 ▲정액 급식비의 추가 수당도 지급한다. 또한 총무과 인사 담당자는 “지금도 청소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다음으로 휴게시설은 49개로 건물 대부분에 설치돼 있었으며, 평균 면적은 약 24㎡(7.3평)로 2~3명의 노동자가 사용하고 있었다. 휴게시설의 위치는 지하나 반지하는 없었고, 모두 지상에 있었다. 다만 개신문화관 휴게시설은 지하층에 있었는데, 지하층에 정문이 있는 개신문화관의 특수한 구조와 주요 편의시설이 지하층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열악한 환경으로 볼 수는 없다. 또한 냉난방 시설도 모든 휴게시설에 잘 갖춰져 있어, 과거의 창고 겸용 휴게실은 고릿적 이야기가 됐다. 아쉬운 점은 공간의 한계로 샤워 시설을 모든 건물에 설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신 대학본부와 스포츠센터 내 샤워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한 노동자들에게 편의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휴게시설 중 아쉬운 곳도 있었다. 건물 구조의 한계 때문이긴 하지만 인문사회관(N-14) 휴게시설은 면적이 제일 작았고, 창문이 외부가 아닌 건물 내부로 나 있으며, 방 중간에 벽이 있어 환기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래도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다른 대학에 비해 우리 학교의 청소 노동자 처우는 우수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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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에는 귀천(貴賤)이 없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본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실은 직업에 귀천이 있고, 모든 노동이 신성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면 우리 사회는 짐승들이 살아가는 약육강식의 초원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인류는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문화와 제도를 만들었고, 만들고 있으며,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간절한 바람조차 듣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찾아올까?

김동건 기자
dongard@chungbuk.ac.kr
배시혜 기자
bsh1210@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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