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주년을 맞는 프로야구가 지난 3월 23일 개막했다. 지난해 누적 관중 수 810만 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전년 대비 31경기 빠른 개막 70경기 만에 100만 관중 수를 기록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열기 속에서 개막 전부터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새로운 변화도 눈에 띈다. 바로 이번 시즌부터 프로야구 뉴미디어(온라인.모바일) 중계가 OTT 플랫폼 티빙에서 독점으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그간 포털 사이트와 통신사 앱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던 뉴미디어 중계는 오는 5월 1일부터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미 해외 스포츠 경기부터, 해외에서 활약하는 ‘코리안리거’의 경기도 OTT 구독을 통한 유료 중계로 전환되는 과정을 경험한 스포츠 팬들은 이번 프로야구의 중계 유료화 소식에 아쉬워하는 반응이다. 이처럼 OTT 플랫폼은 자체 콘텐츠 제작 외에도 스포츠 중계권 독점 계약으로 팬덤 유입을 통한 구독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이제는 스포츠 산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OTT 시장의 흐름을 들여다봤다.
KBO와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 계약을 맺은 티빙
지난 3월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국내 OTT 플랫폼 티빙과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총 1,350억 원(연 450억 원)에 프로야구 뉴미디어(온라인.모바일)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프로스포츠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 최고액으로, 기존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 카카오, LG유플러스, KT, SK브로드밴드)과의 5년간 총 1,110억 원(연 220억 원) 계약과 비교하면 연간 환산 기준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이로써 무료로 프로야구 중계를 볼 수 있었던 기존과 달리, 이번 시즌부터 TV 중계를 제외한 뉴미디어 중계는 티빙으로만 시청할 수 있다. 티빙은 4월까지는 티빙 가입자에게 무료로 프로야구 중계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5월 1일부터는 최소 5,500원부터 시작하는 구독료를 지불해야 온라인과 모바일 기기를 통한 프로야구 시청이 가능하다.

▲ 야구 중계 유료 전환을 앞둔 티빙.
구단은 환영, 팬들은 우려
이번 티빙과의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각 구단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리그 규정상 프로야구 중계권 수입은 10개 구단에 균등하게 배분된다. 2024 시즌 KBO의 중계권 수입은 뉴미디어 중계권(연 450억 원)에 지상파 3사와의 TV 중계권 계약(연 540억 원)을 더한 990억 원에 달한다. 이를 10개 구단에 균등 배분하면 각 구단은 99억 원의 중계권 수입을 얻는다. 이러한 추가 수입을 통해 모기업으로부터의 재정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프로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 리그지만, 모기업 없는 자생 구단 키움히어로즈를 제외하고는 9개 구단 모두가 모기업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운영이 어렵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한화이글스와 기아타이거즈는 각각 8,900만 원과 1억 9,500만 원의 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두 구단은 모기업으로부터 각각 161억 원과 150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모기업의 재정 악화나 외부 영향으로 지원이 줄면 각 구단의 적자 폭은 더 커져 운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분배받은 중계권 수입(76억 원) 외에 23억 원의 추가 수령분은 구단 재정 자립 역량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높아지는 프로야구의 인기 속에서 추가 수입으로 이어지는 중계권 가치의 상승을 KBO와 각 구단이 반기는 이유다.
또 이번 계약을 통해 그동안 보수적이던 경기 및 중계 영상의 재가공과 재생산이 가능해져 젊은 층과 신규 팬의 유입이 기대된다. 급격히 발전한 숏폼 콘텐츠의 파급 효과에도 불구하고, 기존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에선 경기 내용을 촬영한 영상물 게시 및 숏폼 재생산을 엄격히 금지해 왔다. 이는 구단 SNS 채널에도 적용돼 각 구단은 경기 주요 장면 대신 선수들의 더그아웃 직캠이나 개인 콘텐츠 같은 경기 외적 모습만 올렸다. 반면에 티빙은 KBO와 각 구단에 경기 주요 장면과 숏폼 제작 등의 2차 재가공을 전면 허용하고, 일반 이용자에겐 40초 이내의 숏폼 제작을 허용했다. KBO 허구연 총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티빙의 숏폼 활용 가능 방침이 구단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이끌었다”라고 밝혔다. 몇 분 분량의 영상물보다 몇 초 분량의 숏폼 콘텐츠가 회전율과 화제성 면에서 강점을 갖는다. 이는 기존 프로야구 팬뿐만 아니라 야구를 접하지 못한 젊은 층에 접근성을 높여 추가 팬 확보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반면 팬들 사이에서는 유료로 전환될 예정임에도 부실한 중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티빙은 지난 3월 9일 열린 시범경기 일정을 시작으로 프로야구 중계 서비스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시범경기부터 어설픈 중계와 매끄럽지 못한 진행에 비판과 우려가 나왔다. 다시 보기 영상에 ‘Safe’를 ‘Save’로 잘못 표기하고, 등 번호와 타순을 헷갈려 ‘22번 타자’로 선수를 소개하는 등 단순 실수라기엔 야구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이 외에도 문자 중계 오류, 느린 경기 영상 업데이트 등 여러 방면에서 미흡함을 드러냈다. 빠른 수습으로 개막전부터 달라질 것이라는 티빙 측의 사과가 나왔지만, 이는 개막 이틀 만에 무색해졌다. 롯데자이언츠와 SSG랜더스의 9회 초 동점 접전 상황에서 송출 중단 사고가 나오며 시범경기부터 이어진 팬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에 프로야구 팬 ㄱ 씨는 “유료면 중계 수준이 더 좋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무료 중계 때보다 질이 더 떨어지는 느낌이다”라고 쓴소리를 내며 “영상 검색 기능이 없어 일일이 스크롤을 내려서 특정 경기 장면이나 선수의 주요 장면을 봐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 잦은 끊김 현상과 선수 데이터 분석 제공도 개선됐으면 좋겠다”라고 개선점을 지적했다.
