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전 세계는 폭염, 혹한, 가뭄, 대형 화재, 해수면 상승 등의 재해를 겪고 있다. 인류의 환경파괴가 초래한 기후 위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운데,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자’며 2만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에 피켓을 들고 모였다. 그들이 내세운 것은 다름 아닌 ‘기후정의’라는 생소한 조합으로 이뤄진 단어다. 우리는 왜 기후 위기를 정의라는 가치와 연결해야 할까? 시민들은 무엇을 말하기 위해 기온 31도를 넘긴 한낮에 모이게 됐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지난 9월 7일 개최된 ‘907 기후정의행진’을 찾아갔다.
왜 기후정의인가?
기후정의(Climate Justice, 氣候正義)는 1992년 세계 185개국 정부 대표단과 114개국 정상들이 모여 지구 환경 보전 문제를 논의한 리우 회의에서 발표한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이하 CBDR, 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이라는 개념에서 유래했다. CBDR은 기후변화에 모든 국가가 대응노력을 경주하며, 특히 기후변화에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이 이를 선도할 것을 명시했다. 바로 이것이 기후정의의 원론적 의미다. 모든 사람이 기후 위기에 피해를 보는 것은 사실이나, ‘누가’, 그리고 ‘어떤 집단에 속하는가’에 따라서 책임과 피해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기후정의는 기후 위기가 환경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기후 위기로부터 야기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공정하게 바로잡고자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2022년 2월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 제2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고소득 국가가 모여 있는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전 세계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이 58.81%인 반면, 아프리카의 누적 배출량은 2.83%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구 가열화에 책임이 거의 없는 저소득 국가들이 기후 위기의 피해를 가장 크게 보고 있다. 기후 위기에 책임이 큰 부유국보다 상대적으로 기후 위기에 책임이 덜한 소득 수준이 낮고 기반 시설이 부족한 국가일수록 기후 위기에 취약하다.
기후는 사람을 비롯한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환경요소로서 작은 변화만으로도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영향은 재화나 사회적 입지가 상대적으로 취약할수록 부정적이고 깊게 파고든다. 코끼리에게 물 양동이는 금방 털어낼 수 있는 하찮은 것이지만, 물 양동이에 갇힌 나비에게는 더 날아갈 수 없도록 막는 생명의 위협이다. 기후 위기는 전 인류를 위협하지만, 그 위협의 크기는 국가와 지역과 부의 정도에 따라 다른 크기로 다가온다. 절대 평등하지 않은 기후 위기를 정의라는 가치와 연결해야 하는 이유다.
907 기후정의행진, 정진하는 발걸음
지난 9월 7일, 서울 강남대로에서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이 수많은 시민과 환경 단체의 참여 속에,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기후 위기와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전환하고, 정부와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에서 개최했다. 조직위원회는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사회단체, 사회운동단체, 노동조합, 협동조합 등이 참여해 구성했는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추진이’를 모집해 기후정의행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역할을 맡기고, 907기후정의행진 참가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홍보에 힘썼다. 기자회견은 8월 25일 남양주, 8월 28일 서울, 9월 3일 전남에서 3차례 열었고, 행진 당일에는 지역별로 모집한 참가단의 이동을 돕기 위해 셔틀버스도 운행했다.
시작된 본식에서 주최측은 “경제성장을 위해 전력 수요를 늘리면서 핵 위험과 온실가스를 늘리는 위험한 질주 속에 민생은 없다”라며 “기후재난과 불평등 세상을 바꾸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지키기 위해 함께 행진하자”라고 선언했다. 다양한 시민단체와 환경운동가가 참가한 이번 행진은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 등을 함께 촉구했다.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907 기후정의행진은 사전행사, 본집회, 행진 및 정리집회로 진행됐다. 사전행사는 기후위기.기후정의와 관련된 각자의 고민, 문제의식을 자유롭게 발언하는 오픈마이크로 진행했다. 본집회는 신논현역 5번출구부터 강남역 11번 출구에 이르는 약 600m 가량의 넓은 구역에서 이뤄졌다. 유난히 뜨거웠던 오후 3시, 2만명을 훌쩍 넘는 시민들이 4차선 도로를 메워 날씨 못지않은 열기로 행사장을 가득 채웠고, 기후정의 수호 의지가 담긴 깃발들이 형형색색 휘날렸다. 기후정의와 관련된 구호가 적힌 양산을 든 참가자, 멸종 위기 조류 보호를 위해 새 모양의 모자를 쓴 참가자, 각자의 요구를 담은 피켓을 든 참가자, 자신만의 정체성이 담긴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모여 일상이 된 기후재난으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희생자를 위한 묵념으로 본집회의 포문을 열었다.
