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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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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림&권나연&김채완
붉게 물든 혜화역, 거리로 나온 여성들
제 934 호    발행일 : 2018.10.15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지난 6일 수만 명의 붉은색 옷을 입은 여성들이 혜화역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혜화역 1번 출구부터 시위 무대까지 거리인 700m를 가득 채우며 ‘편파 판결을 규탄한다’, ‘불법 촬영 규제법안 시행하라’라는 구호를 스피커가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편파판결 불법 촬영 규탄시위’(이하 혜화역 시위)는 지난 4월 홍익대 누드크로키 남성모델 몰카 사건을 시발점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위 성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뜨거운 논란의 중심인 혜화역 시위 현장을 찾았다.



혜화역 5차 시위, 그 현장의 분위기

  지난 6일 혜화역 1번 출구에 기자가 도착했을 때 시위가 시작되기 2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몇몇의 여성들이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있었다. 그들은 주최 측의 안내에 따라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일정 수의 참가자가 모이면 줄을 맞춰 시위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시위는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가능하기 때문에 기자 또한 신원을 확인받기 위해 주최 측을 찾아갔다. 또한 기자는 주최 측에서 요구한 ‘시위참가자의 개인 인터뷰 및 얼굴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사진사용 금지’의 내용이 담긴 동의서를 작성한 후에야 취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태풍 콩레이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취소 없이 진행된 혜화역 5차 시위는 궂은 날씨와 지방에서 시위 장소로 오는 버스 대절 취소의 영향으로 저조한 참여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날씨가 맑아지자 시위 참가자는 점점 늘어났고, 주최 측 추산 약 6만 명의 붉은색 옷을 입은 여성들이 700m의 거리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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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차 시위는 명칭을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시위’로 진행했지만 정부의 대응과 언론의 관심이 ‘불법 촬영’에만 집중돼 이번 혜화역 5차 시위는 ‘편파 판결, 불법 촬영 규탄시위’를 명칭으로 사용했다. 홍익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이하 몰카) 사건의 피의자 여성이 구속되면서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에만 경찰이 적극 수사에 나선다’는 주장으로 시작된 집회가 사법부의 편파 판결 규탄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회자는 “우리는 끊임없이 자행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 촬영 범죄에 입법부, 행정부가 보이는 안일한 태도와 사법부의 유권에서도 가감 없이 드러나는 성차별을 규탄한다”며 “그동안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오늘도 이 자리에 섰다”고 외쳤다.
  본격적으로 시위가 시작되기 전 개회식에서는 금줄 자르기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는 남자 아이가 태어났을 때 문 앞에 거는 금줄을 자름으로써 사회에 만연해있는 남성 우대를 척결한다는 의미의 퍼포먼스였다. 이를 진행하기 위해 본 무대에 5명의 참가자가 올라와 금줄을 잘랐고 일부 참가자는 금줄을 자른 후 바닥에 던지기도 했다. 그리고 시위 참가자들은 ‘여성의 노래’, ‘가짜 사나이’ 노래를 불렀고 ‘우리는 편파 판결을 규탄한다’, ‘성차별 사법불평등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한 구호문 중에는 ‘경찰대학 여남인원 구대일로’, ‘여성장관 백퍼센트 임명하라’ 등 시위의 목적과는 어긋나 보이는 구호도 일부 들렸다.
  2부 시작 전 당초 계획했던 삭발 퍼포먼스는 태풍으로 취소됐고, 대신 문자총공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는 10명의 국회의원 전화번호를 공개한 다음, 시위 참가자들이 이들 국회의원에게 ‘편파 판결 편파 수사 방지, 불법 촬영을 비롯한 여성 혐오범죄 처벌을 강화하도록 법조항을 제정하라’, ‘국가는 대한민국 절반인 여성의 분노에 대답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이날 문자총공을 받은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불법 촬영과 여성혐오 범죄 처벌을 요구하는 문자 폭탄을 2만 개 정도 받았다”며 “리벤지 포르노를 포함한 몰카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후 4시 30분부터 지금까지 약 1만 5천 개의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며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귀하들 때문에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잃게 되고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고 있으니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혀 논란을 낳고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또한 이번 혜화역 5차 시위에서는 최근 성관계 영상으로 여성 톱스타를 협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최 씨에 대한 발언도 있었다. 이는 해당 연예인 구 씨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동영상’, ‘성관계’ 등의 단어가 연관검색어로 뜨는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였다. 사회자는 “일부 사람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 구 씨의 영상을 보기 위해 검색하고 있다”며 “이것은 피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폭력”이라고 분노했다.


