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경기도 안산시에서 한 남성이 8살 여자아이를 데리고 교회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만취상태였던 남자는 화장실에서 여자아이를 성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여자아이는 평생 인공항문으로 살아야 하는 상처를 갖게 됐다. 바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분노했던 ‘조두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이슈화된 것은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피해 정도가 크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충격을 주지만 더욱 중요한 건 조두순의 형량에 있었다. 검찰은 조두순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 판결에서 조두순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조두순이 ‘고작’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법원은 조두순이 만취상태, 즉 ‘음주로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음을 감안해 형량을 구형한 것이다. 형법 제10조 2항은 ‘심상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한다.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으면 벌하지 않고(제1항), 미약하면 형을 감경한다(제2항)’. 이 조항의 ‘심신장애’는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술에 취한 사람도 속해 이 같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술에 취해 일으킨 범행’이 법적으로는 감경 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감형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승준 교수는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비난가능성이 없다면 즉, 책임무능력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책임’이라는 것이 충족되지 못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유의사 없이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감형이라는 여지를 두는 것”이라고 전했다. 술에 취한 사람이라도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술에 취한 사람과 술에 취해 자유 의지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여론은 이와 관련된 법조항보다는 감정을 기준으로 범죄자의 형량을 판단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 역시 술에 취했다는 것을 이유로 형량이 줄어든 사건들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청주알코올상담센터 이상민 팀장은 “과음으로 인한 폭언이나 폭력 역시 본인의 관리 문제”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음주 관련 사건을 관대하게 용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인생과 가족의 고통을 생각해 외국의 경우와 같이 형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감형과 관련된 조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시민들은 납득할 수 없는 형량에 분노한다. 신금자(우암동․50) 씨는 “조두순이 출소했을 때 가해 아동은 고작 20살이라고 들었다. 너무 적은 것 같다”며 조두순 판결에 대해 말했다. 장지영(율량동․17) 양 역시 “음주와 관련된 범죄는 중범죄가 많은데 감형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술에 취한 사람이 심신장애에 속해 감형된다는 사실에 반대 여론이 들끓자 정계에서도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 주요내용 보도자료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정신질환과 같이 본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경우와 음주처럼 본인이 통제해야 할 경우를 어떻게 같다고 보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음주상태에서 일으킨 범죄 관련법을 꼬집었다.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 역시 지난 5일 음주상태에서 일으킨 범죄에 대해 감형을 허용하지 않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음주나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 해당하는 약물에 의한 심신장애자의 행위는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10년 아동성범죄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9조로 성범죄의 경우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특례법도 불완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특례법 19조의 ‘심신장애 상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곧 ‘인정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례법에 문제가 있음을 언급했다. 이승준 교수 역시 “특례법 19조는 임의적으로 규정돼 있으므로 형법 10조 3항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형법 제10조 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스스로의 의지로 음주와 같은 심신장애를 야기한 가해자에게는 감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이처럼 죄질에 비해 형량이 적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관련 조항의 허점이 들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조항만을 따르기 보다는 현실적인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이승준 교수는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이뤄진다면 10조 2항의 ‘감경한다’를 ‘감경할 수 있다’의 임의적 감경으로 개정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는 대륙법계와 비슷한 수준의 양형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조두순 사건과 같이 국민여론과 양형기준 변화를 이유로 법관들이 중한 선고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과는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혜리 기자 aahyery@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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