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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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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자유를 찾아 온 곳에서 더 빛나는 삶을 위해
제 983 호    발행일 :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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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만든 다채로운 사회들이 가지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포용’일 것이다. 하지만 인종, 역사, 문화, 언어가 다른 사람을 단번에 포용하는 사회는 거의 없다. 특히, 이질적인 사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타성은 아직도 심각한 편이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 같은 국민으로 살다가 1945년 해방 이후 다른 국민으로 살아온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어떨까? 2023년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에서 조사하는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친근감 조사에서 ‘친근하지 않다’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2019년 이후로 상향하는 추세다. 물론 오랜 시간 다른 체제하에서 단절돼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거리감은 우리 사회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 큰 장애물이다. 자유를 꿈꾸며 대한민국의 땅을 밟은 북한이탈주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삶을 들어봤다.

‘한 민족’에게조차 부족한 포용력

  “분명 작은 동질감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지난 시간 동안 이질감만 느끼며 산 것 같다.” 2010년 탈북 후 청주에 거주 중인 북한이탈주민 김금옥 씨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러고는 우리나라에 정주 후 일을 구하러 호텔로 면접하러 갔던 일을 회상했다. 대면 면접 전 전화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괜찮았다. 그런데 면접장에서 들은 말은 “북한 사람이세요?”였다. 아마 직접 만나 대화하니 억양이 티가 났던 모양이다. 속일 이유는 없었기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때부터 앞에 앉은 면접관은 대꾸도 없이 한참을 위아래로 흘겼다. 그러곤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했다. 단순 청소일이었는데, 그조차도 어려웠다. ‘북한이탈주민이라서’가 이유였다.
  김금옥 씨는 “아직도 제 주변 북한이탈주민은 열에 일곱은 이런 상황을 겪어요. 차별과 편견이 면접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에요. 개인 간의 대화에서도 일어나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에 서울연구원에서 6,473명의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삶의 질 실태조사와 정책방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 거주 시 느끼는 어려움을 묻는 문항에 45%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 차별’이라 답했다. 북한이탈주민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인 ‘저축 및 자산 형성’(48%)과 비교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치이다. 사회 구성원이 다양해짐에 따라 다문화 교육이나 통일 교육을 시행 중이지만, 북한이탈주민의 삶에는 차별과 편견이 여전히 큰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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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연구원)


교육에서도, 경제에서도 미흡한 준비

  희망을 품고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하더라도, 북한이탈주민은 대부분 교육 그리고 경제적 측면에서 늦은 출발점에 있다.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단계는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협의회의 심의 및 보호 여부 결정, 하나원 사회적응교육 12주, 거주지 보호 5년이다.
  통일부의 제4차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기본계획(2024~2026)에 따르면, 23년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중 직업능력 취약 인구는 84.3%, 고등학교 이하 학력자는 79.5%로 매우 높다. 이러한 특성은 이전부터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를 위해 통일부는 12주간의 하나원 사회적응교육과 5년간의 보호 기간에 교육을 지원한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 ㄱ씨는 “하나원에서의 교육만으로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 남북한 어휘 차이 정도를 알아가는 게 대부분”이라며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정말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하나원 사회적응교육에서 ▲심리안정 ▲우리 사회 이해 증진 ▲진로지도 상담 ▲기초직업 훈련은 400시간 동안 제공되지만, 이 많은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해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특히 심리안정의 경우 4개 분야 중 가장 적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탈북 과정 중에서의 큰 아픔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매우 부족하다.
  통일부의 2024년 6월 말까지 <북한이탈주민 정착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북한이탈주민의 22.7%가 생계급여를 수급받고 있다. 비율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같은 시기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서 전체 국민 중 약 3.1%만이 생계급여를 수급받는 점을 생각하면, 북한이탈주민의 생계급여 수급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다른 지표를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보다 북한이탈주민의 실업률이 2배가량 높으며, 월평균 임금과 근속 기간은 반대로 낮다.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정착기본금을 지급하는데, 1인 가구 기준으로 하나원 퇴소 시 700만원, 이후 300만원 분할로 총 1,000만원을 지급한다. 이는 2005년과 동일한 금액으로 그간의 물가 상승률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현재 정부는 2025년부터 정착지원금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간의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편,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한 사업주에게는 3~4년간 고용지원금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지만, 2014년 11월 29일 이후 입국한 북한이탈주민부터는 자산형성제도인 ‘미래행복통장제도’가 적용돼 고용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지원금 지원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고, 2022년 통일부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북한이탈주민 30,605명 중 미래행복통장에 가입된 비율은 단 9%에 불과했다.
  김금옥 씨는 기존에 있던 고용 유인책인 고용지원금 지원을 중단하고, 자산형성제도인 미래행복통장을 도입한 정부의 정책은 아이러니하다는 입장이다. 안정적인 고용이 있어야 꾸준히 일정한 양을 저축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금옥 씨는 현재 고용지원금 지원제도 부활을 위해 정부에 제안을 넣은 상태다.

