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 김 모(15)군은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간다. 이유는 다름 아닌 컴퓨터 게임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 내내 머릿속은 어제 즐긴 컴퓨터 게임 생각으로 가득하다. 도착 뒤엔 교복도 벗지 않은 채,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즐긴다. 게임을 시작하고 어머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를 때쯤에야 게임을 중단한다. 허겁지겁 밥을 먹은 뒤엔, 다시 게임에 열중해 밤늦은 시간까지 흐른다. 그만 자라는 부모님의 수차례 야단에야 겨우 컴퓨터를 종료하고 잠에 든다.
이는 요즘 청소년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다. 청소년들이 학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에만 쓰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저녁 7시 무렵, 청주시 복대동에 위치한 한 PC방에서는 이미 많은 청소년들이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교복을 입은 채 줄지어 앉은 학생들은 서로 언성을 높여가며 쉴 틈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카운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민기(21)씨는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PC방에 방문하고 있는지 묻자 “하루에 100~200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PC방에 오는데, 거의 대부분은 게임을 하고 간다”고 말했다. 또, “자주 오는 학생들의 경우 일주일에 대여섯 번도 온다”고 말하며 “수업이 끝나고 바로 오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청소년 이용이 허용되는 오후 10시 정도까지 하고 간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16일에 공개된 한국콘텐츠진흥원 국정감사에 따르면 전체 게임이용인구는 지난해 1685만 명으로 2009년 1704만 명에 비해 줄었으나, 10~19세 청소년 게임 이용인구는 지난해 550만 명으로 2008년 501만 명, 2009년 520만 명에 이어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지난 해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인 초·중·고등학생들의 중독률이 각각 13.7%, 12.2%, 10%로 나타났다. 더구나 청소년 고위험자 수는 21만 8000명(3.1%)으로 전년 대비 3만 1000명(0.5%)이 증가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컴퓨터 중독은 날로 심해지고 있으며 이는 청소년 범죄라는 사회 문제를 낳기도 한다. 작년 11월 부산에서는 한 중학생이 컴퓨터 게임하는 것을 나무란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주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전현진 가족교육담당자는 “요즘 청소년 게임 중독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말하며 “청소년들이 쉽게 인터넷과 게임에 접할 수 있는 환경,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부족한 관심과 관리, 청소년들의 부족한 자제력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학생들이 쉽게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을 개선해야 하며,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스스로의 상태를 깨닫게 하고, 자제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전 씨는 컴퓨터 중독의 또다른 중요한 원인으로 청소년들이 즐길 건전한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림으로써 건전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청소년들이 즐길 다양한 문화가 부족한 점이 학업에 지친 청소년들을 컴퓨터에만 매달리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청주고교 1학년 이종인(17) 학생은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해 “가끔씩 친구들과 축구나 농구를 하기도 하지만 주말이면 평소엔 못 하던 컴퓨터를 하며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고 전했다. 뭔가 취미 활동을 할 생각은 없냐고 묻자 “학교나 학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떤 할 만한 것들이 있는지, 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같은 상황에 전현진 가족교육담당자는 “컴퓨터에 빠진 요즘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청소년 문화에 대해 환기시키고,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컴퓨터 중독 문제를 단순히 청소년들의 책임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건전한 청소년 문화 부재에 대해 통감하고 지역사회가 다양한 문화 공간의 확충과 청소년 거리 축제 개최, 청소년 동아리 활동 등을 활성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청소년들이 컴퓨터에 의존하지 않고 바람직한 문화 형성을 하도록 사회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을 덧붙였다.
김도훈 기자 kdh629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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