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과 결혼 등으로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작년 9월 말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이 약 14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법무부가 발표한 국내 거주 이주민 ‘100만 명 시대’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한 수치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의 유입으로 인해 다양한 국적과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세계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 곳곳에는 글로벌하지 않은 인식과 행동이 존재하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많은 외국인들은 ‘코리안 드림’을 품고 따뜻한 가족의 곁을 떠나 혈혈단신으로 한국을 찾아오지만 그들의 ‘꿈’은 여전히 먼 나라 얘기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인종적·민족적 특성을 이유로 일상생활에서 차별을 받는 사례는 아직도 빈번하다. 심한 경우 한국인 사업주나 관리자에 의해 폭언이나 폭행, 협박 등 인권을 침해받는 경우도 있다.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한국말이 서툴고 실수가 잦다는 이유로 한국인 동료 근로자에게서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 처음에는 팔이나 등, 어깨를 건드리는 정도였지만 나중에는 발로 차기까지 했다. 점점 더 심해지는 폭력을 견디다 못한 A씨는 고민 끝에 이주노동자 상담단체를 찾아가 도움을 받았다. 노동자 상담단체에서 고용안정센터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여 다른 회사로 옮겨지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됐다.
우리나라의 노동법에는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해서는 안 되며, 기타 정신상 혹은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할 수 없다는 내용을 명시해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다. 또한 나이, 성별, 국적, 신앙 이유로의 차별을 금지한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들도 노동을 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고 있으므로 한국의 노동법이 적용된다. 다만, 노동법 중 근로기준법은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적용되지 않는 조항들이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에 준해 보호를 받지만 외국인이기 때문에 체류 조건이나 과정 등에서 특수한 조건이 적용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특히 불법 체류자의 경우에도 산재보험 적용이 되지만 사업주가 악의적으로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거나 체류자 본인이 강제출국을 우려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석원정 소장은 “한국 사회는 이주노동자들을 천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돼 있다. 특히 여성노동자는 남성노동자에 비해 더 심한 차별과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3D 업종 등의 생산현장을 이끌어가는 귀중한 인적 자원이다. 그러므로 이주노동자들을 단순히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온 사람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먼저 한국 사회에 약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 정착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인종차별, 노동 착취 등의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는 법률로 다스려야 하며 미흡한 부분이 있을 경우 지속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또한 한국인 노동자에 대해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여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 새로운 생활 터전을 마련한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주민의 수가 늘어나면서 한국인과 이주민이 가정을 이룬 다문화 가정 또한 꾸준히 증가해 20만 가구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주 여성과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의 ‘한국살이’가 순탄치만은 않다.
한국인과 베트남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K 양은 초등학교를 입학 후 초창기에 피부색이 다르고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다. K 양은 친구들과 사람들의 시선에 위축돼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동시에 학습에 대한 흥미도 저하돼 성적이 떨어지기도 하는 등 한동안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었다.
서로 다른 국적의 부모를 지닌 다문화 청소년은 현실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부모와 학교생활에서 겪는 언어 소통 문제를 비롯해 문화 차이와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한다. 심한 경우 정체성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되며 사회에 부적응하거나 한국 사회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다문화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녀 교육 문제이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부터가 하나의 관문이다. 실제로 다문화 가정 자녀가 교내에서 학생들에게 왕따나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녀가 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는 사실상 부모가 자녀를 학습 지도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 하는 것을 부모에게 얘기하지 않아 문제를 더 곪게 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규학교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힘든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해 별도의 시설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국내 첫 다문화 대안학교인 '한국폴리텍 다솜학교'가 개교했다.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한국폴리텍 다솜학교’는 컴퓨터 기계과, 플랜트 설비과, 스마트 전기과 3개 학과로 운영된다. 신입생 45명 전원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수업료와 기숙사비는 정부가 지원한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 12일 다문화학생 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여 다문화학생 공교육 진입 지원을 위한 예비학교 및 입학의 전 과정을 상담·지원하는 다문화 코디네이터를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과부는 이 외에도 다문화학생과 일반학생에 대한 이중 언어 교육 강화와 다문화 친화적 학교 환경 조성 등을 강조했다. 교과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다문화학생을 소외취약계층으로 보아 지원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다문화학생 교육 선진화 방안을 통해 앞으로는 다문화학생이 가지고 있는 적성과 재능을 개발하여 우리사회의 소중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충청북도 교육청 다문화가정교육지원센터 관계자는 “다수의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들은 자녀학습 교육 문제를 가장 힘들어한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조차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자녀가 질문을 해도 부모 역시 잘 모르기 때문에 자녀들을 지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스스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게 되고 차별이나 따돌림을 당할 경우 마음에 상처를 입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 다문화 가정을 우리와 다르다고 구분하는 경계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문화 청소년은 물론 다문화가정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족 간에 문화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맞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녀가 있는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는 물론 남편과 시부모님 역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지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