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 학교 신학생회관 입구에는 “O형 혈액이 부족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을 항상 볼 수 있다. 다양한 매체의 홍보를 통해 헌혈 인구가 늘고 있음에도 혈액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국내에서 부족한 혈액을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현재, 헌혈 실태와 혈액 부족의 원인을 알아보았다.

 
 정기 헌혈자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혈액
 고등학교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학교 안으로 들어온 헌혈차에서 헌혈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뿌듯함과 과자나 음료수를 덤으로 먹는 재미, 또 헌혈 핑계로 수업을 쉴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좋아 너도나도 헌혈을 했다.
 헌혈이 우리에게는 작은 노력일 뿐이지만, 수혈받는 환자에게는 생명을 좌우하는 큰 역할을 한다. 129회 헌혈에 참여해 재학생 중 가장 많이 헌혈을 한 손인섭(약학대학 대학원 재학)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헌혈을 처음 하게 되고 나서 습관처럼 2주에 한 번씩 헌혈의 집을 찾다 보니 어느덧 129회나 되었네요. 작은 노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헌혈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웃을 돕는 일에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의 헌혈 참여도를 보면 올해 1월 말까지 100회 이상 헌혈한 사람이 8명, 50회 이상 헌혈한 사람이 66명이다. 하지만 헌혈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늘 하던’ 사람들이며 이 사람들의 헌혈만으로는 혈액 수요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http://www.bloodinfo.net)에는 혈액 보유 현황이 매일 업데이트 된다. 현재 혈액 보유 현황은(2월 28일 9시 기준) 농축적혈구⑴ 평균 3.7일분, 농축혈소판⑵ 평균 2.3일분이다. 농축적혈구 중 가장 보유량이 많은 혈액형은 B형, 가장 적은 혈액형은 A형이고 농축혈소판 중에서는 O형이 가장 많고 B형이 가장 적다. 하루 평균 헌혈에 참여하는 사람은 약 6천여 명이다. 서울이 약 2천 5백 명으로 가장 많으며, 대구·경북이 약 7백 명, 광주·전남이 약 5백 명, 충북은 약 2백 명 남짓이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혈액 보유량은 하루 평균 5천여 건에 이르는 소모량에 비하면 안정적인 수치긴 하지만, 매일 일어나는 사고의 횟수가 다르기 때문에 혈액 보유량이 적절하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말한다.
 
