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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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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영화 <도가니>로 인해 붉어진 ‘비리의 사립학교’
제 839 호    발행일 : 2011.10.28 
족벌경영?금품수수 등 사립학교의 비리 심각
교육청, 현재 사학 재제할 별다른 방안 없어

  화제의 영화 한 편이 있다. 이미 누적 관객수는 400만 명을 돌파했고, 영화제목을 딴 법이 국회법사위를 통과할 정도로 한 편의 영화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이 크다. 바로 125분의 러닝타임으로 세상을 분노의 도가니로 만든 영화 <도가니>다. <도가니>는 광주의 한 사립학교에서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저질렀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이로 인해 최근 허점투성이인 장애인 복지법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더욱더 논란이 되는 것은 사립학교(이하 사학, 私學)에 대한 각종 문제들이다. 영화 속의 학교는 전형적인 족벌사학의 모습이다. 설립자의 친인척이 학교의 요직을 맡고 있었으며 그 속에서 부정부패는 공공연히 일어나고, 사건은 은폐됐다. 이는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사학의 비리는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 
  교육 시민단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직원 김인철 씨는 “현재 사학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올해만 해도 각종 부정부패로 교육과학기술부에 적발된 사학의 수가 상당하다. 족벌경영과 각종 비리로 인한 사학의 폐해가 교육 전체의 근간을 위협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족벌경영은 사학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사립학교에서는 학교 및 수익사업체 등 학교에 관한 모든 사항을 이사회가 관할하도록 되어 있다. 핵심역할을 담당하는 이사회가 이사장과 교장을 중심으로 친인척들로 구성되며 각종 부정을 저지른다. 이사회뿐만 아니라 학교, 행정실, 심지어 감사반 마저도 모두 그들의 친인척과 측근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레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례로, 서울 H학원 소속의 H고등학교, H중학교는 이사장, 이사, 개방이사, 감사, 개방감사까지 임원진의 약 70%를 이사장의 측근 및 친족으로 채우고 있다. 개정된 사학법의 개방 이사제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사학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족벌경영이 이뤄지다보니 학교를 가문 사유재산의 유지 또는 증식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립학교는 재단 법인이자, 비영리 법인이다. 비영리 재단은 면세사업자다. 따라서 사학은 개인의 재산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학의 재산이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주장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속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사학은 등록금 자율권과 나라의 교육 보조 예산을 함께 받고 있다. 그러나 작년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66개 사립학교 가운데 법정 재단 전입금을 100% 납부한 곳은 단 156곳. 재단에서 학교 운영을 위해 100% 재단 전입금을 내는 사학은 100개 가운데 9개도 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사학은 국민들의 혈세로 충당하는 형편이다. 심지어 일부 사립대학교의 경우 재단 전입금이 0원인 곳도 있다. 사학재단은 실제로 전체 운영 금액 중 일 년에 2%도 되지 않는 돈을 투자하고 나머지 98%는 국가의 예산과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해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만 설립하고 운영에 드는 모든 비용은 학생과 국가로부터 받는다. 지역과 나라를 이끌 재목을 키우기 위해 사재를 털어 학교를 세우고, 육영사업을 벌이는 아름다운 사학 설립자의 모습은 찾기 힘든 것이 오늘의 현실. 교육을 이용해 돈과 권력을 얻기에 급급한 모습만이 뚜렷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사학 이사진들의 금품수수는 물론이고, 교직마저 매매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특히 사립학교의 교원채용 비리는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사립학교법 제 53조에서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교원의 신규채용은 공개전형으로 하고 전형 실시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는 규정이 있으나 실제로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수법도 금품 수수, 순위 조작, 친지 채용, 알선 사기 등으로 다양하다.
  부산 B고등학교에서는 교사채용을 대가로 교사들에게 금품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 이사장이 교사 14명에게서 받아 챙긴 돈은 무려 14억 원. 사학 재단 채용비리의 한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최근 대도시 학교의 교직매매엔 1억 원 이상의 돈이 오가고 있다고 하니 영화 속 대사처럼 “큰 것 한 장”으로 교사직을 사고파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의 비리처분권한이 교육청에 있는 공립학교와 달리 사학은 그 권한이 재단에 있다 보니 해당 교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제재의 전부다.
  사립대학교의 비리 역시 심각하다. 상지대, 덕성여대, 영남대 등은 최근 몇 년 사이 사학과 관련한 분쟁을 겪고 있는 곳이다. 상지대의 경우 1993년 비리재단 김문기 전 이사장이 쫓겨났으나, 그 아들을 비롯한 4명의 구재단 측 인사가 선임되면서 논란이 다시 확산되기도 했다. 지난 5월 명지학원 설립자의 아들 유영구 전 이사장이 교비횡령 등 무려 25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부정비리혐의로 구속됐다. 유 씨는 회계장부를 허위로 꾸며 1735억 원의 교비를 빼돌려 빚을 갚는데 사용했으며 교직원의 임금 일부를 원천징수하는 수법으로 교비 387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처럼 사학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앓던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과 정치인 다수와 연관되어 있는 사학의 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여당 대부분의 현직 국회의원들은 사학의 이사장 출신이거나, 사학과 정치후원금으로 관련돼 있다. 바로 이들이 사학법을 사학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준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현재는 사학의 자율성을 대폭 인정해주는 사학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에는 개방형 이사제도, 대학평의원회, 교원인사위원회를 폐지하고 사학 재단의 이사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학 내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손쉽게 부정부패가 발생한다. 사학의 횡포가 심해질지라도 제재할 수단이 없어지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감사관실 양도영 주무관은 “현재 사학의 비리를 견제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모든 사학을 감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각 지방 교육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청북도 교육청의 행정예산과 직원 배상근 씨는 “현재 사학법은 취약점이 많다. 때문에 교육청이 일일이 접근하기에 곤란한 부분이 있다. 교육청으로서는 강경한 규제를 만들기는 어려워 감사를 강화하거나 사학 사무직원들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소연 기자
suwon199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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