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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채은
‘노동자의 날’이 못 된 ‘근로자의 날’
제 973 호    발행일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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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첫날인 바로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다. 하지만 달력 속 5월 1일은 빨갛게 표시돼 있지 않다. 근로자의 날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 규정>에 의한 ‘법정공휴일’이 아닌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장한 ‘법정휴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만의 휴일이다. 그렇다면 ‘메이데이’, ‘노동절’이라고도 불리는 근로자의 날은 왜 생겼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


노동자가 근로자가 된 사연

  근로자의 날은 매년 5월 1일로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근로자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각국의 근로자가 연대 의식을 다지기 위한 법정기념일이다. 근로자의 날이 5월 1일인 것은 1886년 5월 발생한 ‘헤이마켓 사건’을 기리기 위해서다. 1886년 5월 1일 8만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미국 일리노이 주의 시카고 미시간 애비뉴에서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과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면 총파업 궐기대회를 시작했고, 미국 전역에서 30~50만 명의 노동자가 시위에 동참했다. 그런데 5월 3일 경찰의 발포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다음날인 5월 4일 격분한 노동자들은 경찰을 규탄하며 ‘헤이마켓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이었으나, 밤 10시 30분경 누군가 경찰에 사제폭탄을 던져 7명의 경찰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경찰은 대응 사격을 했고, 노동자 70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 폭탄을 던진 주동자로 지목된 8명이 체포돼 7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는데, 그들 대부분은 진범이 아니었고 재판도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1889년 7월 프랑스혁명 100주년 기념일에 세계 노동운동가들이 모여 결성한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5월 1일을 ‘노동자의 날’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1923년 5월 1일 조선노동총연맹이 2,000여 명의 노동자가 모인 가운데 최초로 노동자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 실업 방지를 요구했다. 1958년부터는 ‘대한노동조합총연맹’의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해 그 뜻을 이어 나갔는데, 1963년 4월 17일 관련 법령이 제정되면서 명칭을 ‘노동자의 날’에서 ‘근로자의 날’로 변경했다.
  그런데 ‘근로자’와 ‘노동자’는 뭐가 다를까? 사실 ‘근로자’라는 단어 사용에 대해서 여러 노동단체가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근로자’라는 단어는 냉전과 남북한 대립으로 사상적 통제가 극심하던 시대의 산물로 좌익에서 많이 사용하는 ‘노동자’ 대신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낸 신조어기 때문이다. 또 ‘근로’가 일제 강점기 사용된 ‘근로정신대’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제국주의 일본이 사용한 용어라는 주장도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근로자는 ‘부지런히 일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이고, 노동자는 ‘몸을 움직여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다. 얼핏 의미가 같아 보이지만 근로자는 고용주 밑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으로 사용자에게 종속된 피동적인 존재이고, 노동자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일을 하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로 해석한다. 즉 근로자는 사회에서 부지런히 일만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지만, 노동자는 자본가와 더불어 자본주의 사회의 양축을 이루는 당당한 사회 주체를 의미한다고 본다.
  이런 이유로 ‘근로’라는 단어를 ‘노동’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깊게 박힌 ‘색깔론’에 번번이 좌절하고 있다. 2021년 경북 구미시는 기존 ‘경제기획국’을 ‘경제노동국’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한 조직개편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는데, ‘노동’이라는 단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시의원들의 거센 반대에 무산됐다.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국회의원은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변경하는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사를 넘지 못하고 지금도 계류상태다. 반면, 성공한 사례도 있는데 2021년 3월 더불어민주당 이상진 충북도의회 의원은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한다는 개념이 내포된 ‘근로’를 사용자와 동등하고 평등한 위치에서 일한다는 능동적.가치중립적인 개념인 ‘노동’으로 용어를 변경하고, 노동의 주체성과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충청북도 근로자 권리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를 대표 발의했고 본회의에서 원안대로 가결됐다.

