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1일, 한국고용정보원은 대학생 아르바이트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대학교 등록금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이처럼 오늘날 등록금 1000만 원 시대에 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그러나 물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으로 인해 여전히 등록금 및 생활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선’을 넘는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불임 부부에게 돈을 받고 자신의 정자를 파는 ‘대리부’가 그 대표적인 예다.
현행 법률상 금전적 거래 없이 선의의 목적으로 정자를 제공하는 행위는 합법이다. 그러나 정자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금전적 거래가 이뤄진다면 이는 엄연한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터넷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25개 이상의 대리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20개 이상의 대학생 대리부 지원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대리부 활동을 하고 있는 문 모 대학생(25)은 “취업 준비를 하면서 학자금 대출과 부모님의 빚을 갚는 것이 너무 힘들어 이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인터넷에서 불임부부와 대리부의 은밀한 거래는 하루에 수십 건씩 이뤄지고 있다. 서로 조건이 맞으면 부부는 여러 번의 만남을 통해 대리부의 스펙을 점검하고 가격을 협상한다. 그런 다음 대리부는 인공수정 또는 자연수정(성관계) 방식으로 정자를 제공해 여성의 임신을 돕는다.
이렇듯 점점 많은 남학생들이 대리부에 뛰어들면서, 이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스펙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대리부의 나이, 학력, 신체, 외모, 가족력과 같은 스펙에 따라 정자의 등급이 매겨지며, 이는 수십만 원부터 수천만 원에 이르는 정자의 가격을 결정한다. 실제로 자신을 ‘A급 대리부’라고 소개한 김 모 대학생은 “1989년생, 키 180cm, 몸무게 70kg에 호감형 외모를 가졌으며, 현재 서울 명문대에 재학 중이고 흡연이나 음주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스펙을 위조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재학증명서, 성적증명서, 건강진단서와 같은 각종 스펙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들을 위조해 자신을 ‘A급 대리부’라고 속이는 것이다. 실제로 전문대학에 재학 중인 박 모 대학생(28)은 “다른 대리부들에 비해 소득이 적어 가끔 스펙을 위조하고 싶을 때가 있다”며 “주변에 스펙을 속여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대리부를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거짓 스펙을 내세워 절박한 불임부부에게 접근해 인공수정이 아닌 자연수정을 강요하는 것이다. ‘무료 대리부’라는 명목으로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대학생은 “인공수정보다 자연수정으로 성공한 경험이 더 많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레 자연수정 방식으로 이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139곳의 정자은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불임부부들은 위험한 대리부를 선택하는 것일까. 기증자의 정자는 태어날 아이의 유전적인 특징과 관련이 깊다. 이에 따라 불임부부는 정자 선택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정자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제공받을 경우, 기증자에 대한 어떤 정보도 알 수 없어 유전자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이 때문에 불임부부들은 기증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대리부를 선택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금전적 거래를 통한 정자 제공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3조 3항에 따라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위법시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자 거래로 기소된 사례는 여태까지 단 한 건도 없다. 현재 법을 적용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김선웅 씨는 “불임부부와 대리부 간의 정자 거래는 매우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어 적발하기 힘들다”며 “실제로 금품을 주고 받았다는 증거를 포착하는 것이 어렵고 당사자들이 부인하면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석용 의원은 “현재 불임부부들이 좀 더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자식을 갖기 원하는 만큼 불법 정자 거래는 지속될 것”이라며 “이를 합법화시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관리 비용 및 정자 기증 횟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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