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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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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현
안타 치면 물대포 팡, 흠뻑 젖어 더 즐거운 한여름의 야구장
제 995 호    발행일 : 2026.09.07 
한여름의 야구장은 그늘에 있어도 뜨거운 곳이다. 그런데 지난 7월 31일, 수원 KT위즈파크의 1루 응원지정석은 야구장이 아닌 워터파크를 방불케 했다. 안타 하나에 물대포가 터지고, 득점 하나에 관중석이 통째로 물벼락을 맞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 여름 축제는 2015년 kt 위즈(이하 KT)의 1군 데뷔와 함께 시작해 올해로 10회째(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 중단)를 맞았다. 올해는 워터캐논을 지난해보다 5대 늘린 25대를 동원해 1루 내야 관중석과 외야 전역을 그야말로 ‘물의 전장’으로 바꿔놓았다. 이날 KT는 류현진이 선발로 나선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5대3으로 역전승을 거두며 4연승을 달렸다. 관중석 상단에서 승부의 열기와 물세례가 뒤섞인 한복판을 내려다보며 여름 야구의 색다른 매력을 체감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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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한 더위 속, 물총 챙긴 관중들

  경기가 열린 7월 31일은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긴 무더운 금요일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수원종합운동장까지 걸어가는 십여 분 동안 이미 셔츠가 등에 달라붙었다. 그늘에 있어도 소용없는 습한 더위 속, 입장을 기다리는 관중의 손에는 알록달록한 물총이 들려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 1루 관중석 입구에 다다르자, 즐기려는 관중의 모습으로 가득했다. 아예 우비를 챙겨 입고 온 가족 단위 관객부터 자리에 앉기도 전에 물총부터 충전하는 무리까지! 이날만큼은 야구 관람보다 물놀이에 더 진심인 표정들이었다. 복도 한쪽에는 젖은 몸을 말릴 수 있는 대형 선풍기까지 비치돼 있었다.
  기자가 예매한 자리는 관중석 상단, 물대포 발사 라인보다 한층 높은 구역이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1루 관중석 전면에 새까만 물대포 관이 웅장하게 줄지어 있었다. 지난해보다 5대 늘어난 25대의 위용만으로도 행사의 남다른 규모가 느껴졌다. 올해 새로 마련된 외야 스탠딩 워터존까지 더해지니 사실상 1루 쪽 관중석 전체가 물의 사정권에 들어간 셈이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한 차례 뿜어져 나온 물줄기가 앞쪽 좌석을 살짝 스친 뒤 잦아들자, 미리 몸을 낮췄던 관중석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보며 어렴풋이 깨달았다. 이 축제의 본질은 단순한 ‘더위 식히기’가 아니었다. 이곳의 관중들은 더위를 식히는 정도가 아니라 온몸으로 물을 맞으며 야구를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한화의 선취점, 바짝 말라가던 관중석

  경기 초반 흐름은 KT에 다소 불리하게 흘러갔다. 1회를 무득점으로 마친 뒤 2회 초, 한화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단숨에 3점을 뽑아냈다. 원정팀의 득점 세리머니가 이어지는 동안 홈 팀 관중석의 워터캐논은 침묵을 지켰다. 이 행사의 물줄기는 KT가 안타를 치거나 득점할 때만 터지기 때문이다.
  상단에서 바라본 관중석은 유난히 조용했다. 경기 시작 직후 맞았던 물기가 찌는 더위에 바짝 말라갔다. 3회와 4회 초반까지도 KT의 반격은 터지지 않았고, 관중은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이러다 물벼락 한 번 못 보고 취재가 끝나는 것 아닌가’라는 조바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4회 말,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집혔다. KT 타선이 연속 안타로 2점을 따라붙으며 스코어를 3대2까지 좁힌 것이다. 안타가 터질 때마다 관중석 하단부터 거대한 물줄기가 솟구쳤고, 강력한 물대포의 물보라가 상단 좌석까지 시원하게 날아왔다. 물세례가 쏟아지자 1루 관중석 전체가 비로소 살아나기 시작했다.

역전과 함께 터진 물대포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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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중들에게 물뿌리고 있는 KT응원단.

