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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
<기획> 문학에 새로운 물결이 온다
제 797 호    발행일 : 2008.11.17 
바람의 화원’부터 ‘달콤한 나의 도시’까지
중간소설, 지적인 요소에 재미까지 더해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이정명 작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18세기 동시대를 살았던 김홍도, 신윤복 두 천재 화가의 그림과 사랑을 그려낸 이 소설은 일명 ‘팩션’이라고 불린다. 외국에서는 지난 2003년 3월 출간 이후 화제를 모은 베스트셀러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이러한 팩션에 속한다. 다빈치 코드의 성공 이후 팩션은 문학의 새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팩션은 판타지, 추리, 스릴러, SF, 로맨스, 칙릿 등과 함께 ‘중간소설’에 속한다. 중간소설은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21세기 문학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문학계의 새 물결, 중간 소설

 

  중간소설은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문학으로서 계층과 계층, 장르와 장르, 현실과 비현실, 윤리와 금기를 넘나드는 성격을 가진다. 다시 말해 중간소설은 순수문학이 갖는 예술성과 깊이를 유지하면서 대중문학의 재미와 오락성을 가미한 소설이다.

  이러한 중간소설 가운데서도 최근 단연 주목을 끌고 있는 장르는 ‘팩션’이다. 팩션은 역사적인 사실(fact) 혹은 실제 존재한 인물에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허구(fiction)를 결합한 새로운 소설 장르이다. 앞서 말한 이정명 작가의 2006년 작 ‘뿌리깊은 나무’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과정을 궁중 암투극 형식으로 그린 소설로서 한국형 팩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바람의 화원처럼 미술 지식과 픽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팩션을 가리켜 ‘뉴웨이브 미술 소설’이라고 하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여러 작가들에 의해 뉴웨이브 미술 소설이 선을 보이고 있다. 소설가 우광훈의 ‘베르메르vs베르메르’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의 위작 파동을 다루고 있다. 미술학 박사 출신 추리 소설가 이 은은 위조미술품 제조단의 음모를 그린 장편 ‘미술관의 쥐’를 펴내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팩션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칙릿’ 역시 대표적인 중간소설이다. 칙릿은 젊은 여성이란 뜻의 ‘칙(chick)’과 문학을 뜻하는 ‘리터러쳐(literature)’를 합성한 신조어로서 젊은 여성들의 패션취향과 연애감정, 직장에서의 성공담 등을 주로 다룬 소설을 뜻한다. 지난해 영화로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비롯해, 얼마 전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한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가 칙릿의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전 세계적으로 4억 2,500만 부 이상 팔린 최고의 베스트셀러 ‘해리포터’시리즈, ‘셜록 홈즈 시리즈’와 같은 정통 탐정 소설, 의학과 법학의 전문 지식을 동원한 스릴러,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한 SF소설 등이 정통 중간소설이라 할 수 있다.

 

지적욕구 충족과 함께 읽는 재미도 쏠쏠

 

  이러한 중간소설이 발전하게 된 것은 독자들이 흥미 위주의 대중문학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다 전문적이면서 순수문학의 예술적인 면도 함께 갖고 있는 소설을 찾게 되면서부터이다.

  특히 중간소설 가운데서도 팩션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이유는 정보의 시대라 불릴 만큼 우리 사회가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상식적인 수준의 정보 정도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는 시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는 지식만을 전달하는 책은 달가워하지 않게 됐다. 이런 이유로 어느 정도 깊이가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추구하면서 대중성도 함께 갖고 있는 팩션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상상력의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한 데 있다. 합리성을 중요시했던 근대 사회에는 상상력을 허황된 것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고 탈근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상상력이 불러일으키는 재미와 창의력 등을 사람들이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독자들이 요구하는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상상력의 요소가 가미된 팩션은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결국 중간문학은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들의 요구가 반영되어 발전한 형태이다.

  중간문학은 기본적으로 서사의 재미를 추구하면서 TV와 영화, 인터넷 등에 맞서기 위해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스토리의 흡입력과 영상적 상상력을 모두 발휘한다. 저급한 오락 문학과 달리 순수문학의 품격도 겸비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대중문학에 비해 수준이 한 차원 높다고 할 수 있다.

 

“장르의 구분 넘어 문학의 다양성 추구해야…”

 

  우리 학교 권정우(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앞으로 문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차이를 나누고 그 경계를 다시 중간문학으로 구분 짓는 것은 모두 문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 장르에 관계없이 문학은 소수 독자를 위한 문학과 대중을 위한 문학 모두를 필요로 합니다. 문화와 예술이 그렇듯이 문학에서도 다양성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양한 형태와 다양한 장르의 문학 작품들이 나올수록 좋다고 할 수 있죠. 과거에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은 서로 경쟁의 관계에 놓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서로 보완의 관계에 놓여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중간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장르의 소설들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한국 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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