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난 지 몇 년 지나지도 않아 예기치 않게 일어난 또 한번의 기름유출 사고가 많은 어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전국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몰려와 지금은 어느 정도 방제작업이 끝났다고 하지만 어민들의 한숨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이에 충북대신문은 피해지역인 전라남도 여수시 신덕마을을 직접 찾아가 그 현장을 취재해봤다.
20년 전과 똑같은 사고, 전형적인 ‘인재’
‘여수 기름유출 사고’, ‘GS칼텍스 기름유출 사고’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이번 사건은 해양수산부에서 열린 정부대책회의에서 사고 명칭을 공식 명칭이 정해질 때까지 ‘우이산 호 충돌 유류유출사고’로 부르기로 잠정 결정됐다.
지난달 3일 오전 10시 해양경찰청은 ‘우이산 호 충돌 유류유출사고’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해경은 “1월 31일 09시 35분경 싱가포르 국적 우이산 호가 도선사 두 명과 접안선 6대의 도움을 받아 여수시 낙포각 원유 제2부두에 접안을 시도하다가 배의 앞부분이 부두 및 송유관 잔교와 충돌해 송유관이 파손돼 원유가 해상에 유출된 사고”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한 이 사고로 “원유 등 약 164㎘(820드럼)가 유출됐고, 사고 지점 북서쪽 묘도에서 남쪽 오동도까지 부분적으로 오염됐다”며 “사고 지점으로부터 5~6km 해안에 부분적으로 기름이 부착된 모습이 관찰됐으며 선체와 송유시설 또한 부분 파괴, 굴곡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고의 원인에 대해 이번 사고를 담당한 여수해양경찰서는 “여수 광양항은 대형 외항 선박은 의무적으로 도선사에 의해 입출항하도록 돼있다”며 “이번 사고가 발생한 우이산 호는 여수항 도선사지회 소속 도선사 2명이 원유부두로 접안하던 중 다소 위험한 속도인 7노트(약 12.9km/h)의 속력으로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해 충돌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20년 전 ‘씨프린스 호’ 사고와 너무나 닮아있다. 1995년 11월17일 발생한 사고 때도 씨프린스 호가 GS칼텍스 원유 제2부두를 들이받아 배에서 기름이 흘렀다. 이번 우이산 호와 GS칼렉스 원유 제2부두와 송유관 잔교를 들이받아 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된 점마저 똑같다. 95년 기름유출에 비하면 이번 사고로 인해 유출된 기름의 양은 적다고 하지만 주민 16만여 명이 구토와 두통을 호소하고 있어 그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기름유출 사고는 어떤 심각성을 가지고 있을까? 환경친화기업협의회 상임부위원장으로 있는 양춘승 중앙대학교 겸임교수는 몇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기름은 물에 용해되지 않기 때문에 햇빛, 조류, 수온, 박테리아 등의 자연적 메카니즘에 따라 기름을 분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기름이 바닥에 가라앉아 흙과 섞여 바다 밑에 퇴적되는 경우 수십 년에 걸쳐 해양 생태계에 피해를 입히게 된다. 바다 바닥에 서식하는 동물은 기름으로 인해 만들어진 독성 물질을 상위 포식자인 물고기에게 전하고 결국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이를 먹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 피해 또한 광범하고 피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도 어렵다. 양 교수는 “우선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피해는 직접적이다. 어장 폐쇄로 인한 직접 피해만이 아니라 수산물에 대한 소비 위축으로 인한 간접적인 손실 또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관광이나 여가 산업의 위축 또한 피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생업 위해 기름바다에 뛰어든 주민들
사고가 발생한 지 3주가량이 지난 18일과 19일에 찾은 신덕마을은 26세대 657명의 주민 중 90%가 어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어촌으로 이번 사고는 마을주민들의 생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취재 당시 방제작업에 나선 주민 200여 명은 물때를 기다리기 위해 이른 시간에 임시로 설치한 천막 아래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 김숙희 씨는 “물때가 있어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밀물이 돼 방제작업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립해양조사원에서 제공한 조석정보에 따르면 취재 당시 날짜인 2월 19일로 계산했을 때, 오후 2시에서 6시 정도 사이에만 방제작업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닌 것이다.
설날 아침부터 기름유출 사고 소식을 접한 전남 여수시 신덕마을 주민들은 아직도 사고 발생 첫날의 충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기름 냄새가 짙게 풍기는 사고현장으로 배를 타고 가보니, 이미 송유관에서 터져 나온 기름이 반경 3~4km까지 번져있었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일이 설날이었던 만큼 한적한 시골마을에는 각지에서 모인 가족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예기치 못한 사고 소식에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지만, 주민들이 어떻게 행동하면 되는지 방향을 제시해 주는 곳은 어느 곳도 없었다고 한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기름 냄새를 참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고, 마을 주민들은 그대로 기름을 방치하고 있을 수만도 없어 제대로 된 방제도구도 없이 자신들의 선박을 이용해 직접 방제 작업에 나섰다.
