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가 공식적으로 출범한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출범 당시 10만 명을 약간 웃돌던 세종시의 인구는 올해 7월을 기준으로 30만 명을 넘어서며 6년 만에 3배로 성장했다. 이와 함께 정부 세종청사의 공무원과 세종시민의 KTX 이용률도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세종시에는 KTX역이 없어 인근 오송역이나 공주역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불편함에 세종시는 KTX 세종역(이하 세종역)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충북을 비롯한 인근 지자체들의 반대 속에 세종역 신설 문제는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꼬여버린 세종역 신설
2012년 7월 세종시가 정식 출범하고 얼마 되지 않은 2013년, 정부는 세종시의 교통 편리성 증대를 위해 세종역 신설 방안을 검토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충청북도(이하 충북)는 오송역의 쇠퇴를 우려해 격렬히 반대했다. 이에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세종역 신설 방안이 한때 검토됐으나 지금은 백지화된 상황’이라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몇몇 대선주자가 충청권 공약으로 세종역 신설을 내세우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당시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은 세종역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유보했고, 세종역 신설 문제는 충청권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 5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세종역 신설에 관한 타당성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세종역의 B/C(비용대비 편익비율)는 0.5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건설법과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르면 현재 운행 중인 노선에 철도역을 신설하려면 B/C가 반드시 1 이상으로 그 경제성이 인정돼야만 시행 가능하다. 이에 세종시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타당성 조사를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충북을 비롯한 인근 지자체의 반발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종시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꾸준히 세종역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0일 세종시청에서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세종역이 신설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혀 다시금 논란을 키웠다. 이해찬 대표는 세종역 신설에 대해 “충북도민만 반대한다”며 “이미 세종역 신설은 광역 교통망 계획에 포함된 사안이고, 현재 오송역은 과포화 상태이기에 세종역을 설치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대표의 발언에 대전광역시(이하 대전시) 5개 택시회사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달 12일 세종시청 앞에서 세종역 신설 반대 시위를 개최하며 “세종역이 신설되면 서대전역은 이용객 급감으로 도산할 것이고, 대전역도 이용객이 크게 줄어 반쪽 운영이 불가피하다”며 “세종역이 신설된다면 그동안 대전 택시를 이용해 세종으로 이동하던 손님이 급감해 막대한 영업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충청 지역 시민들의 이야기
세종역 신설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얽혀있는 세 도시인 세종, 청주, 대전의 시민들에게 세종역 신설에 대해 의견을 물어봤다.
정유나(세종시 다정동·21) 씨는 “세종시는 수도권의 과밀화 방지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건설된 행정수도”라며 “내년에 아직 서울에 남아 있는 정부부처가 추가 이전하고 국회 분원 등이 설치되면 지금보다 인구가 더 증가할 것이므로 KTX와 같은 철도교통의 편리성 증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일부 정치인이 주장하는 세종역 신설 요구는 상당히 적절한 시점에서 거론됐다고 생각한다”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A(세종시 어진동·49) 씨는 “현재 오송역 이용객 중에는 세종으로 오가는 승객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종역이 신설되면 세종시민들에게 많은 편리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B(세종시 한솔동) 씨는 “현재 오송역과 세종시를 잇는 BRT(대전~세종~오송을 이어주는 버스노선을 의미)가 운행되고 있어 오송역 이용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며 “세종역 신설 부지로 추정되는 곳과 오송역의 지리상 거리가 멀지 않아 세종역이 신설되면 고속철도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고 반대 의견을 전했다.
송수인(대전시 서구·19) 씨는 “명절이 되면 본가인 제주도로 가기 위해 오송역을 거쳐 청주 공항으로 간다”며 “평소 오송역이 작지 않은 규모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지속적인 이용객 증가로 인해 수용력에 한계가 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종역 신설 논쟁의 중점은 충북과 세종시의 갈등인 것 같은데 충북이 반대 근거로 내세우는 오송역 쇠퇴는 현재 타당성이 없다고 생각된다”며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지역이기주의를 배제한 후 단순 효율만 생각한다면 세종역 신설은 상식적이고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아영(대전시 서구·20) 씨는 “세종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기차를 타고 갈 때, 번거롭게 대전역까지 오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세종역이 신설되면 대전과 세종 사이의 이동도 편해지고, 대전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올 것 같다”고 찬성의견을 밝혔다.
반면 C(대전시 중구) 씨는 “세종역이 신설되면 세종시가 더욱 발전할 것이므로, 대전에서 세종으로의 인구유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세종역을 신설하는 데 드는 국민의 세금을 차라리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D(청주시 상당구·46) 씨는 “오송역이 생기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청주시민이나 세종시민 모두 오송역 이용에 많이 익숙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세종역을 신설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고, 차라리 그 비용으로 오송역을 보완하거나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E(청주시 상당구·53) 씨는 “오송역의 위치가 애매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두 도시에 많은 비용이 드는 기차역을 신설하는 것은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F(청주시 상당구·55) 씨는 “KTX가 오송과 세종 두 역에 정차하게 되면 시간을 아끼기 위해 KTX를 타는 승객의 목적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특정지역민의 편의를 위해 역을 만드는 것은 세금 낭비라고 생각한다”는 반대의 의견을 전했다.
완강한 반대 속에 멈춰버린 세종역 신설 계획
충북도의회는 세종역 신설 반대에 무게추가 쏠려있는 ‘충북선 철도 고속화사업 지원 및 KTX 오송역 활성화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충북도의회 특위)를 지난달 24일 구성했다. 이와 함께 청주시의회도 지난달 25일 ‘KTX 세종역 신설 반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성공하는 등 세종역 신설에 대한 충북 지자체 내의 기류는 싸늘하다.
충북도의회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연철흠 충북도의원은 “세종역이 신설되면 종착지 도착 시간이 5분 이상 늦어져 고속 철도의 특성이 반감되고, 세종역 신설 예정지와 불과 15km 떨어진 오송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며 “정부가 세종역 신설이 타당하지 않다고 불과 1년 전에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충청권 상생발전을 해치고, 지역이기주의에 기대는 무책임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충북은 세종역 설치 반대보다 오송역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충북 청주 전시관 건립 ▲평택 ~ 오송 간 철도 복선화 ▲오송 ~ 청주공항 도로 확장 ▲오송 지역에 수도권 공공기관 유치 등 오송역과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시는 세종역 신설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에 타당성 조사를 재신청할 계획이다. 세종역 신설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세종시청 건설교통국 교통과 정년옥 주무관은 “세종시는 세종역 신설이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타당성 조사 재신청과 같은 사업성 검토와 관련 용역 진행을 계획 중에 있다”며 “실제 사업에 있어 충북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로 알고 있고, 그 점을 제외하고는 기술적인 요소는 모두 해소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KTX 세종역 신설을 둘러싼 지역 간의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과연 KTX 세종역을 신설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충청 지역 지자체와 시민들은 각기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고속철도역 개통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고, 진지하게 다가가야 할 문제이다. 관련 지자체들이 지역 이기주의를 버리고 거시적 시각에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세종역 신설 문제를 푸는 열쇠일 것이다.
박시형 기자 sh981126@cbnu.ac.kr
김채완 기자 kimchaewan@cbnu.ac.kr








박시형&김채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