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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진
독서 외면 초등학생, 언어능력 낮다
제 826 호    발행일 : 2010.11.27 
전국 교사 76% “학생 이해능력·글짓기 수준 낮아”
학교만으로는 부족, 가정과의 연계 시급

“과거 학생들보다 어휘력이 상당히 떨어졌어요. 말도 상당히 거칠어졌고 대화중에 줄인 말을 많이 써요. 생각을 하려고 하지 않고, 글 쓰려는 의욕이 없습니다. 사고력도 떨어져서 발표는 물론이고 토론조차 되지 않아요. 말을 할 때 근거나 원론적인 내용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문장을 읽으려고 시도하지 않습니다.”
 

 
청주시 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학생들의 언어구사능력 및 학업성취도에 대해서 묻자 나온 대답이다. 올해로 30년 째 교단에 서고 있는 최 모 교사는 학생들 때문에 늘 걱정이다. 아침마다 이뤄지는 독서시간에는 만화책을 읽는 학생들이 태반이다. ‘일반책 10권을 읽으면 만화책을 2권 읽게 해주겠다’며 살살 구슬려도 소용이 없다. 독후감은 학생들이 워낙 싫어해서 포기한지 오래고, 방학에 독서숙제를 내면 대충 보고 다 읽었다고 제출하는 것이 다반사다. ‘마당을 나온 암탉’과 같은 권장도서들의 내용을 토대로 시험문제를 내면 시험문제가 너무 어렵다며 난리다. 수업시간엔 ‘쓰기’교과서에 한두 글자만 쓰고 멀뚱거린다. 최 교사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시도를 해도 신통치 않다며 몹시 걱정했다. 그런데 이 고민을 대한민국 교사들이 똑같이 하고 있다면 어떠한가.

일본 : ‘활자이탈세대’ 용어 첫 등장
2006년과 2010년에 두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다. 우선 첫 충격의 대상은 2006년의 일본이다. 당시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국제학업성취도평가)는 OECD 57개 국가의 15세 학생들 40만 명을 대상으로 3년 동안 실시한 과학·읽기·수학 등의 학업성취도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일본은 읽기부문에서 15등을 차지했다. 일본 위로는 대한민국, 핀란드와 홍콩, 뉴질랜드,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이 있었다.
이 평가 결과를 받아든 일본 전역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당시 젊은 세대의 생활습관 및 언어능력을 파악하게 되는데, 이때 ‘활자이탈(活字離脫)세대’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다. 활자이탈세대란 TV와 인터넷, 휴대전화, 게임 등에 익숙해져 신문과 책을 멀리하는 젊은 세대를 말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해당되는 이 세대는 의사소통능력이 윗세대에 비해 뒤떨어지고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 우발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

일본 정부 대책은 ‘활자문화진흥법 ’
일본 정부는 젊은 층을 활자매체로 이끌기 위해 ‘활자문화진흥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일본 국민들이 모든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문자·활자 문화의 혜택을 누리도록 국가 및 지방 공공단체의 구체적인 의무사항을 제시했다. 또한 이 법을 공포한 7월 29일을 활자문화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또한 신문사, 출판업계를 지원하고 학교에서 독서지도 강화 및 독서시간을 확대하도록 장려했다. 일본가정에서는 온 가족이 독서에 참여하는 ‘집안독서’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일본으로서는 활자이탈 현상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그에 대해 즉각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한 셈이다. 독서교육에 대한 일본의 지원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 일본 뒤이어 활자이탈현상
그렇다면 또 다른 충격의 대상은 어디일까. 바로 2010년의 대한민국이다. 2006년 PISA가 실시한 테스트 4년 후 우리나라는 바로 4년 전 일본의 선례를 그대로 밟고 있다. 올해 10월 8~1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4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중 75.97%인 373명이 ‘학생들의 글짓기 수준과 문장 이해력, 언어 구사력이 신체 및 정신발달에 비해 낮다’고 답했다. 과거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의 독해력 및 문장 이해능력이 떨어졌다고 보는 비율도 전체 중 64.97%를 차지했다.
활자이탈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사고력과 창의력, 집중력 등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논리적인 사고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우종민 신경정신과 교수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활자이탈 세대의 비정상적 사고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그는 “활자이탈 현상을 보이는 어린이는 남을 이유 없이 폭행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왜 잘못됐는지, 남을 때리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생각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입시·영상매체 빠져 독서 외면
많은 전문가들은 활자이탈 현상의 원인을 낮은 독서량과 커진 영상매체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우 교수는 앞서 밝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의 이유를 “독서를 게을리 하고 TV나 게임과 같은 영상에 익숙해져 합리적인 사고훈련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교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청주시 흥덕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고 영상매체에 익숙해지다 보니 독해력이 상당히 떨어지고 사고하는 능력이 심각한 수준이다”고 말하며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활자이탈 현상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현재 입시교육을 들 수 있다. 학원과 과외 등에 매달려 암기·답안지식 공부법에 익숙해지는 동안 독서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최 교사는 “성적 위주로 공부를 하다 보니 책을 읽어도 교과서에 나오는 부분만 인지하고 앞, 뒤는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지문 안에 답이 있음을 알려줘도 지문을 깊이 있게 읽지 않고 답을 고르는 경우도 있다”라고 했다. 이렇게 학생들의 성적은 좋은 편이어도 기본적인 독해 및 문장이해능력은 떨어진다.

별다른 독서정책 없어 교사만 끙끙
이렇듯 실제 학교에서 느끼는 활자이탈세대의 실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가 학교 교사들의 고민으로만 끝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외에 어린이·청소년의 활자이탈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나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청주시로 좁혀본다면 현재 충청북도청주교육지원청에서 2010년 들어 실시하고 있는 독서교육 관련 정책과제는 큰 틀로 잡아 5가지다. 이 안에는 독서통장제와 학부모 독서토론 동아리 운영, 독서 축제, 학교 도서관의 지역사회 개방 등이 속해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는 어떨까. 청주시 초등학교 1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과반을 넘는 학교들이 아침자습시간 20분 동안 책을 읽는 시간과 도서관 이동수업 외에는 개별적인 독서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독서 관련 행사를 개최하는 등 나름대로 독서량을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교사들의 생각이다. 학교에서 시행하는 독서수업이나 행사로는 학생들의 독서량을 늘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최 교사는 인터뷰 끝 무렵에서 이런 말을 전했다. “학교에서 하는 독서 수업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정에서 부모와의 연계가 이루어졌으면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부모들도 아마 지쳐서가 아닐까.”

고수진 기자
switch5@cbnu.ac.kr
남소연 기자
suwon1995@cbnu.ac.kr
ndfkees    2010-12-10 07: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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