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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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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거리로 나온 집창촌 여성들…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제 834 호    발행일 : 2011.05.28 
“성매매 특별법 개정해 생존권 보장하라”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명백한 성적 폭력”

 현재 영등포 집창촌 곳곳은 생존권 보장을 위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지난 20일 영등포 집창촌 여성들이 시위를 마치고 해산하는 모습.

 

 

지난 17일, 서울시 영등포에서는 보기 드문 시위가 열렸다. 이번 시위는 우리나라의 언론에서도 대서특필됐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타임지에도 보도가 될 만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거리에 나선 400여 명의 여성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소복을 입은 여성들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페인트칠을 하고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일부는 소복을 벗어 던지고 붉은색 페인트를 온몸에 칠한 채 반나체로 거리를 질주하는가 하면, 더러는 휘발유를 뿌려 분신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처절한 외침의 주인공은 바로 집창촌 여성들이다.
지금 영등포에서는 때아닌 성매매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불과 7년 만이다. 성매매특별법이란 성매매 행위를 방지하고, 성매매 피해자의 보호와 자립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2004년 이후 성매매는 불법으로 규정됐지만 집창촌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 사이에서는 성매매를 합법화해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창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본지 기자는 시위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은 영등포 집창촌을 찾았다. 격렬한 시위현장을 대변하듯 거리에는 온통 붉은색의 페인트가 뿌려져 있었다. 집창촌의 곳곳에는 살벌한 문구의 플래카드가 빼곡히 걸려 있었다. 집창촌 여성들은 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우비를 입고 또 다시 두 시간가량 시위를 했다. 그들이 떠난 집창촌은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주변 백화점의 경비는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다.
그동안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창촌 자체를 모두 폐쇄시킬 수는 없었다. 대책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남은 전국 38곳의 집창촌은 성매매를 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그때마다 성매매 여성과 업주가 처벌을 받는 정도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초, 영등포경찰서는 영등포역 앞의 성매매 업주와 건물주에게 일주일 내로 영업장 폐쇄를 촉구하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결국 4월 1일 경찰들은 영등포 집창촌의 출구와 입구를 모두 통제조치했으며, 경찰이 상주하고 있으니 당연히 집창촌의 수입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갈 곳 잃은 여성들이 빨간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거리로 나선 것이다.
사실 그동안 언론에서는 신세계 백화점(영등포점)에서 여성들이 백만 원이 넘는 가방을 동전으로 계산하겠다며 ‘준법시위’를 벌인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친구의 생일선물을 사주고 싶었으나 경찰의 단속으로 매출이 줄어 당장 큰 돈이 없었고, 결국 저금통을 털어 한푼 두푼 모아온 동전으로 계산해야 했다는 게 해당 여성의 주장이다. 일요일이라 은행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동전으로 계산할 수 없다는 백화점 측과 집창촌 여성들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고 주위 시민들과 언론사들은 일제히 그것을 시위의 발단으로 받아들였다. 이 점이 바로 그녀들이 제일 억울해하는 부분이다. 아직도 이 헤프닝이 시위의 발단으로 왜곡 보도돼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언론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집창촌 폐쇄에 대해 유예기간을 달라는 것과 더 나아가 성매매 특별법의 개정이다. 성매매가 아무리 불법이라 하지만 하루아침에 아무런 대안 없이 집창촌을 폐쇄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들은 이 같은 조치가 주변의 백화점과 쇼핑몰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 주장한다. 영등포에 수많은 문화시설이 들어서자 공권력이 기업과 결탁해 갑작스레 단속을 강화하고 나아가 집창촌 폐쇄 조치까지 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주변 쇼핑몰과 백화점, 영등포 경찰서 측은 법에 따른 조치였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 자체가 합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등포 집창촌의 한 업소의 업주인 이재오(48) 씨는 “성매매 특별법이 실행된 뒤로 겉으로 보이는 많은 수의 집창촌은 폐쇄됐을지 몰라도 음성적인 성매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차라리 성매매를 합법화해 국가에서 규제하고 관리해야 보다 안전한 성매매가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주위에 들어선 키스방이나 휴게텔, 안마시습소에서 성매매가 음성적이고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오히려 성매매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요즘에는 호주나 동남아 등 외국으로 원정 성매매를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한 이 씨는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현실적 대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곳에 온 여성들은 대부분 좋지 않은 집안 사정 때문에 가장인 경우가 많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하더라도 어느 누가 여기 오고 싶어 하겠는가. 하지만 많은 돈이 필요한데 여성가족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직업훈련이나 보호가 실질적으로 30대의 가장인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여성부에서는 성매매 피해여성의 자활을 돕기 위해 미용과 꽃꽂이 등의 직업교육과 일정기간동안 숙식과 보호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집장촌 여성들은 실질적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앞으로 정부의 집창촌 폐쇄 움직임에 맞서 지속적으로 항의할 예정”이라며 정부와 여성계를 향해 집창촌 여성들을 성노동자로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반해 여성단체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 이수림 씨는 “성매매를 합법화해 종사자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실패로 드러났다. 여성의 성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가부장적 성문화를 바로잡지 않는 한 성매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성매매피해여성들을 위한 대안들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데에 대해 “피해여성들이 조금만 생각을 바꿔 도움의 손길을 청하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제도들이 많다”고 전했다.
여성인권지원센터 교육개발팀 이선영 씨도 “성매매 합법화가 모든 여성을 잠재적인 성매매의 대상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며 “그것은 남성이 여성을 지배할 수 있다는 명백한 성적 폭력이다. 또한 성매매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 자체가 우리나라를 성매매공화국으로 만드는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성매매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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