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의 첫인상이 결정되는 시간은 약 5초 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짧은 시간 안에 결정되는 만큼 그 판단기준은 단연 시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외모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외모를 가꾸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게 하고, 사회를 외모지상주의로 이끌기도 한다.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가장 거대한 사회현상은 단연 ‘성형 열풍’이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성형은 이미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기시되던 연예인들의 성형 사실을 지금은 연예인 스스로 당당히 밝히게 되었고, 이제는 누구라도 원한다면 자신의 외모를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를 반영한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선 이러한 성형 열풍 문화가 비단 연예인이나 성인들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10대 청소년들에게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의 <e-서울통계> 46호에 따르면 서울 중·고교생 중 여학생의 54%는 외모를 가꾸기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48.5%)에 비해 6.1%나 증가한 수치이다.
청주여고 2학년 양모(18) 양은 “친구들 중에서 쌍꺼풀 수술을 한 정도는 흔하게 볼 수 있다”며 이미 10대 여학생들에게 있어 성형이 먼 이야기가 아님을 전했다. 같은 학교의 이모(18) 양 또한 “TV를 통해 예쁜 연예인들을 자꾸 보게 되니까 비용 부담만 없다면 못나 보이는 부분은 고치고 싶은 게 사실”이라며 “부모님도 눈이나 코를 고치는 정도는 허락하시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렇듯 10대들이 성형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과 관심은 날로 높아져가고 있으며, 이런 사실은 실제 성형외과의 방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들의 상담 예약 폭주는 연례행사라고 성형외과 측은 말한다.
청주 G 성형외과의 상담실장은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학생들이 찾아오곤 하는데, 주로 주말을 이용해서 방문한다. 평균 5~10명 정도는 오는 편이다”며 “15년 동안 성형 상담을 하고 있는데, 예전에 비해 확실히 성형을 원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어느 누구에게라도 예뻐지고 싶은 욕구는 당연히 있다. 성형은 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며 10대라고 그 이용에서 제외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성형 열풍의 배경 속에 10대들 사이에 만연해진 외모지상주의가 자리 잡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외모지상주의는 아직 정서적으로 예민한 10대들에게 외모 콤플렉스를 낳게 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Y 성형외과 남옥주 상담실장은 한 중학생과의 상담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어느 날, 상담을 하러 찾아온 여중생은 자신의 외모에 크게 비관했다고 한다. 외모로 인해 주위에서 수없이 놀림을 받는다고 하소연하면서, 같은 날 ‘못 생겼다’는 말을 세 번이나 들었다며 죽고 싶다고까지 했다. 남 실장은 “울면서 말하는 여학생을 보면서 안타까웠지만, 아직 어린 나이이고 굳이 성형이 필요한 외모라고 생각하지 않아 일단은 다독여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위의 사례는 한국 사회에 이미 만연한 외모지상주의가 10대 청소년들에게까지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선에 민감하고 주위에서의 자신에 대한 평가를 중요시하는 요즘의 청소년들은 눈에 보이는 외모에 집착하기 쉽다. TV와 같은 대중 매체에서 연일 보도되는 어린 10대 연예인들의 성형 사실들 또한, 청소년들에게 자신과 그들을 자꾸 비교하고 따라하려는 경향을 강하게 만들며 저연령화되는 성형 열풍에 한 몫하고 있다.
우리 학교 심리학과 박상희 교수는 “이처럼 10대들의 성형 열풍 현상이 지속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청소년들 사이에 성형이 계속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점점 더 외모만이 전부라는 인식이 더욱 강하게 만든다. 결국, 외모가 다소 부족하면서 성형을 하지 못한 학생들은 더욱 소외받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아직 자신의 정체성이 불명확한 청소년기에 외모만을 중시하게 되면 후에 인간관계에 있어 피상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지금의 외모의 가치만을 크게 중시하는 현실이 쉽게 바뀌기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회가 좀 더 다원화되어 개인의 개성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며 “10대 청소년들이 외면의 모습에만 신경을 쏟기보단 내면을 갖추는데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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