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안에서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교원대 청소노조 할머니(위)와 청대 사거리에서 농성 중인 청주대교직원노조(아래)
최근 대학가가 시끄럽다. 연초에 흔히 볼 수 있는 등록금 문제 때문이 아니다. 이념적 갈등 때문은 더욱 아니다. 전례 없이 추웠던 올해 겨울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학교 곳곳에 현수막이 걸리고 농성이 끊이질 않는다. 이처럼 우리 학교 주변 대학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취재하기 위해 한국교원대학교(이하 교원대)와 청주대학교(이하 청주대)를 방문했다.
최근 동국대를 시작으로 홍익대 등에서 잇달아 교내 청소 미화 노동자들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학가는 또 다른 몸살을 앓고 있다. 국립대인 교원대 역시 청소 미화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문제로 갈등을 겪은지 오래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와 극한의 상황까지 치달은 경우는 드물었다.
십수 년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고용조건 개선과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지만 그때마다 용역 계약해지는 늘 뒤따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들이 현재 아웃소싱 되어있는 청소용역을 직영으로 전환해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그러나 국립대의 경우, '국가위탁사업비'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비용부담이 늘어난다. 직영으로 전환하게 되면 국가지원을 받지 못해 대학에서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료 인상 등 걸림돌이 더 많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국립대는 아웃소싱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겨울바람이 더욱 차게 느껴진 지난 수요일, ‘청소노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교원대를 찾았다. 대학 본부 앞에 조그만 천막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천막농성 22일째’라는 현수막과 더불어 청소노조원들의 처절한 외침이 담긴 갖가지 현수막이 천막 주위로 걸려있었다. 옆에는 학생들의 따뜻한 응원이 담긴 현수막도 볼 수 있었다.
천막 안으로 들어가 보니 청소노조원들의 상황은 생각보다 열악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비닐로 간이문을 만들고 심지어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밤을 학생들이 선물로 준 난로 몇 개로 버티고 있었다. 한기를 피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써보지만 비집고 들어오는 겨울바람을 막을 수는 없어 보였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15명의 청소 미화 노동자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해고조치를 통보받았고, 이를 계기로 농성을 시작한 청소노조들이 천막농성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22일째다(2월 9일 기준). 대부분 환갑을 넘긴 지긋한 나이지만 고용승계 보장을 위해 천막에서 밤을 지새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 두가지 뿐. 바로 법조항의 준수와 고용승계 보장이다. 한 할머니는 “교원대는 휴가는 커녕 토요일에 추가수당 없이 근무하는 것도 당연시 한다”며 “법에 명시된 사항을 국립대인 교원대가 지키지 않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불만을 표했다. 64세의 한 할아버지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고용승계를 보장해주는 것, 그거 하나면 되지. 매년 계약 날짜만 되면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서로 잘해보자고 이러는 건데...”라며 언짢은 속내를 드러냈다. 백만 원이 채 안 되는 빠듯한 월급이지만 임금인상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안정적인 고용 승계만 이루어지기를 바랄뿐.
그러나 여전히 학교 측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매년 불거지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보다는 며칠 앞으로 다가올 졸업식을 맞아 천막을 철수할 방법만 생각하고 있다. 학교 측이 제안한 조건은 이미 결원이 생긴 한 명을 포함하여 3월까지 총 4명 정도를 복직 시킬테니 졸업식 전까지 천막을 철거하라는 것. 터무니없는 이 요구에 청소 미화 노동자들은 어이없는 웃음만 지을 뿐이다.
이러한 소극적인 학교 측의 대응과는 대조적으로 학생들의 도움의 손길은 끊임이 없다. 자발적으로 모금하여 현수막을 제작하는가 하면 한 남학생은 매일 도서관에서 한 시간 가량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응원에 청소노조들은 일제히 입을 모아 고마움을 전했다.
끝으로 기약 없는 투쟁의 마지막 날은 언제가 될지 조심스레 물으니 청소노조 중 한분은 이렇게 말했다. “안정적인 고용승계가 보장 될 때까지지 뭐....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람들이 지쳐가니까 그게 걱정이지...”
서원대 학원 사태의 상처가 아물어 가는 듯 보였던 지난해 12월 말, 청주대 교직원들 168명중 125명이 파업을 선언해 학사행정이 마비됐다. 약속이라도 한 듯 여론은 이번 파업을 고임금 노동자들의 배부른 임금인상 요구라고 왜곡했고, 학생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청주대 교직원 노조들은 △총장의 독선적 행태 개선 △임금인상 △노조 탄압 정책 중단 △대학 민주화를 학교 측에 요구했다. 2005부터 개정된 학교 측의 규정으로 인해 2005년 이후 입사자들은 이전에 입사한 교직원에 비해 87%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학내에서 엄연한 임금차별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국 21위에 달하는 값비싼 학생등록금으로 합당한 교육투자를 우선시하기보다 매년 적립금을 확충하고, 총장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한 건물을 쌓아올리고 있다.
방학을 맞아 한적한 청대사거리에 다다르니 단결투쟁이라고 적힌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한 분은 열심히 지나가는 행인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몇몇 분들은 무리지어 피켓을 들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청주대 교직원 노조임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교육난도질 청주대 총장퇴진’, ‘독선행정 막말행패’라고 쓰인 피켓을 통해 그동안 그들이 수없이 마주한 학내문제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청대사거리부터 청주대 캠퍼스 곳곳에는 투쟁흔적이 가득했다.
청주대 교직원 노조가 거리에 자리 잡아 농성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44일째(2월 9일 기준). 매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는 청대 사거리에서, 3시부터 4시까지는 김윤배 총장 집 앞에서 투쟁은 계속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청주대학교 노조위원장 박용기 씨는 “청주대의 직원이기에 앞서 이 학교의 졸업생으로서 더 이상 학교가 파행으로 치닫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3대째 세습되는 총장자리로 인해 등록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반면 정작 학생들에게 필요한 실습기자재 등의 교육 시설물이 부족한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 버린 자신의 모교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현재 학교 측은 조속히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제의 실마리인 김윤배 총장이 실질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지 않아 현실적인 대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취재를 마치고 청주대를 빠져나오며 몇몇 학생들과 마주쳤다. 주위를 지나가는 학생들은 농성하는 교직원들을 곁눈질로 흘끔 쳐다보고는 이내 곧 눈길을 거뒀다. 교직원 노조들이 학내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에게 손수 전한 전단지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남소연 기자 suwon199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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