“혈액마저 수입산?”
 우리나라 연간 헌혈자 수는 약 2백 2십만여 명으로 ‘수혈용 혈액’은 자급자족이 가능하나 의약품 제조용으로 쓰이는 ‘혈장’은 현재 제공되는 헌혈량으로는 수요를 맞추기가 어려워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혈액은 크게 액체성분(혈장)과 세포성분(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으로 구성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헌혈은 이런 혈액 성분의 전체, 즉 ‘전혈 헌혈’을 하는 것이다. 이와 다르게 ‘성분 헌혈’은 성분채혈기를 이용하여 특정 성분만을 선택적으로 채혈하고 나머지 혈액 성분은 다시 헌혈자에게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성분 헌혈을 통해 의약품으로 쓰이는 혈장이 채혈되는데,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전혈 헌혈은 불가능하지만 이 혈장 헌혈은 가능하다. 혈장으로 만들어지는 의약품은 환자들의 회복에 사용되는 알부민, B형 간염의 예방 치료에 사용되는 면역 글로블린, 혈우병 환자 및 기타 지혈이 필요한 경우에 사용하는 혈액 응고인자 등이 있으며 이 의약품은 환자들에게 혈액만큼 중요하다고 한다. 혈액을 수입함으로써 불필요한 외화가 낭비되는 것도 문제지만 외국 수입 혈액은 우리나라보다 질병 감염률이 더 높아서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혈액은 국내에서 완전한 자급자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혈액 사고… 확실한 대책 절실
 혈액 사고가 종종 일어나 혈액 관리의 안전성이 의심받고 있다. 최근 성인 백혈병을 유발하는 HTLV(인체 티림프 영양성 바이러스)⑶에 감염된 혈액이 언제, 누구에게 수혈됐다는 기록 없이 수혈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혈액의 출고 정보가 없으면 바이러스 감염 혈액이 누구에게로 수혈되었는지 알 수 없어 감염 혈액 바이러스가 다른 수혈자에게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적십자사에는 아직까지 HTLV 검사가 헌혈 검사항목에 추가돼 있지 않다. 이 검사를 시행하면 혈액의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헌혈한 혈액은 혈액형 검사, B형 간염 검사, C형 간염 검사, ALT(간기능) 검사, 매독 항체 검사, AIDS 검사 등 수많은 검사를 거친 뒤 환자에게 수혈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양한 혈액 검사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수혈로 인해 질병에 감염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돼 더 철저한 검사가 요구된다.
 혈액 사고가 일어나면 수혈자의 고통도 발생되지만 ‘혈액’에 대한 불신이 커져 헌혈자의 수가 줄어드는데 영향을 미친다. 충북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의 신경섭 교수는 “헌혈을 하면 남을 도울 수 있고, 자신의 건강도 체크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신체가 건강한 사람이라면 헌혈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혈액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민들의 불신만 더욱 커져 헌혈에 참여를 하던 기존 헌혈자들조차도 쫓아버리게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헌혈을 널리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혈액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쌓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대학 헌혈문화 자리 잡아야
 신경섭 교수는 “헌혈을 하면 몸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라고 말한다. “몸속에 있던 옛 피를 헌혈을 통해 배출하면 몸이 새 피를 만든다. 하지만 요즘은 전체적으로 마른 사람이 환영받는 풍토라서 그런지 다이어트로 인한 체중 미달, 철분 부족으로 헌혈 기본 요건이 충족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라며 대학생들의 참여율이 더욱 저조함을 우려했다. 다이어트를 하면 몸에도 좋지 않고, 헌혈이라는 이웃 사랑 실천의 기회마저도 잃게 된다. 하지만 헌혈을 할 수 있는 신체가 된다면 몸이 건강해 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웃 사랑을 실천한다는 기쁨도 누릴 수 있게 된다. 요즘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고급스럽게’ 헌혈을 할 수 있도록 헌혈의 집 시설이 잘 갖추어졌다. 친구들과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고급스럽게’ 친목을 다지는 것도 좋지만, 헌혈의 집에 가서 이웃을 돕는 뿌듯함을 함께 느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⑴ 전혈을 원심분리한 뒤 160∼200㎖의 혈장 성분과 혈소판 성분을 빼내 제조한다. 수혈된 혈액을 원심분리한 뒤 혈장과 혈소판으로만 만든 것으로 산소 운반기능 부족 증상을 보이는 만성빈혈 환자나 수술 또는 외상에 의해 총 혈액량의 15% 이상을 흘린 환자 치료에 처방한다. 보존기간은 전혈과 마찬가지로 35일이다.
⑵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혈액제제로 채혈 후 6시간 이내의 전혈로 만든다. 20~24℃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혼합시키는 혈소판 보존기에 넣어 보존하는데, 3일간 보존할 수 있다. 주로 혈소판 기능장애가 있거나 혈소판 감소증이 있는 환자에게 사용한다. 재생 불량성 빈혈, 백혈병,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사용한다.
⑶ 신경질환, 성인 백혈병, 척수병증 등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모유 수유를 통해 감염자인 어머니에게서 수직 감염될 수 있고 성관계나 수혈로도 전염된다. 수혈에 따른 감염률은 30%, 발병률은 2∼8%다. 드물게 20∼30년 잠복기를 거치기도 한다.
 
 
 
헌혈에 대한 의문, ‘헌혈 그것이 알고 싶다’
Q. 헌혈을 하면 몸에 좋지 않다?
A. 우리가 헌혈하는 양은 몸 전체의 혈액량의 약 10% 내외인 320ml~400ml이다. 이 정도 양을 헌혈하면 간, 비장 등에 저장되어 있던 여유분의 혈액들이 즉각 혈관 속으로 다시 분포되어 약 2시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혈액량을 유지할 수 있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Q. 헌혈을 하면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
A. 주사 등 헌혈에 사용되는 물품들은 모두 1회용 밀폐 용기로 무균 처리되어 포장돼 있다. 한 번 사용 후 폐기하므로 헌혈로 에이즈 등 감염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0%이다. 또 헌혈을 할 때 피부 소독도 알코올 소독과 요오드계 소독약으로 2차례 진행되기 때문에 균에 감염될 염려는 없다.
Q. 헌혈하면 살이 빠진다?
A. 헌혈량만큼 혈액이 체외로 빠져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에 있던 혈액이 혈관 내로 바로 이동해 혈액량은 바로 보충된다. 따라서 헌혈과 다이어트는 무관하다.
Q. 적십자사에서 환자에게 혈액을 돈을 받고 파는 것 아닌가?
A. 우리가 헌혈을 할 때는 음료와 과자, 그리고 3천 원 가량의 기념품을 받는다. 하지만 수혈을 받을 때는 약 5만 원 정도의 값을 내고 혈액을 공급받아 이런 오해가 생긴다. 우리가 구입하는 혈액의 가격은 정부에서 고시한 가격이며 그 가격에는 채혈, 검사에 드는 비용과 홍보비, 인건비, 장비 사용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안전한 혈액 공급을 위한 비용 때문에 값이 올라가는 것이지 돈을 받고 파는 것이 아니다.
Q. 헌혈증서 한 장은 혈액 한 팩과 똑같다?
A. 헌혈증서 한 장을 혈액 한 팩으로 교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료기관에서 수혈받은 환자가 진료비 계산 시 헌혈증서를 제출하면 본인 부담 수혈비 중 건강보험 적용을 제외한 본인 부담금의 20%를 공제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