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중문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쉽게 눈에 띄는 ‘임대 문의’와 전화번호가 적힌 현수막들. 이는 지금 우리 학교 인근 상가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전국 평균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13.7%, 소규모 상가 8%를 보였다. 그에 반해 우리 학교 인근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27.7%, 소규모 12.6%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특히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는 다른 대학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2분기 다른 지역 대학의 주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을 보면 전남대 38.74%, 울산대 33.7%, 경북대 북문 20.1%, 부산대 19.18% 등으로 모두 전체 평균보다 높다. 지역의 활기를 이끌었던 대학가 상권의 침체는 전국적인 현상이 됐다.
중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ㄱ 씨는 “2018년부터 카페를 운영했는데 2022년 말부터 손님이 꾸준히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주변 경쟁업체에 손님을 뺏긴 게 아니라 중문을 찾는 사람 자체가 많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상가 매매도 거의 없다. 우리 학교 인근에 있는 ㅂ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상가 문의가 아예 없다. 중대형 상가 문의는 거의 없고, 소규모 상가 그중에서도 진짜 작은 상가만 가끔 문의한다”라고 말했다.
중문 상권이 침체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지적된다. 첫째, 대학생 음주문화의 변화다. 과거 대학생과 음주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각종 개강.종강 모임, 동아리 모임, 생일 모임, 입대 환송, 군 휴가자 환영, 비가 와서, 날이 좋아서 등 이런저런 이유로 대학생들은 서로 어울려 술을 마시며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세대가 변하고,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거리두기와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대학생들의 음주문화는 변화했다. 중문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ㄴ 씨는 “코로나 전에는 동아리, 학생회에서 단체 예약이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개강총회나 종강총회를 제외한 단체예약 문의가 거의 없다. 단체 예약뿐만 아니라 중문에서 술을 마시는 대학생 자체가 많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대학생의 음주문화 변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국세청의 <주류 출고 현황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91만 5,536 KL였던 희석식 소주 출고량이 2023년에는 84만 4,250 KL로 약 8% 감소했다.
둘째, 중문 상권의 다양성과 특색이 상실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폐업하는 가게가 늘면서 특색 있는 가게들은 사라지고 단조로운 가맹점 위주의 상가가 됐다. ㅂ부동산 관계자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술집이나 밥집이 자리를 다 뺐다. 그 자리에 포토 부스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들어서면서 재미없는 중문이 됐다. 대학생들은 굳이 이곳에서 놀 필요를 못 느끼고, 다른 곳으로 유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중문에 사람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셋째, 높은 물가와 우리 학교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영향이다. 요즘 1만 원 이하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을 찾기 힘든 건 중문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학교가 시행하고 있는 천 원의 아침밥과 이천 원의 저녁밥은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이 높아진 물가에 중문을 대신해 학식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시험 기간 도서관 24시간 개방과 교내 스타벅스 개점도 중문 상권에 영향을 주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ㄱ 씨는 “작년에는 시험 기간에 새벽까지 카페에서 공부하려는 손님이 많이 왔었다. 그런데 올해는 도서관 24시간 개방으로 시험 기간인데도 카페에서 공부하는 손님이 많지 않다. 또, 교내에 스타벅스가 생기면서 손님이 더 줄었다”라고 말했다.

▲ 임대 현수막이 붙은 공실 상가.
이외에 중문의 높은 임대료도 침체 원인으로 지적된다. ㅂ 부동산 관계자는 “중문의 임대료는 주변 청주대에 비해 비싼 편이다. 충대 중문이 오래된 지역인 것을 감안해도 비싼 편에 속한다. 학생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는 상인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라고 말했다.
이대로 대학가 상권의 침체가 계속되면 그 피해는 대학생에게도 미칠 것이다. 학교 주변에 상권이 형성돼 있기에 학생들은 식사와 음료, 생필품 등을 손쉽게 구하고, 여가와 유흥도 즐길 수 있다. 즉 대학가 상권은 대학생들에게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중요한 인프라다. 따라서 중문 상권의 부흥을 위해 지자체, 건물주, 상인, 대학과 학생이 서로 지혜를 모아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황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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