본집회에서 참가자들 “▲불평등이 기후재난이다.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주거권·노동권·기본권을 보장하라 ▲위기에도 존엄하게 살 권리! 차별 철폐, 돌봄 증진, 공공 의료 및 공공 교통 확충하라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신규건설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핵 진흥 폭주를 멈추고 에너지 정의 실현하라 ▲기업을 위한 무한정 에너지 공급과 송전탑 건설 중단하고, 노동자 일자리 보장하는 탈석탄·탈화석연료 계획을 마련하라 ▲민주주의와 공공성 훼손하는 재생에너지 민영화 중단하고, 공공재생에너지로 정의롭게 전환하라 ▲노동자·시민 주도 정의로운 전환과 기후정의.사회정의에 기반한 산업구조 실현하라 ▲이윤을 위한 생태파괴, 신공항 건설과 국립공원 개발, 4대강 보(洑) 사업을 철회하라 ▲농업재해 대책과 생태농업전환 계획 수립하고, 먹거리기본권 및 농민 생존권을 보장하라 ▲비인간 동물을 상품화하는 공장식 축산을 정의롭게 전환하고, 동물 착취 시스템을 철폐하라 ▲무기 수출·전쟁 지원 중단하고, 군비 축소·반전 평화 실현하라 ▲한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하고 국제적 책임을 다하라”라는 11가지 요구사항을 함께 외쳤다.
또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현재 우리나라는 기후정의 선진국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금강 세종보 수문 문제, 동물 권리, 핵발전 문제, 정의롭지 않은 전환 등 다양한 환경 이슈를 논의하고 변화를 촉구했다. 모든 집회 과정에서는 ‘모두가 함께 연대하는 행사’에 맞게 수어 통역을 제공해 청각장애인이 기후정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하반신마비 장애인, 성소수자, 팔레스타인 참가자 등 다양한 참가자가 한마음 한뜻으로 기후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본집회 2부가 시작되고, 무대에 선 ‘보 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네트워크’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수문 가동을 저지하기 위해 오늘 연속 130일 천막 농성을 강행하고 있습니다”라며 “세종고 수문의 재가동은 금강의 죽음이고 (수문 가동으로 인한) 낙동강의 녹조 창궐은 재앙입니다. 낙동강의 녹조는 청산가리 6,600배의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낙동강의 맹독성 녹조가 영남 주민의 식수원입니다”라고 강조했다. “4대강은 흘러야 합니다. 강은 국민의 생명수입니다. 세종보 수문 가동 저지 투쟁에 함께하여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이어 무대에 오른 ‘새벽이 생추어리’ 혜리 활동가는 “생추어리를 동물을 위한 유토피아로 그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곳은 이상적인 공간이 아니며 생추어리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구원된 존재도 아닙니다”라고 말한 후 “새벽이 생추어리가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은 멸종 위기 종이나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축사, 양식장과 같은 동물산업시설에 갇혀있는 동물들 모두가 기후 위기의 피해 당사자이자 투쟁하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입니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여기 모인 우리의 외침이 미래로 향하는 것이기를, 착취의 고리를 끊어내는 투쟁이기를 바랍니다. 이 현장에 올 수 없는 이들에게 종을 넘어 연대하는 투쟁이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말하며 동물 해방을 통한 기후정의를 주장했다.
다음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박진영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박 위원장은 울산시가 오래된 핵발전소에 둘러싸여 있으나 인구 1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시설 하나 없다는 사실을 밝히며 “울산 인구만큼이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면 오래된 핵발전소만큼은 문을 닫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각종 기후재난의 원인으로 쓰레기와 온실가스 등을 꼽지만, 사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비양심적이고 비도덕적인 핵폐기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핵발전소 문제를 상기시켰다.
공공운수노조 발전 HPS지부 박규석 팀장은 정부가 발표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계획에 따라 8천 명 넘는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올해 5월 발전 HPS지부는 조합원들의 총고용 보장을 위해 어렵게 파업을 성사시켰습니다. 모두 함께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발전 노동자의 총고용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산업 체제를 쟁취해야 합니다”라며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했다.
이어지는 순서로 가수 이랑과 907 기후정의 합창단이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 곡은 2022년 윤석열 정권의 검열을 받았던 노래로, “내 친구들은 모두 가난합니다. 이 가난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이건 곧 당신의 일이 될 거랍니다. 이 땅에는 충격이 필요합니다”라며 경고하는 가사가 담겨있다.
