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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빈
지역화폐로 살아나는 인간관계
제 872 호    발행일 : 2014.02.10 


  "농산물을 바꿀 수 있는, 식당에서 쓸 수 있는 우리 지역 화폐, 이런 것들을 만들면 우리 지역의 축제를 통해서 경기활성화가 되지 않을까요"
  지역화폐를 통한 주민 간 유대감 향상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역화폐는 한 국가 내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에 의해 통용되는 국가화폐와 달리 특정 지역 내에서 지역 주민들이 정한 규율에 맞게 사용되는 돈이다. 이는 공동체화폐·대안화폐·보완통화·에코머니·지역통화 등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3천여 개 이상의 지역에서 통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998년 IMF당시 ‘미래화폐’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지금까지 지자체와 비영리 민간단체를 통해 제작된 지역품앗이활동 단체는 경기 과천품앗이, 대구 늘품, 대전 한밭레츠, 부산 사하품앗이, 서울 송파품앗이, 의정부레츠 등 전국 30개 정도로 이 단체들이 사용하는 지역화폐는 법정통화가치가 없는 일종의 ‘상품권’으로, 품앗이 활동을 하는 형식으로 지역주민끼리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역화폐 ‘송이’를 사용하고 있는 부산 사하품앗이 오혜정 회원은 “현재는 물건을 구입할 때 최대 30% 정도 송이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계산한다. 또 인터넷상에서 송이통장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며 “지역화폐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작년 9월에는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앞으로 지역화폐를 통해 다양한 사회활동을 실현할 수 있음을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전에 위치한 지역품앗이 단체 ‘한밭레츠’에서는 ‘두루’라는 화폐를 사용한다. 본인의 품을 팔아 두루를 벌며, 활동에 따라 지급되는 두루의 가치는 다르게 책정된다. 회원들은 두루를 사용해 농산품이나 의료서비스를 구매한다. 현금과 두루를 함께 사용할 수 있으며, 구매액의 30% 이상은 두루로 구매하게 된다. 박현숙 두루지기는 “‘공동체화폐 두루로 만드는 행복한 마을’이 한밭레츠의 목표”라며 “지역의료생협과 대안학교를 만들었고, 약국, 병원, 농산물, 교육강좌 등 지역주민이 함께 나눌 수 있는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뢰가 바탕이 된 거래를 해 보자는 것”이라며 “지역화폐는 이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고 전했다.  지역화폐운동은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소속감을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통해 소비를 실현하니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생태주의적 측면도 함양하고 있어 지역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동력으로 인정받는 상황이다. 이에 각 단체도 여러 활로를 모색해 운동을 더욱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밭레츠는 ‘원도심레츠’, ‘마을카페좋은이웃’ 등의 마을기업을 통해 강좌 개설,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주민이 화합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밭레츠에서 품앗이 활동을 하는 박은영 씨는 “레츠운동의 핵심은 관계와 공동체가 아닐까 싶다”며 “우리들만의 공동체이기보다는 열린 공동체로서 더 넓은 관계를 지향하리라고 보며, 이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몹시 그립고 이상적인 모습이다”고 전했다. 또한 박 씨는 “한밭레츠에서는 이러한 일들을 오래전부터 지속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내 지역화폐운동은 시작했을 당시에 비해 많은 부분 위축된 상태다. 지역화폐를 연구하는 가톨릭대 소비자주거학과 천경희 교수는 국내 지역화폐운동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주민들의 자발성 여부가 큰 문제”라며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가 어렵고, 몇몇 시민단체가 이를 활동 수단으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오히려 운동을 방해하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금전적 문제, 가맹점 회원 수, 실질적 회원 부족 등이 지역화폐운동의 고질적인 한계로 인식되고 있다. 시민운동단체 풀뿌리자치연구소의 김현 씨는 “단기적인 과제는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우선일 것이고 더불어 신입회원을 늘리는 것도 목표로 둬야 한다”며 “회원이 는다는 것은 재정에 도움도 되지만 지역화폐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국내에 지역화폐운동이 정착하는 데에는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적이고 주민 간 유대를 강화한다는 점, 해당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농산물의 장거리 이동에 따른 탄소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 현금이 없는 사람에게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일방적 시혜가 아니어서 거래가 떳떳하다는 점 등이 순기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화폐를 통한 지역경제 발전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백승호 사회적 경제지원센터 과장은 “지역에서 연간 빠져나가는 돈이 4조 원 정도 된다”며 “지역 내에서 돈이 머무르고 돌게 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보고자 지역화폐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지역화폐의 긍정적 기능을 고려해 특정 도내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 도입이 내년 시범운영을 거쳐 2016년부터 해당되는 도 전역으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인천시가 올 3월부터 2018년까지 한시적으로 쿠폰형태의 지역화폐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에 있기는 하지만, 실물화폐를 발행해 운영하겠다는 ‘지역화폐 사업’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강원도가 처음이다. 그런 만큼 모험적이고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벌써부터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칫 화폐발행과 전자결제시스템 구축 등 많은 예산만 낭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정통화 발행권을 갖고 있는 한국은행은 아직 지역화폐 도입 움직임에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역경제를 내세워 통화시장의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며 원론적인 면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강원도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등 지역의 자립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지역화폐 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지역화폐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에 대해 천 교수는 “지역화폐운동은 마을공동체가 형성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며 “사람들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돈이 지니는 가치를 믿어야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이 운동은 집착과 욕망을 버리고 좀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대안적 시스템이며, 최근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지역화폐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삶의 방식을 바꾸는 운동이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를 전했다.


박규빈 기자
wilsher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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