언론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가는 것처럼 보도됐던 것과 달리 방제작업인원의 대다수가 할머니들로 이뤄진 지역주민들이었다. 한 할머니는 “사고 초반에만 여럿 다녀갔었지, 지금은 봉사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닦고 닦고 또 닦아도 끝이 나질 않는다. 이러길 몇 주째인데 집에 가만히 앉아 있자니 괜히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로 방제작업에 참여한 양원준(경기도 고양시.24) 씨는 “자원봉사자로 북적댈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없는 게 좀 의아했다”며 “한 명이라도 나서서 하루 빨리 바다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는 여전히 식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 기름유출 사건 수습이 원활하게 돼서 이전처럼 바다가 복구된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생업이 계속 위협받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의 의견과 무관하게 대기업에서 지어놓은 기름탱크들이 마을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만큼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대기업에서 시설을 마을 주변에 확보해 놓은 만큼 대형 유조선이 자주 마을 앞바다를 지나갈 것이고, 이번 기름유출과 같은 사고는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더 이상 불안해서 이 마을에서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실제로 마을 곳곳에는 사고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GS칼텍스를 향한 주민들의 분노가 담긴 플래카드들이 이곳저곳에서 주민들의 착잡한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한창 수확철인데.... ‘생계 막막’
기름유출로 인해 주민들은 생업에도 제대로 종사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로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마을 주민들은 터전을 잃었다는 생각에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신덕마을 주민 황남현(51) 씨는 “지금이 수확철인데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들 빚을 내서 종표를 뿌려 놨는데, 기름 때문에 이제 다 망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마을에서 잡혀나간 수산물들은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반품돼 들어오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찾아오지 않는 관광객 탓에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말한다. 마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동균(59) 씨는 “주민이고 외부인이고 지금 음식을 사먹을 상황이 아니지 않겠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우려했던 해안가의 모습은 가느다랗고 옅은 기름띠들이 가끔 눈앞에 잡힐 뿐 해상방제는 거의 마무리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외부인이 바라본 해안의 모습일 뿐,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이번 기름 유출사고로 인한 악취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악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원유와 함께 유출된 나프타인데, 나프타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어 마을 주민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마을 주민 신양숙(63) 씨는 “어느 정도 보이는 곳의 기름은 제거됐지만, 갯벌에 스며든 기름에서 올라오는 악취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사고 직후부터 마을 전체로 퍼진 악취로 인해 방제작업 이틀째까지 100명의 주민이 두통, 구토, 호흡곤란 등의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하니 생각보다 피해가 더욱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분노
피해가 직접적으로 발생한 마을뿐만 아니라 바다와 다소 멀리 떨어져있는 여수 시내 상권 역시 적지않은 피해를 입고 있었다. 한 식당은 평소에 항상 손님이 줄을 서있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던 곳이었으나, 기름유출 사고 이후 이전과 같이 줄을 서있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식당 주인 김 모 씨는 “기름유출 이후 여수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며 “우리 가게뿐만 아니라 다른 가게도 문을 닫는 곳이 많은데, 정부에서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답답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보상문제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울분을 더하고 있다. 금전적 보상이 아니더라도 자신들의 생계 터전 복구를 위해 방제에 나선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방제품목이 지급되지 않은 것부터가 주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이다. 신덕마을의 한 주민은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은 사람한테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골목에 걸려있는 플랜카드를 가리키며 “주민들 모두 이주를 원하고 있다. 계속해서 기름이 유출되는데 우리 보고 어떻게 이런 마을에서 살아가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매일 현장을 지키고 있는 김상일 통합진보당 여수시의원은 “여수산단에서 내는 세금이 1년에 5조원”이라며 “정부에서 이 지역에 대한 영구 피해 보상을 일정 부분 꼭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름유출 피해보상 시간 걸릴 듯
하지만 보상에 대한 문제는 원활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충남 태안반도를 오염시킨 ‘허베이 스피리트 호 유류유출 사고’의 경우 7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배상 판결이 나지 않았다. 현재 국제유류오염기금(IOPC)에 청구된 피해보상건수만 12만 8,400건에 달한다. 이 중 실제 보상이 이뤄진 피해접수는 4만 1,213건으로 나머지 8만 7,000건은 보상에서 제외됐다. 태안 피해 주민들이 청구한 피해보상금은 2조 7,752억 원에 달했으나 실제 보상이 이뤄진 것은 1,718억 원에 불과했다. 이렇게 보상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이유는 법적 적용대상이 모호하기 때문인데,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한 법률 제11757호 유류오염손해배상 보장법 제5조에 따라 유조선에 의한 유류오염손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당시 사고선박 의 소유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번 ‘우이산 호 충돌 유류유출사고’의 배상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태안 사고의 경우 유조선에서 직접 원유가 새어 이 법에 적용을 받지만, 이번 사고는 송유관에서 원유가 새어나와 보상금 청구 대상이 모호해져 보상금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지난달 25일 GS칼텍스 허진수 부회장은 언론에 어민들을 위해 7억 원 규모의 지역 수산물을 직접 구매하고 방제 작업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총 20억 원의 방제비를 우선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GS칼텍스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높다. 신덕마을 이창희 씨는 “마을 주변에 들어선 기업들이 마을을 망치고 있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무슨 소용이겠냐”고 말했다.
태안・여수・부산 기름유출사고 반면교사 삼아야
태안과 여수에 이어 최근 부산에서도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이같이 계속해서 사고가 발생하자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사고로 분류돼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인 만큼 명확한 규제와 사고현장을 효율적으로 복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등장하고 있다. 사고 이후 주민들과 봉사자들에 대한 방제교육이나 안전조치가 미흡해 복구과정에서 환자가 속출하는 안타까운 현재 상황에서, 앞으로 정부는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하 기자 kjha0921@cbnu.ac.kr
박규빈 기자@wilshere.cbnu.ac.kr








박규빈 & 김지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