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죄송하지만 돈가스는 천원이 올랐는데요.”
돼지고기가 주재료인 음식 대부분이 천 원 이상 인상됐다. 주된 고객층인 학생들은 당황스러울 뿐이다.
요즘 들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봤을법한 상황. 적게는 500원에서부터 많게는 2000원까지 가격을 올린 식당도 있다. 다른, 먼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주변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들이다.
최근 구제역 사태로 전국에서 살처분된 돼지가 300만 마리를 넘기면서 돼지고기 도매가는 물론, 돼지고기가 주재료로 들어가는 돈가스, 순대국밥, 족발, 돼지국밥 등의 가격이 일제히 인상됐다.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 전국에서 사육하는 돼지의 추산치는 약 988만 마리. 약 30%가 살처분됐다는 이야기다. 돼지 3마리 중 1마리가 땅속에 묻혔다.
축산물 품질 평가원이 집계한 돼지고기 지육(기름기와 살코기)1kg 도매가는 구제역 발생 직전인 지난해 11월 말 3900원대에서 최근엔 8000원 안팎까지 2배 정도 폭등했다.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조사한 돼지고기 소매가격도 삼겹살 500g 기준으로 몇 달 사이 2000~3000원 정도 오른 1만~1만 1000원대로 높은 비율로 올랐다.
그렇다면 우리학교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학교 근처 식당가들은 어떨까. 가격을 인상한 가게가 많았다. 한 돈가스 전문점은 등심 돈가스의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돈가스덮밥의 가격을 5500원에서 6500원으로 인상하는 등 돈가스와 관련한 모든 메뉴를 천 원씩 인상했다. 식당주인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돼지고기 값이 두 배 가까이 올라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서는 운영이 안된다”며 “다른 식당에서도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돈가스 전문점 역시 마찬가지다. 4000원이라는 싼 값으로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이 식당은 최근 돈가스 가격이 6000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식당도 있었다. 국내산 삼겹살의 가격을 구제역 발생 전인 6000원(1인분기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한 식당 주인은 “실제 돼지고기 가격 인상률은 매스컴에서 발표한 것보다 2~3배 이상 크다”며 식당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식당운영이 어려워 올리고 싶어도 주 고객이 학생들이기 때문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식당의 주인 역시 “돼지고기값이 구제역 발생 전보다 두 배 정도 올랐다”며 “학생들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올리고 싶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재래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정육점 앞에 걸려있는 고기 가격표. 유독 돼지고기 가격표만 임시방편으로 적어놓은 종이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 덧붙어 있었다. 돼지고기의 가격이 몇 차례 인상됐기 때문이다. 한 정육점에서는 국내산 삼겹살 500g에 9000원에서 1만 2000원으로 인상했다. 대부분의 정육점들의 돼지고기값도 2000~3000원 가까이 올랐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곳은 돼지의 내장을 취급하는 순대가게나 순대국밥가게다. 현재 돼지의 내장은 수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산 돼지의 내장만을 사용해야 한다. 고기야 수입을 병행하여 사용해도 된다지만 돼지내장은 수입자체가 되지 않으므로 타격이 더 심하다. 그래서인지 순대와 순대국밥의 가격은 대부분 인상되거나, 인상되지 않은 경우에는 순대나 돼지 내장의 양을 줄이기도 했다. 순대 한 접시 가격을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린 한 해장국 식당 사장은 “순대는 양을 줄일 수 없어 천 원 가량 올리고, 순대국밥은 가격을 올리지는 않았으나 들어가는 내장의 양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주변에 있는 순대나 순대국밥을 파는 가게는 모두 이런 실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처 재래시장의 순대, 순대국밥을 취급하는 식당은 대부분 가격이 천 원 가량 올랐다.
이러한 ‘돼지고기 품귀현상’은 기업형 슈퍼마켓 역시 예외가 아니다. 롯데슈퍼의 경우 국산 삼겹살 100g 행사값이 구제역 확산 이전인 11월 말 990원에 불과했지만 최근 1890원으로 2배정도 상승했다. GS수퍼마켓이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역시 국산 돼지고기값이 최고 25%까지 올랐다. 특히 이같은 오름세는 롯데마트 등의 대형마트에서도 일부 나타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금(金)값’이 된 돼지고기값, 대책은 없을까. 농림수산식품부는 치솟은 돼지고기값을 잡기위해 되도록 수입산 돼지고기 취급을 늘리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동시에 한시적으로 수입산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방안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현지의 돼지고기 수출업체들이 없어진 관세만큼 도매가격을 올려 결국에는 무관세 제도가 무용지물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구제역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사육하던 돼지의 1/3 가량을 잃은 축산업자들은 수입산 돼지고기가 무관세에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들어오게 됨에 따라 가격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남아있는 축산업자마저 상황이 어려워져 우리 축산업의 근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돼지의 수가 지금과 같은 소비량을 충족시키면서 구제역 전과 비슷한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려면 2~3년이 걸린다고 한다. 몇 달의 싸움이 아니다. 당분간 축산업자와 상인, 소비자를 ‘두 번 죽이는’ 돼지고기값 전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남소연 기자 suwon199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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