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대학생인 A는 편의점에 있는 ‘삼립 빵’을 먹지 않는다. 다른 이들이 식후 간식으로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갈 때도 A는 간단한 음료를 사 마시거나 아무것도 먹지 않는 걸 택한다. 빵을 살 때는 ‘파리바게뜨’나 ‘던킨도너츠’가 아닌 동네 빵집을 이용하고, 음료를 마실 때는 ‘파스쿠찌’ 외의 카페를 찾고자 한다. A가 이렇게나 특정 가게에 대한 ‘불매운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이유는 이 가게들이 바로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노조원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는 ‘SPC그룹’(이하 SPC) 소속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기업과 그에 맞선 파업, 그리고 그런 기업을 응징하는 ‘불매운동’에 대해 알아봤다.
사회적 합의 외면한 ‘SPC’
SPC는 1945년 ‘상미당’이라는 제과점에서 출발해 현재는 대형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는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SPC의 산하 기업으로는 ▲배스킨라빈스 ▲파리바게뜨 ▲삼립 ▲쉑쉑버거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등이 있다. 거리에 나가면 하나쯤은 마주할 수 있는 유명 브랜드들을 운영 중인 SPC가 최근 화두에 오른 건 계열사인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들에 대한 갑질 때문이다.
지난 2017년 9월, 파리바게뜨는 5,000명이 넘는 제빵기사를 불법 파견한 후 연장근로수당 총 110억 1,700만 원을 미지급했다. 해당 사실이 발각된 후 고용노동부는 제빵기사들의 직접고용과 미지급 수당 지급을 지시했고, 이를 시정하지 않을 시 과태료 및 사법 처리를 진행하겠다는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파리바게뜨 측은 1차적으로 시정지시 취소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각하됐고, 2018년 1월 시민대책위의 중재로 SPC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의 노사공동선언이 발표됐다.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를 3년 이내에 본사 소속 노동 조건과 맞추겠다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며 과태료를 면제받았다. 그러나 2021년 4월, SPC는 일방적으로 민주노총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합의 이행 완료를 선포하며, 교섭 상대를 한국노총으로 변경했다.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에서 발표한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 결과에 따르면 SPC 파리바게뜨가 완료했다고 주장한 10항목 중 실제로 이행된 항목은 제1항과 제9항 단 두 개에 불과했다.
이후 SPC는 민주노총 소속인 노조원의 민주노총 탈퇴와 한국노총 가입을 협박 및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승진에서 대거 누락하고, 단식을 막 끝낸 노조원이 신청한 연차를 불승인하고 무단결근 처리할 예정이니 속히 출근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는 등 노조 파괴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는 SPC의 진급 차별과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인정하고 관리자 9명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SPC의 대응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53일 동안 단식 투쟁을 한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은 “노조의 투쟁에도 불구하고 SPC는 사회적 합의는 다 이행됐고 부당노동행위도 개인의 일탈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현장에서 올해 안에 민주노총을 와해시키려고 탈퇴작업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면, SPC는 사회적 합의는 애초에 지킬 생각도 없었고 시간을 끌며 노조를 와해시키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문제를 외부에 알리고 불안해하는 조합원들을 지키고자 단식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생존을 위한 노동자 파업
SPC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 대기업을 상대로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이 또 있었다. 바로 하이트진로 운송하청 화물차 기사들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다.

지난해 12월, 하이트진로 운송하청업체 수양물류 소속 화물기사들은 거리당 운송료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대화를 시도했으나 수양물류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화물기사들은 지난 3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에 가입했고, 지난 6월 2일 ▲운임 30% 인상 ▲공병 운임 인상 ▲고용 승계 및 고정 차량 인정 ▲공차 회차 시 공병 운임의 70% 공회전 비용 제공 등을 원청인 하이트진로에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파업 참여 화물기사 130여 명 계약해지 통보 ▲업무방해가처분 신청 ▲수양물류 소속 화물기사 등 11명 상대 5억 7,8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맞섰고, 7월 29일에는 손해배상 청구액을 27억 8,000만 원으로 높였다. 이에 노동자들은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했고, 지난 9월 9일 하이트진로가 손해배상 소송 취하와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의 복직에 합함으로써 파업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본사 검거 농성에 참여한 노조원 11명은 업무방해, 특수주거침입과 퇴거불응,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노동 환경의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6~7월에 걸쳐 51일 동안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은 지난 7월 22일 ▲업체별 평균 4.5% 임금 인상 ▲내년부터 명절과 여름 휴가비 총 140만 원 지급 ▲고용계약 최소 1년 단위 체결 ▲재하도급 금지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 최우선 고용 노력 등의 합의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 42명을 고용하지 않았고,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8천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결국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의 단식 농성이 시작됐고, 지난 9월 7일 대우조선 측은 복직하지 못한 조합원을 2차례에 걸쳐 고용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다음날인 8일에 김형수 지회장은 단식 농성을 종료했다.
