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입학제란?
무전공 입학제란 특정 전공이나 학과를 정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한 후 1년 동안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며 전공 탐색 기간을 가진 후 2학년부터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이다. 우리 학교는 2012학년도 자율전공학부 신입생부터 무전공으로 선발하고 있는데 57명으로 시작한 모집 정원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55명을 유지하고 있다.
무전공 입학제는 자신의 적성과 직업 특성을 알아볼 시간을 더 갖고 전공을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와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융합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취업에 유리한 인기 학과 쏠림현상과 기초학문을 전공하는 비인기 학과의 소멸을 초래한다는 문제점으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국립대학육성사업’ 개편안에 전체 신입생의 20~30%를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대학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무전공 입학제를 둘러싼 대학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 왜 무전공 입학제를 확대하나?
지난 1월 24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청년들의 성장 기회 확대를 위한 대학 안팎의 벽 허물기’를 실현하고자 전공 선택권(무전공 입학제)을 확대하는 대학에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겠다고 선언했다. 교육부는 왜 무전공 입학제를 확대하려 하는지 교육부 지역혁신대학지원과의 담당 사무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교육부에서 무전공 입학제 확대를 추진하는 이유가 뭔가요?
학생들에게 입학 단계의 혁신뿐만 아니라 학사 구조를 유연화하고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입니다. 대학 내에 정보를 가지지 않고 입학한 학생들에게 정보를 탐색한 후에 선택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거죠. 현재 학생들은 전공 선택권이 제한돼 융합 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생들 자신이 원하는 직업과 전공 간의 불일치가 심한 상황이라 사회적 비용을 완화하고자 무전공 입학제 확대를 결정했습니다. 이번 혁신을 통해 학생들이 대학 재학 중에도 다양한 경험을 하며 기초 소양이나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교육부가 추진하는 무전공 입학제와 기존 무전공학과 제도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무전공 입학제를 유형 1과 유형 2로 분류합니다. 유형 1은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선택하는 것인데, 성적 제한이나 별도 제한 없이 100% 학생의 자율적 선택을 보장합니다. 유형 2는 단과대학의 상위 느낌으로 계열이나 단과대 단위로 모집하고 자기가 입학한 모집 단위 내에서만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합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증원은 공학 계열의 실험 기자재 부족 등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대학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100% 자율 전공 선택은 추진하지 않고 학과별 정원의 150% 이상을 보장하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이미 경험했지만 무전공 입학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특정 학과 쏠림 현상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요?
저희도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인기 학과만 선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체계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특정 학과에 학생들이 쏠리면 많은 학생이 강의를 수강하게 되니깐 이에 맞게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이 필요할 겁니다. 예를 들어, 단순 정보를 전하는 형식의 강의가 아닌 플립러닝이나 에듀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으로 교육의 질이 확보돼야 합니다. 이런 것은 교육부뿐만 아니라 대학 내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Q. 특정 학과 쏠림은 결국 기초학문의 소멸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나요?
사회와 산업의 변화에 발맞춰 학과나 전공에 대한 선호도, 수요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해요. 전공 탐색 교과목을 개발하고, 전공 설계 지원센터나 학사 지도교수제, 멘토링 등을 마련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지원한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Q. 여전히 무전공 입학제 확대를 반대하는 대학 구성원들이 많은데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실 건가요?
무전공 입학제 확대와 관련해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봤는데, 정책 취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사회 수요 변화에 맞춰 대학이 교육적으로 혁신하려면 이런 취지의 정책이 적합하다고 공감해 주신 분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기초학문 보호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도 있는 거 같은데 이 문제는 저희가 사업 평가를 진행해 정책 연구도 하고, 우수 사례도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대학이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무전공 입학제 확대, 우리 학교는?
