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대입 재수기간을 보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던 이수연(고양시·21) 씨, 앞으로의 삶에 대해 근본적 고민들이 머릿속에 가득하고, 흔들리는 꿈에 대한 답을 얻고 싶다는 서단비(김해시·22) 씨, 사회를 살아가는 것이 막막하고 답답해 때로는 혼나고 싶고 따뜻한 응원을 받고 싶은 윤다영(서울특별시·23) 씨. 모두 지금의 좌절과 실패 혹은 상처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 있으며, 누군가의 따끔한 조언과 따뜻한 격려를 바라는 2030세대의 흔한 모습들이다.
서점가에는 2010년 출간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시작으로 청춘들에게 조언하고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많은 책들이 진열돼 있다. 올해 초, Yes24, 교보문고를 비롯한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8곳의 판매 서적 1위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차지했고, 김난도 교수의 <천 번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상위 베스트셀러 10위까지의 순위에서 절반 이상이 ‘자기 계발서’로 나타났다.
서점에서 시작된 ‘힐링’의 바람은 서서히 ‘강연’으로 옮겨왔다. ‘청춘 콘서트’로 싹이 튼 강연 붐은 다양한 형식과 주제의 강연으로 진화했다. 초기의 강연이 전문적, 학문적, 기술적 지식을 나누는 형태였으며 최근에도 유명 인사의 대중 강연에 몰리는 추세지만 요즈음의 강연은 변화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상파와 케이블을 막론하고 방송가에서 이러한 트렌드를 비중 있게 반영하며 많은 강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강연자가 살아온 인생을 기반으로 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최근 에는 주부, 학생, 노숙자 출신, 장애인, 예술가, 의사, 기술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자신과 닮은 이야기를 하고 이를 통해 ‘위안’하고 ‘위로’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대안을 찾기 힘든 사회 분위기 속에서 스승과 같은 멘토를 찾아 ‘힐링’을 받는 것이다.
이런 특징이 잘 반영된 프로그램은 KBS의 <강연 100℃>로 유명 인사들만이 할 수 있는 강연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강연을 지향한다. 인생이 끓는 온도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평범하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각자의 100℃를 강연한다. 그리고 강연자에게만 치중하는 지루한 강연이 아닌, 작은 공연, 영상, 다채로운 PPT 등을 곁들인 살아 있는 강연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CBS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은 미니 프레젠테이션 강연 프로그램으로 우리사회, 다양한 영역의 강사들이 트렌드, 교육, 경제, 청년, 평화 등의 주제를 15분 동안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월 격주 월요일마다 두 차례씩 시민들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무료시민 강좌형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온라인으로도 강연을 전송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설명한 두 프로그램과 달리 tvN <스타특강쇼>와 <김미경 쇼>는 취업준비생,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특강 프로그램으로, 20대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들, 얻고자 하는 모든 욕구를 특강 형식으로 젊은이들에게 충족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강사들 역시, 우리 주위의 유명인사나 특히 20대 청춘들이 닮고 싶어하는 명사들로 구성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강연 프로그램을 방청한 홍익대학교 이소영(금속조형디자인과·10) 학생은 “청춘이기에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현실을 봐라’, ‘철 좀 들어라’, ‘꿈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는 말들 때문에 꿈을 뒤로 하고 현실과 갈등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며 “강연을 통해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이강효(컴퓨터공학과·10) 학생은 “우울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속에도 먼저 살아온 멘토들을 통해 내가 겪게 될 어려움이나 혹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지혜를 구하고자 강연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강연 열풍에 대해 김휘영 문화평론가는 “상층이나 중심부에 있는 공급자(멘토)와 저층 또는 주변부에 있는 수요자(멘티)가 힐링 문화 아이콘의 중심”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평론가는 “소셜 미디어의 확장과 텔레비전의 종편 출범 등 공급자가 갑자기 늘어 가장 적은 비용으로 대중에 문화 콘텐츠 제공하는 방식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앞으로 2년 정도는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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