  진짜 폭발은 6회 말에 찾아왔다. 선두 타자부터 이어진 KT의 거센 공세 속에 김상수가 적시타를 때려내며 3대3 동점을 만들었다. 동점타가 나오는 순간 관중석 전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관중석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였다. 이어 한승택이 2타점 결승타를 터뜨려 5대3으로 경기를 뒤집자, 대기하고 있던 25대의 물대포가 일제히 하늘을 향해 폭발했다.
  취재 중 가장 압도적인 장면이었다. 수십 개의 물줄기가 수놓은 포물선이 아래쪽 관중석을 한꺼번에 덮쳤다. 하지만 물을 맞은 관객 중 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물세례를 온몸으로 맞으며 소리를 질렀다. 옆자리 친구에게 물총을 쏘는 이부터 우비 모자 아래로 눈만 빼꼼 내민 채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는 이까지, 야구장인지 워터파크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역전의 순간 뺨을 스치는 시원한 물줄기에 더위는 까맣게 잊혀졌다. 물줄기를 맞을 때마다 관중석의 폭발적인 함성과 흥분이 피부로 전해지는 듯했다. 경기 후반, 물대포가 다시 잦아든 자리를 다른 볼거리가 채웠다. 9회 마무리로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이 한화의 반격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KBO 역대 17번째 ‘3년 연속 20세이브’ 대기록을 완성한 것이다. 그 순간 관중석은 다시 물세례와 우렁찬 함성으로 채워졌다.

이색 문화의 정체, 관중이 완성하는 또 하나의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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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터페스티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전광판.

  취재 전만 해도 기자는 이 풍경을 단순히 ‘여름철 이벤트성 마케팅’으로 여겼다. 안타나 득점 때 물을 뿌리는 것이 더위를 쫓아내기보다 찝찝함만 남기지 않을까 싶었던 의구심도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전체 풍경을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이 문화의 진짜 핵심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의 관중은 그라운드 위의 승부를 그저 ‘관람’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한화가 앞서가는 동안 마른 채로 앉아 있던 관중석은, KT가 역전에 성공하는 순간 물벼락과 함께 폭발했다. 선수의 안타 하나, 득점 하나에 다 같이 물을 맞으며 승부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물에 젖은 뒤 더 크게 웃고 환호하는 얼굴들과 함께 한 경기가 끝날 무렵, 기자는 그들의 마음이 어렴풋이 이해됐다. 무더운 여름밤, 흠뻑 젖은 몸으로 함께 소리 지르는 이 순간은 승패를 떠나 그 자체로 거대한 축제였다. 2015년 KT 1군 데뷔 첫해부터 시작된 이 이벤트가 매년 끊임없이 관객을 불러 모으는 이유이자, 한국 프로야구 응원 문화가 지닌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야구장으로 확산하는 ‘여름 피서’ 트렌드

  이제 이 이색 문화는 KT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워터캐논 응원을 가장 먼저 도입한 선두 주자로 KT를 꼽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워터 페스티벌은 KBO 리그 전체로 빠르게 확산했다.
  SSG 랜더스는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랜필 썸머 페쓱티벌’, 삼성 라이온즈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홈 6연전에 맞춘 ‘2026 워터 페스티벌’, 두산 베어스는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의 ‘한 지붕 라이벌’ 3연전에 맞춘 ‘두플래시 시리즈’, LG 트윈스는 ‘서머 홀릭’이란 이름으로 워터 페스티벌을 펼쳤다. 또한 NC 다이노스,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등도 홈경기 일정에 맞춰 유사한 여름 행사를 진행했다. 심지어 KBO 리그 올스타전에서도 워터 페스티벌이 공식 프로그램으로 등장할 정도다.
  이제 워터 페스티벌은 폭염 속에서도 관중을 야구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한 KBO 리그 전체의 생존 전략이자, 완전히 새로운 여름 응원 문화로 정착했다.

야구와 놀이가 하나 된 여름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관중석의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흠뻑 젖은 옷을 입고도 관객들의 표정은 개운해 보였고, 삼삼오오 짐을 챙기면서도 서로 물총 장난을 치며 여운을 즐겼다. 주말 경기 종료 후에는 인기 아티스트들의 미니 콘서트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이날 경기는 야구 경기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밤새 이어지는 여름 축제였다.
  단순히 스포츠를 보는 것을 넘어, 폭염을 뚫고 스스로 물벼락 속으로 뛰어드는 팬들. 이날 수원 KT위즈파크에서는 그라운드 위 선수들뿐만 아니라, 관중석의 수만 명이 함께 몸으로 뛰며 ‘또 하나의 경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야구와 놀이가 기분 좋게 섞인 그 여름밤의 풍경은 오랫동안 기자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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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대포를 쏘고 있는 KT위즈 마스코트 빅.


윤상현 기자
sanm9427@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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