모두가 함께 어울려 노는 그날까지

  북한이탈주민, 나아가 우리나라를 찾아준 이주민과 화합하며 살아가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청주에서 북한이탈주민과 이주 가정 청소년을 돕고 있는 ‘빛가운데’ 김윤경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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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부 허가 사단법인 '빛가운데'의 김윤경 이사장.

Q. “함께 놀자”라는 취지로 단체를 설립한 것으로 알아요. 사회복지단체라 하면 지원이나 봉사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러한 취지로 단체를 설립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도 전에는 이런 생각을 못 했어요. 어느 날 한 북한이탈주민 단체의 임원분께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봤어요. 그런데 그분께서 “우리 같이 놀아요!”라고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을 하신 거예요. 그제야 저도 깨달았죠. 함께 하면서도 여전히 일상을 나누지 않고 단절돼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함께 놀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먼저 충북대 병원 옆 ‘개신배수지공원’에서 남북한 사람을 모아 한마음 축제를 열었어요. 섞여서 같이 노래도 부르고, 식사도 하고, 끝나고 나서도 함께 라이브 카페를 찾아갈 정도로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덕분에 많은 북한이탈주민과 친해진 계기가 됐죠. 그때 이후로 북한이탈주민이 다들 노래를 참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 때문에 우리 사무실에 방음 처리가 된 방이 생겼어요. 12월에는 그곳에서 노래자랑 대회를 열려고 해요. 남한과 북한 사람은 서로 만나거나 섞일 기회가 매우 적어요. 그래서 저는 늘 남한 그리고 북한 사람이 실질적으로 만나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와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Q. 우리나라는 다문화 이해 교육이나 북한이탈주민에 관련한 교육 등을 통해 포용력을 기르려 하고 있어요. 하지만 실생활에서 그 효과는 조금 아쉬운 것 같아요.

  우리가 그들을 배우려 하거나 따라가려고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로 잘 안다는 것은 양측의 노력이 필요해요. 북한이탈주민은 하나원에서 우리 사회나 문화에 대해 정말 열심히 배워요. 하지만 우리는 그 정도로 북한이탈주민을 알려고 하지 않죠. “너희가 우리 사회에 왔으니 너희가 이곳의 문화를 잘 배워야 해”라는 이야기만 해요. 거꾸로 우리가 그들을 알아야 해요. 지금도 정부가 열심히 노력하지만, 제도적 차원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아쉬워요.

Q.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타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우리 사회입니다. 정부 그리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떠한 노력을 더 해야 할까요? 그리고 지역 사회나 개인으로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에 정착하고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을 위한 일에 지원이나 관심이 집중됐으면 좋겠어요. 이미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계세요. 하지만 이곳에서 살고, 일하고, 자식도 낳아 기르면서 정작 한국 사람이 되려고는 안 해요.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죠. 이주민 신분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더 원해요. 저는 그 사람들보단 한국인으로서 이곳에 정착하길 원하는 사람에게 더 큰 포상이 갔으면 좋겠어요. 제도적으로 그런 부분을 검토해 줬으면 하고요. 전심전력으로 이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도록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해요. 작년에 재외동포청이 생겼다고 들었어요. 저는 재외동포청에서 이런 일을 도맡아 이끌어 가줬으면 좋겠어요.
  또, 최근에 기회가 있어 통일부 정착지원과 과장님을 만났어요. 무엇을 더 하면 좋을지 물었더니 ‘남북 생애 대화방’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시더군요. 남북 생애 대화방이라는 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적은 인원이더라도 남한과 북한 사람이 만나 소소한 대화를 주고받는 거예요. 저는 사회적으론 이런 소규모 대화 장소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관심사나 삶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공간이죠. 국가가 나서서 이런 공간을 조성해 주면 좋겠어요.
  그보다 작은 단위에선, 이웃으로서 더불어 사는 게 중요해요. 다문화는 다문화끼리 그렇게만 모여서는 안 돼요. 서로 보편적인 공집합을 찾고, 모임과 같은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야 해요. 만일 섞이려 하지 않으면 나중에 가서는 한 도시가 분리된 영역처럼 보일 거예요. 그런 상황이 일어나선 안 되잖아요. 자칫하면 큰 사회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한국어 소통이 조금 서툴더라도 기다리며 듣고, 안 되면 몸짓이라도 써서 같이 활동해야 한다고 봐요. 그러면 하나로 통합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수진 기자
100456@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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