스포츠 시장에서 커지는 OTT 플랫폼의 영향력
이번 티빙의 중계권 독점 계약처럼, 스포츠 시장으로 향하는 OTT 플랫폼의 움직임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며 전개된 언택트 시대로의 전환은 OTT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주도했다.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 구독료를 지불한 시청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스포츠 시장도 기존 유료 방송(케이블.IPTV) 중계의 틀에서 벗어나 OTT 플랫폼 유입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5년 1월부터 10년간 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 프로그램 ‘RAW’의 독점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50억 달러(한화 약 6조 7,0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막대한 광고 수익과 이로 인한 경제 효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별명을 가진 미식축구리그(NFL)의 경우는 더하다. NFL은 경기 요일과 종류 단위로 중계권을 쪼개서 판매하고 있다. 2022년부터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프라임 비디오는 10년간 110억 달러(한화 약 13조 3,000억 원)에 목요일 밤 경기(Thursday Night Football)를 독점 중계하고 있다. NFL 각 팀은 정규 시즌 동안 17경기를 소화하는데, 2023 시즌 목요일 밤에 편성된 경기는 16경기였다. 지난 시즌 프라임 비디오는 한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6,875만 달러(한화 약 831억 원)를 지불한 셈이다.
OTT 플랫폼이 이처럼 스포츠 독점 중계를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이유는 스포츠 시장이 확실한 팬층이 확보돼 있어 투자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OTT 플랫폼들은 직접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티빙의 <환승연애>, 쿠팡플레이의 <소년시대>처럼 자사 플랫폼에서만 시청 가능한 인기 콘텐츠는 구독자 유치의 가장 큰 동력이다. 그러나 오리지널 콘텐츠는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고,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는 막대한 투자금 대비 성과가 미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투자 위험성이 높다. 이에 비해 스포츠 중계권에 대한 투자는 위험성이 낮다. 스포츠는 이미 두터운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으므로 신규 가입자 증가와 기존 가입자의 구독 유지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수 개월간 이어지는 리그 경기의 특성도 이탈 없는 구독자 유치라는 OTT 플랫폼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
OTT 플랫폼의 스포츠 중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쿠팡플레이의 모델은 대표적인 스포츠 독점 중계의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쿠팡플레이는 2023년부터 K리그 전 경기를 독점 중계하고 있다. 계약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하더라도 저조한 인기 속에서 이뤄진 중계 유료화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쿠팡플레이는 경기의 전반적인 중계 질 향상과 해외 유명 구단을 초청해 K리그 구단과의 경기를 주선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자사 플랫폼 콘텐츠인 SNL 코리아 출연진이나 유명 연예인, 은퇴한 레전드 선수와 같은 친숙한 얼굴을 경기 프리뷰쇼에 출연시키는 기획도 선보였다. 이러한 색다른 시도를 통한 중계권 행사는 기존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K리그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의 독점 중계를 맡았다. 쿠팡플레이는 국내 야구 중계 사상 가장 많은 42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다양한 각도의 중계를 선보이며 야구팬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또한 서울시리즈의 마지막 경기 시간과 겹쳐 진행된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2차 예선 경기까지 안정적으로 동시 생중계를 제공해 원활한 중계 환경이 돋보였다.
이제 OTT 플랫폼의 유입으로 인한 스포츠 중계의 유료화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돼버렸다. 그러나 OTT 플랫폼만큼은 이를 자연스러운 소비 흐름 정도로 여겨선 안 된다. 무료 중계의 유료 전환은 가볍게 스포츠를 즐기던 ‘라이트 팬’마저 시청자에서 소비자로 입장이 전환된다. OTT 플랫폼은 ‘돈 아깝지 않다’는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높은 중계 품질과 사용자 친화적인 환경, 다양한 경기 데이터 제공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독점 중계를 하면서 안일하고 부실하게 운영한다면, 이는 구독자들을 향한 “그래서 안 볼 거야?”라는 무언의 협박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이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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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