공연 후 연설에 나선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기후 위기의 장기적인 위험 속에서 국가의 기후 대응이 문제다. 현재 상황이 후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우리는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기를 선택했다. 위기 속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삶이 삭제된 기후 대응은 위기를 막아낼 수 없다. 이제 배제가 아닌 우리 삶을 지킬 최저선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본집회는 907 기후정의송과 구호로 마무리했다. 907 기후정의송은 “우리 같이 바꿔요. 기후 말고, 이 세상을 바꿔요. 핵발전, 송전탑, 석탄발전 멈추고. 우리가 만들래, 공공재생 에너지 기후정의!”라는 가사와 흥겨운 리듬으로 기후정의를 압축해 알려줬다. 참가자들은 “전쟁을 멈추고 세상을 바꾸자. 개발을 멈추고 세상을 바꾸자. 차별을 멈추고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견고하게 단결했다.
본집회가 끝난 후 행진은 1차부터 3차까지의 거점을 거치며 진행됐다. 참가행렬은 구글코리아, GS칼텍스, 쿠팡 로켓 연구소, 포스코센터 등을 지나며 각 기업의 문제점을 폭로했다. 거점마다 “생태파괴 및 난개발에 맞서자”, “기후재난과 불평등에 맞서자”,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자” 같은 요구사항이 적힌 만장을 설치했고, 행진 도중에도 연설은 계속 이어졌다. 907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은 쿠팡이 이윤 추구를 위해 노동자들을 기계 취급하며 불안정한 노동 환경을 조성하는 점을 비판했으며, 포스코의 활동이 공공 재생에너지 전환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행진 중 공연팀 ‘호레이’가 신나는 연주로 참가자들에게 힘을 줬다. 공연팀 ‘전통공연기획 예천’도 마지막까지 함께하며 행진 참가자에게 활력을 줬다.
행진에는 여러 상징 조형물이 함께했다. 머리가 셋 달린 매인 ‘삼두새’는 대열의 선두에서 행진을 이끌었다. 고려 말부터 민중들이 액을 물리치기 위해 삼두새를 그린 부적을 집 벽에 붙였는데, 907 기후정의행진의 삼두새는 기후 위기라는 재난을 막자는 열망을 담았다. 대열 중간에서는 참가자들이 핵폐기물통을 어깨에 메고, 지구상 어디에도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표현했다. 대열 후미에는 대지의 여신이 함께했다. 대지의 여신은 난개발과 산업폐기물, 쓰레기로 인해 우리의 땅과 바다가 파괴되는 상황에서 오염되고 부서진 환경으로 고통받는 생명을 기억하고 함께 아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리 집회에서도 여러 명의 연사가 기후정의의 중요성과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정책적 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실효적인 기후 정책을 마련함은 물론 시민들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다이인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빨간 옷과 파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뭇가지를 들고 누워 있는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모습은 시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다이인 퍼포먼스는 기후 위기를 가속하는 국가와 자본에 대한 저항의 의지를 담아, 이윤을 위한 체제를 멈추고 사라져가는 생명들을 애도하며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열망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다.









사진=송유빈 편집국장
<시민인터뷰> 907 기후정의행진에서 만난 사람
무덥고 습한 더위에도 시민들은 기후 위기에 관한 큰 뜻을 관철하고자 각지에서 모였다. 그중 대학생 신분으로 행진에 참여한 두 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의담 안녕하세요.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정의담입니다. 서강대학교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소속으로 참여했습니다.
▷김주원 안녕하세요. 충북대학교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김주원입니다. 907 기후정의행진 충북대 학생참가단 소속으로 참여했습니다.
Q. 이번 행진에서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셨는데, 발언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김주원 대학생들이 이런 자리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발전하는 노동자들과 연대한다는 뜻을 전하고 싶어서 발언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여름방학에 진행했던 세미나 ‘다른 시선’ 활동의 연장선으로 행진에 참여하게 됐는데, 먼저 ‘다른 시선’ 활동을 소개한 후에 현장에 함께 계시는 발전산업 노동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Q. 907 기후정의행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정의담 저는 기후정의운동에 대해 처음에는 편견이 있었어요. 솔직히 먹고 살 여유가 있고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기후정의에 대해 배우면서, 기후 위기가 불평등하고 정의롭지 않은 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 실천을 넘어, 그 실천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와 인간관계, 자본과 경쟁 같은 문제를 변화시키려는 게 기후정의의 힘이라 느꼈어요. 그리고 기후 위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직장, 집, 생명이 위협받는 문제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더 깊이 생각하고, 소외와 차별을 만들어내는 생활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말한 것들이 기후정의 운동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며, 행진을 통해 이 메시지를 널리 전하고 싶습니다.