우린 여전히 근로자의 날

  지난 2019년 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1,0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근로자의 날에 ‘정상 근무한다’고 답했다. 현재도 근로자의 날의 근무 여부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다르다. 실제로 회사원 ㅅ(청주 상당·37세) 씨는 “내가 다니는 회사는 쉬지 않는다. 근로자의 날도 평소처럼 사장님과 모든 직원이 출근한다. 결국 회사 재량인 것 같다. 그나마 휴일 근로 수당은 지급해주니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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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몸을 움직여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지만 근로자의 날에서 완전히 소외당한 노동자도 있다. 바로 관공서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다. 공무원의 휴일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국가·지방공무원법>과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 규정>에 따르므로 근로자의 날에는 쉴 수 없다. 즉 근로자의 날은 법정공휴일이 아니므로 관공서와 공공기관은 정상적으로 운영하며, 일반 공무원은 물론 ▲군인 ▲경찰 ▲소방관 ▲우체국 공무원 ▲국·공립 유치원 교사 ▲초·중등학교 교사 ▲국립 대학 교수 등은 쉬지 못한다.
  이처럼 근로자의 날에 쉬지 못하는 공무원들 때문에 덩달아 쉬지 못하는 노동자도 있다. 바로 관공서에 소재한 은행직원들이다. 경기도 소재 은행에서 근무하는 ㅂ 씨는 “많은 분이 은행은 근로자의 날에도 정상 운영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은행원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직종이므로 쉰다. 하지만 관공서 내에 있는 은행은 관공서와 같이 정상 운영한다”라고 전했다.
  같은 노동자지만 근로자의 날에서 소외당한 공무원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교육공무원들은 ‘근로자의 날에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하고, 기념행사나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 평등권과 단결권,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7대2 의견으로 ‘근로자의 날을 관공서 휴무일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위헌이 아니다’라며 교육공무원들의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다만 위헌으로 판단한 이석태·김기영 헌법재판관은 “근로자의 날은 전 세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을 기리고 연대 의지를 표명하는 근로자 전체의 기념일이다. 공무원·교원이라고 해서 국가와 근로자·사용자의 이원적 구조에 상응하는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어렵고, 이런 국제적 연대는 근로자의 날의 역사적 의의와 일맥상통한다”라고 소수 의견을 냈다.
  지난 2015년과 2020년에도 공무원의 근로자의 날 휴무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당시에도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은 일반근로자와는 달리 특별한 근로관계에 있다. 국민 전체에 대해 봉사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특별한 지위에 있고, 직무를 수행할 때도 공공성과 공정성, 성실성 등이 요구된다”라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성시형 변호사는 “공무원 직무의 공공성이 높은 반면, 공무원의 근로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수단은 상대적으로 다양하지 않기에 근로자의 날을 공무원의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것이 국민 전체의 공공복리가 증진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공무원 근로자의 날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당분간 많은 의견이 오고 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서울시 강동구 도시관리공단 노동조합원들은 지난해 5월 근로자의 날 휴무를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노조는 4월부터 근로자의 날 휴무를 요청했지만, 공단 측은 주민들의 편의를 이유로 요청을 거절했고, 노조의 입장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1인 시위를 결정했다. <토요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노조 측은 “시설관리공단의 특성상, 휴일도 없이 운영되는 사업장이 많다. 열악한 근무 환경은 직원의 일에 대한 열정을 빼앗고, 무기력하게 만들어 장기적으로 공단의 발전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라며 강동구청과 공단에 직원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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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법을 개정하지는 못하지만 주어진 권한 내에서 공무원의 노동자로서 권리를 존중하는 노력도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7년부터 서울시 공무원들이 근로자의 날 특별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서울시청 소속 공무원 18,000여 명 전원에게 특별휴가를 부여했다. 2019년에는 서울소방재난본부를 제외한 약 1만 500명에게 특별휴가를 줘 서울시청 공무원의 약 80%가 혜택을 누렸다. 또한 지난달 18일 경기도의회는 ‘근로자의 날’을 맞아 의회 사무처 전 직원 특별휴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경기도의회 공무원 복무 조례> 제12조 제8항의 ‘직원의 의정 업무나 직무수행에 탁월한 공로가 인정되는 경우 3일 범위 안에서 특별휴가를 부여할 수 있다’에 근거했다. 다만 경기도의회는 업무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1일에는 전 직원의 80%가 휴가를 사용하고, 나머지 20%는 2~8일 중 하루를 택해 쉴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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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일보> K-ECO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해마다 평균 2천 명 이상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18명이,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43명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증가했다. 1963년 ‘노동자의 날’이 ‘근로자의 날’로 명칭이 바뀌고 올해로 50년이 지났지만, 우린 아직도 ‘노동자’라는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노동자가 근로자로 살아가며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5월 1일은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다. ‘전 세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을 기리고 연대 의지를 표명하는 노동자 전체의 기념일이다.’ 근로자의 날이 노동자의 날이 되는 날을 기대한다.

송채은 기자
sce9133@chungbuc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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