시민들이 바라보는 혜화역 시위

  시위 참가자들은 시위 중간마다 시위대의 동의 없는 불법 촬영을 금지한다고 공지했으나 거리를 지나가는 일부 시민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고, 한 남성이 시위 모습을 SNS생방송으로 전하는 일도 있었다. 또한, 시위 진행 도중 20대 남성이 무대를 향해 BB탄을 쏘는 소동이 일어나 주최 측을 비롯한 시위 참가자들이 분노하며 욕설을 퍼붓는 일이 있었지만 시위는 비교적 순조롭고 질서 있게 진행됐다.
  시위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 혜화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시위 참가자들이 모두 같은 색상의 옷을 입고 있고, 시위 중 이탈하는 사람도 없어 집회가 질서정연하다고 느꼈다”며 “나는 남성이지만 시위 참여 여성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기 때문에 시위에 대한 반감은 크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여름에는 집회 중 쉬는 시간에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손님이 몰려 시위 덕분에 매출이 증가했다”며 혜화역 시위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한편 혜화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같은 여자로서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혜화역 시위에 동조하지만 음식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좋지만은 않다”며 “시위가 있으면 많이 시끄럽기 때문에 손님이 오지 않아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혜화역 시위 현장 주변에서 만난 김보경(서울특별시 종로구·20) 씨는 “같은 여성으로서 어느 정도 공감이 가긴 하지만 시위 참가자들의 주장에 몇 가지 모순되는 점들이 있는 것 같아 의문”이라며 “시위대가 몇 가지 잘못된 예로 모든 남성들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주장 같다”고 말했다. 역시 시위 현장 주변에서 만난 C(서울특별시 성북구·60) 씨는 “여성들이 시위를 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좋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불쾌하다”고 전했다.
  반면, 시위에 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D(서울특별시 성북구·27) 씨는 “최근 인기 미용사의 불법 촬영 의혹 사건 등을 보며 불법 촬영으로 여성이 입는 피해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겼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에 동의한다”며 “이렇게 거리로 나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시위 참가자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역시 긍정적 견해를 밝힌 김경석(부산광역시 해운대구.24) 씨는 “여자친구와 누나에게 혜화역 시위에 대해 자주 들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지 잘 안다”면서 “나는 남자지만 혜화역 시위에 공감하고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라고 밝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최근 20~50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성들의 탈코르셋 운동이나 혜화역 시위 지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따르면 응답자들은 ‘지지하지 않는다’(40.4%), ‘지지한다’(36.3%), ‘관심 없다’(23.3%) 순으로 답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한 이유로는 ‘오히려 여성 관련 사회 이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대될 것 같아서’(72.5%)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반면 ‘지지한다’고 응답한 이유로는 ‘우리 사회의 여성 인권 및 여성에 대한 처우가 어떻게든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해서’(63.9%)를 가장 많이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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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의 시위, 그 4개월의 모습은?

  지난 5월 인터넷 여성커뮤니티 모 사이트에 홍익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남성모델의 나체사진이 얼굴도 가려지지 않은 채 게시됐다. 해당 사이트에는 남성모델의 신체 부위와 자세를 조롱하는 글까지 올라오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경찰은 수사를 시작했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용의자 여성을 긴급 체포했으며,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 몰카범만 신속하게 검거하는 경찰의 편파 수사를 비판하며 성차별 없는 수사를 의뢰하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약 40만 명이 이에 동의했다. 이어 많은 여성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경찰의 편파적 수사를 규탄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5월 19일 혜화역에서 첫 시위가 열렸고, 주최 측 추산 약 1만 2,000명·경찰 추산 약 1만 명의 여성이 참가해 ‘홍대 몰카 유출 사건’에 대한 경찰의 성차별적인 편파수사를 규탄했다. 이어 지난 6월 9일에 열린 혜화역 2차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약 3만 명.경찰 추산 약 1만 5,000명의 여성이 시위에 참가했다.
  혜화역 2차 시위 이후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대책을 위한 특별 담화문을 발표했다. 특별 담화문에는 몰래카메라 탐지기 재원확보와 단속강화에 대한 약속 및 불법 촬영 점검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는 공중화장실 5만여 곳을 상시점검하고 사이버 수사 인력을 늘리는 한편, 성범죄 영상 유통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특별 담화문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7일에 열린 혜화역 3차 시위에 주최 측 추산 약 6만 명.경찰 추산 약 1만 7,000명의 참가했다.
  지난 8월 4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제4차 시위를 개최하면서 편파수사보다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데 이전보다 중점을 두었다. 이날 제4차 시위는 주최 측 추산 약 7만 명.경찰 추산 약 1만 5,000명이 참가했다.
  혜화역 시위가 일어나게 된 배경에 대해 우리 학교 사회학과 박정미 교수는 “여성들을 향한 성폭력과 성희롱이 신체적 자유와 노동의 권리를 위협하고 편재하는 불법 카메라가 공중화장실 이용조차 두렵게 만드는 현실”이라며 “이제는 다수의 배운 여성들, 즉 가정에서 차별 없이 자랐고 학교 경쟁에서 대등하거나 우세했던 젊은 세대 여성들은 이런 차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더 이상 묵과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혼자 울거나 공포에 떨지 않고 시위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며 함께 떨쳐 일어서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총 5번의 ‘편파 수사.판결 불법 촬영 규탄 시위’가 진행됐지만 그들의 시위는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의 혜화역 시위가 어떤 방향으로, 또 얼마나 더 진행될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전수림 기자  gds0813@cbnu.ac.kr
권나연 기자 enjoy1208@cbnu.ac.kr
김채완 기자  kimchaewan@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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