▷김주원 다양한 계층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뒀으면 좋겠어요. 환경문제는 80억 지구인이 함께하는 팀 프로젝트잖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저희가 907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무슨 활동이지?’ 하고 찾아보고 다음에 참여하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기후정의 활동가 인터뷰
907 기후정의행진은 한국에서 기후정의를 외치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잡아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함께 행동하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되돌아보고, 모두가 자신의 마땅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후정의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행진 참여 동기를 말씀해 주세요.
▶김현빈 안녕하세요. 907 기후정의행진 집행위원회 조직팀 소속 김현빈입니다. ‘플랫폼 씨’ 활동 회원이기도 합니다.
▷이유진 안녕하세요. 창원기후행동 소속 이유진입니다. 56살이고 창원 마산 대원구에 살고 있어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의식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올해도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김기회 안녕하세요. 환경정의 소속 김기회입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뉴스를 접하며 앞으로의 삶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서 같은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과 교류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큰 힘과 위로가 될 것 같아 참여했습니다.
Q. 현재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외에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경 정책이 있나요?
▶김현빈 탄소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 같은 탄소가격제도가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외부로 전가할 수 있어 효과가 미미합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에 가격을 부여해 생산비를 증가시키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낮은 탄소 가격으로 인해 기업들은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또한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를 통해 직접적인 탄소 감축을 회피하는 사례가 많아, 저와 같은 환경 운동가들은 이를 그린워싱으로 비판하고 있어요. 실제로 배출권거래제는 2015년 도입되었으나, 시행 이후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2015년에서 2021년 동안 12.3% 증가했으며, 정부가 높은 배출 할당량을 설정하고 배출권의 97% 이상을 기업에 무상으로 나눠줘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졌습니다. 저는 현재 상황에서는 탄소 소득세와 기후정의 누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탄소 소득세는 소득 창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에 따라 부과돼, 기업의 회피를 차단하고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정의 누진제는 공공 재생에너지로의 산업 전환 과정에서 요구되는 공공 투자 기금을 소득별 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과해 책임을 가중하는 것이므로 기후정의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Q. 탄소 중립을 위해 산업 생산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실업률의 증가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결정이 또 다른 피해자와 차별을 자아낼 수 있는 상황이죠. 이는 일종의 사회적 딜레마이고 오늘 시위에서도 나왔던 얘기인데 활동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현빈 올해 3월 부산에서 발전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었어요. 이들은 화석연료 발전소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수행하는 업무가 거의 같다고 밝혔죠. 그러나 이윤을 이유로 고용 승계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해고당한 상황이 정의롭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의로운 산업 전환이 필요하며, 이는 노동자들과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렇게 한다면 실업률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현빈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을 공공이 주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는 이를 성공적으로 이행한 사례로, 코스타리카는 국유기업 ICE를 통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99.7%로 높여 국민에게 전기를 기본권으로 인식하게 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단가가 높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데, 이윤 중심의 민간 참여가 문제입니다. 에너지 산업 전환 과정에서 구조 조정을 하는 대신 고용 승계와 재교육이 필요하며,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노동과 환경의 갈등을 해소하고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해요. 또, 정부의 고용 대책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민과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민주적인 재생에너지 공기업 설립이 필요합니다. 기후 위기는 산업화 이후 대량생산 시스템의 부작용으로 발생했으며, 자본주의 체제는 자연을 수탈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누적 탄소 배출량에서 선진국이 큰 비율을 차지하고, 100개 기업이 온실가스의 70% 이상을 배출하는 중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 소득세와 기후정의 누진제 도입이 필요합니다. 선진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야 하며, 남반구 국가들의 전기 접근성을 보장해야 해요. 산업별로는 에너지와 농업에서의 탄소 배출 감축이 중요하며, 전 지구적 불평등 해결이 중요합니다.
Q. 907 기후정의행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나요?
▶이유진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예를 들어서, 새들은 전깃줄에 앉아 있다가 다른 새가 날아오면 다 같이 붕 떴다가 다시 앉는데 우리는 다 자기 자리를 먼저 꿰차고 앉아서 여지를 주지 않아요. 다 같이 살아간다는 의식이 없는 것 같아요. 인간이 이기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후 위기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거든요. 결론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다 같이 조화롭게 사는 삶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기회 이 행진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기후정의에 관심을 두면 좋겠어요. 기후정의를 모르던 사람이 저희를 보며 ‘이렇게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라고 생각하길 바라요. 귀를 기울이고 힘을 합치는 사람이 많아져야 세상이 바뀔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정부와 힘 있는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시민 개개인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영향력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정책 결정권자들은 따로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그동안 기후 위기에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빈 활동가.
구혜민 기자
2024010011@chungbuk.ac.kr
고지민 기자
ziminimin@chungbuk.ac.kr








구혜민&고지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