비록 합의를 통해 파업이 멈추긴 했지만, 우리 사회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생존을 위한 노동자의 파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어려울 때마다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지만, 정작 호황이 되면 노동자의 희생에 대한 보상엔 인색하다. 또한 비정규직과 파견직 노동자는 늘어나는데,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외면하는 원청의 행태는 바뀔 줄을 모른다. 당장 원청이 파업 참여 노동자에게 청구하는 수십에서 수천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도 해결 못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비윤리적 기업에 책임을 묻는 ‘불매운동’
그런데, 노동자보다 기업 이익을 우선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탓하고만 있을 수 없어 행동으로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선택한 건 바로 ‘불매운동’이다. 불매운동은 특정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행위를 의미한다.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대표적인 기업에는 노동자에 대한 갑질로 논란이 됐던 남양유업이 있다.

사회적 합의를 외면한 SPC도 현재 불매운동의 대상이다. SPC의 화섬식품노조에 대한 갑질이 알려지면서 지난 5월 9일 SNS에서 한 시민이 ‘#동네빵집_챌린지’를 제안한 것이 SPC 불매운동의 시작이 됐다. 이후 많은 사람이 SPC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SPC 등 비윤리적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ㄱ(서울.21) 씨와 우리 학교 서지우(정치외교학과.21) 학생을 만나 이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Q. ‘불매운동’을 어떻게 처음 접했나요?
▶ㄱ: SNS에서 떠돌아다니던 기사를 읽고 알게 됐습니다.
▷지우: 남양 유업의 갑질과 제품에 대한 문제, 여직원을 향한 차별 등의 논란이 한창일 때 SNS를 통해 불매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어요.
Q. 비윤리적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에 참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ㄱ: 원래는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남양유업의 ‘임신포기각서’를 보고 어머니의 임신 및 출산 후 경력 단절이 떠올랐고, 이에 큰 충격을 받아 시작했어요.
▷지우: 남양유업 이후 SPC가 노동자의 기본권리마저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임종린 지회장의 단식 투쟁을 통해 알게 됐어요. SPC를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의 상품이 많아, 불매해도 일상생활에 큰 영향이 없었고,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지속적인 불매가 가능할 것 같아 시작했어요.
Q. 특정 기업의 상품을 불매하면 아무래도 불편함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불매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ㄱ: 우리가 사회의 일원으로 사는 한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는 결코 없기 때문이에요. 누군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외면하면 그 어려움이 나에게도 닥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우: 평소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며,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서 특정 기업의 상품을 포기하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아요. 연대한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기업에 가장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하기에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비윤리적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ㄱ: ‘이게 나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각기 다른 분야에서 겪은 불의에 대한 공감이 알음알음 퍼져나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가 당했던 불의와 살면서 봤던 불편한 일들을 떠올리면서 함께 분노한 게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우: 시대가 발전하면서 인식의 변화도 생기고, 그게 소비자들의 연대로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집단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사항이 현재는 문제시되고,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게 됐으니까요. 개개인으로는 유의미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집단으로 모여야 해결된다고 인식한 사람들이 불매운동을 주도하게 된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불매운동이 가진 장단점에 대해 편하게 얘기해주세요.
▶ㄱ: 장점은 수도 없이 많다고 봅니다. 다만 선의에 뿌리를 두면 ‘강박’이 되기 쉽다는 게 단점이자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불매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는 게 아닌, 잘하고 있는 사람을 추켜세우고 그럴 수 없는 이들의 사정을 다독이며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
▷지우: 장점은 손익에 민감한 기업이 불매를 통해 본인들의 행위를 돌아보고, 문제점을 깨달아 해결하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불매하고 있는 기업의 대체품을 찾으면서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을 발견하는 등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반면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면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계속 이어지지 못해 목적 자체가 사라지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 생각해요. 또한 불매와 관련해 타인에게 본인의 잣대를 들이밀고, 불매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행위는 오히려 불매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킨다고 봐요.
Q.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기업이 어떻게 대처하길 원하시나요?
▶ㄱ: 사과문보다 빠른 조치가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피해보상금 지급 등과 같은 조치 없이 사과문만 발표하면 기업의 피해를 줄이려고 입에 발린 말만 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지우: 불매운동이 발생한 원인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다시 문제를 일으켜 불매운동이 또 일어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불매운동의 의의를 말씀해주세요.
▶ㄱ: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거요. 자본주의는 어쨌든, 서로 경쟁해야 그나마 제 모습을 갖추지 않나 싶어요. 아니면 소상공인을 돕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요. 단순히 안 사는 게 아니라, 다른 걸로 사보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독점을 막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지우: 불매운동은 소비자로서 법적인 절차 등을 통하지 않는 최대한의 의사 표현입니다.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기업에 인식시키고, 운동을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그마한 것부터 천천히 변화시키는 것. 손익을 중시하는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그것이 불매운동이라는 연대가 가진 힘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이에게 변화는 찾아오지 않는다.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모아 우리가 되면 세상은 언젠가 바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의 힘은 강해졌고, 그런 소비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역시 달라졌다. 이제는 사회와 나라를 탓하며 움츠리기보다는 불의와 불합리에 맞서 행동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니 작은 움직임이라도 우선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배시혜 기자
bsh1210@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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