지난 5월 23일 우리 학교 대학평의원회는 <충북대학교학칙> 일부개정(안)을 가결했다. 개정된 학칙은 제36조 제1항 ‘각 대학 모집단위 및 입학정원’을 수정했다. 개정학칙에 따라 2025학년도 우리 학교 입학정원은 총 3,162명으로 2024학년도 대비 199명 증가했다. 증가한 정원은 의예과 151명, 자율전공학부 170명인데, 자율전공학부는 각 대학에서 감축한 총인원 122명에 순증가 48명을 합쳐 증원했다. 2024학년도 대비 대학별 감축 인원은 ▲인문대학 4명 ▲사회과학대학 8명 ▲자연과학대학 4명 ▲경영대학 10명 ▲공과대학 18명 ▲전자정보대학 69명 ▲농업생명환경대학 8명 ▲생활과학대학 1명으로 총 122명이다.
입학정원이 55명이었던 자율전공학부는 2025학년도부터 자연과학자율전공계열 169명, 인문사회자율전공계열 56명, 총 225명을 입학정원으로 한다. 또한, 2025학년도부터는 대학별 자율전공학부가 신설돼 각 대학 입학정원 내에서 선발하게 된다. 우리 학교의 경우 ▲인문학자율전공학부 5명 ▲사회과학자율전공학부 3명 ▲자연과학자율전공학부 7명 ▲경영학자율전공학부 8명 ▲공학자율전공학부 59명 ▲전자정보자율전공학부 61명 ▲농업생명환경자율전공학부 10명 ▲생활과학자율전공학부 2명으로 총 155명이다. 대학별 자율전공학부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대학 내의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무전공 입학제, 왜 반대하나?
지난 3월 20일, 우리 학교 인문대 교수회는 무전공 입학제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우리 학교는 2022년 국립대학 육성사업으로 채택한 기초.보호 학문 분야 진흥계획에 따라 기초·보호 학문 분야를 장려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무전공 입학제의 확대는 기초·보호 학문 분야를 장려해야 할 의무를 위배하므로 반대하며, 기초학문 학과로 구성된 인문대의 기존 정원 유지를 요구했다. 무전공 입학제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 인문대학 박연호(국어국문학과 교수) 학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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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전공 입학제 확대를 왜 반대하시나요?
무전공 입학제를 확대하면 1학년 때 기초로 배워야 하는 전공별 개론이나 원론을 무전공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없어요. 이들이 2학년이 되면 학력 격차가 생길 수 있어요.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또한, 무전공 학과의 중도 탈락률이 대부분 대학에서 높은 편입니다. 무전공 학과에 입학하면 2학년부터 전공 학과를 선택해 그 학과에서 생활하므로 1학년부터 생활한 학생들과 친해지기 어렵고, 학과에 소속감도 잘 느끼지 못 해 중도 탈락하는 학생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마지막으로, 기초학문 관련 학과들이 없어질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는 나라이기에 기술력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왔어요.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이 필요하고, 연구개발은 기초학문 없이 못 해요. 무전공 입학자들이 기초학문을 기피하는 현상은 이미 경험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무전공 입학제를 확대하면 기초학문은 붕괴할 수밖에 없고, 국가 경쟁력은 후퇴할 겁니다.
Q. 정부가 무전공 입학제를 왜 확대한다고 생각하세요?
정부는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거 같아요. 교육개혁을 해야 하는데 더 이상 개혁할 만한 게 없어요. 그래서 과거 무전공 입학제를 시행했던 미국의 사례를 가져와 교육개혁으로 포장해 적용하려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의 무전공 입학제는 정부가 아닌 사립 대학들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특정 학과 쏠림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음을 알아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정부나 학교 측에 바라시는 게 있다면요?
먼저 우리 학교 총장님이 기초학문학과나 소수학과를 보호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들 학과가 대학에 존재하는 건 그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정 정도의 페널티를 감수하더라도 총장님은 우리 학교, 나아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기초학문을 보호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학교는 부전공 제도와 복수 전공 제도가 잘 돼 있어요. 융합형 인재가 되길 원하는 학생들은 부전공이나 복수 전공 활용만으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요. 기초학문을 붕괴시킬 수 있는 무전공 입학제를 확대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기초학문이 지닌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응용학문과 실용학문을 발전시킬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 모든 학문이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것이 대학이 발전할 수 있는 핵심이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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