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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위기'의 교양프로그램
제 802 호    발행일 : 2009.03.30 
시청률·수익성 잣대로 프로그램 폐지
시청자 의견 수렴 통해 존폐 결정해야

<편집자주> 교양 프로그램은 ‘사회 전반의 현상을 다루면서 시청자가 보고 느꼈으면 하는 것을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정의되며 다큐멘터리부터 대담, 토론, 생활 정보, 학습, 문화 예술 프로그램 등이 이에 속한다. 교양 프로그램은 다양한 정보 전달의 역할과 교양 함양의 역할을 하는 존재로 방송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다. 하지만 최근 각 방송사에서 교양 프로그램의 폐지 소식을 줄줄이 전하고 있다. 그야말로 교양 프로그램의 ‘위기’다. 이에 교양 프로그램이 잇따라 폐지되고 있는 배경을 살펴보고 교양 프로그램의 현실을 짚어 보았다.


유일한 책 주제 교양 프로그램마저 폐지

 KBS 1TV 교양 프로그램(이하 프로) ‘TV, 책을 말하다’는 2001년 5월에 첫 방송을 시작으로 7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장수 프로이다. 하지만 지난 1월 1일, 시청자들은 갑작스럽게 자막 공지로 이 프로의 종영 소식을 들어야 했다. 책을 소재로 한 유일한 프로로 많은 시청자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으나, 1% 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되었다.

 또한 EBS의 간판 교양 프로인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2009년 2월 29일 종영)’를 시작으로 ‘책으로 만나는 세상(2009년 3월 2일 종영)’, ‘고전극장(2009년 3월 2일 종영)’, ‘강지원의 특별한 만남(2009년 3월 2일 종영)’ 등 교양 ․ 문화 프로들의 폐지가 줄을 잇고 있다.

 이처럼 교양 프로가 잇따라 종영되자 애청자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의 한 애청자는 폐지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미디어다음(www.daum.net)의 아고라에서는 교양 프로 폐지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서명에 참가한 네티즌 중 아이디 ‘지후’는 ‘문화란 청취율이라는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폐지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또한 지난 2월 16일에는 EBS의 교양 프로 폐지에 대해 경기대 미술학부 박영택 교수, 연세대 영문과 우미성 교수, 출판 칼럼니스트 이구용 씨, 문화 평론가 김성수 씨, 작가 박금산 씨 등 문화계 인사들이 앞장서 항의 서한과 반대 서명서를 제출했으며 서울연극협회, 한국뮤지컬협회, 공연프로듀서협회 등 문화단체에서는 프로 폐지를 철회해 달라는 공문을 EBS 측에 전달하는 등 다수의 사람이 EBS 교양 프로의 폐지에 반발했다.

 SBS의 교양 프로 ‘인터뷰 게임’도 지난 2월 10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폐지되었다. ‘인터뷰 게임’은 시청자가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 보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소박하고 진실 된 프로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방송사 측은 전반적 경기 침체 분위기에서 인터뷰 게임 같은 자체 제작 프로를 유지하기 힘들어지고, 프로가 활발한 광고 수주와 같은 이윤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폐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폐지 이유를 밝혔다.


공영방송에서 시청률 · 수익성 따져?

 각 방송사는 ‘시청률이 저조해서’, ‘제작비 대비 성과가 좋지 않아서’, ‘대중적이지 못해서’라는 이유를 들어 주옥같은 교양 프로들을 줄줄이 폐지시키고 있다. 방송에서 ‘시청률․청취율’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공영방송에서 수익이 적고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교양 방송을 폐지시키는 것은, 영리에 목적을 두지 않고 오직 공공의 복지를 행하기 위한 방송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종합예술학교 이동연 교수는 “시청률 등 경쟁 논리를 앞세운 편성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공중파가 갖는 최소한의 원칙은 존재했었다”며 “지금은 그 최소한의 원칙마저 무너지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게다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EBS 개편으로 교양 프로들이 폐지되고 영어 교육과 취업 ․ 처세와 관련된 프로들이 그 자리에 신설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영어 교육과 취업에 관심이 많은 국민의 심리를 꿰뚫어 수익성을 올리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보여, 교육 방송에서 상업성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영방송마저도 시청률과 수익성이 좋은 방송 프로가 편성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 방송이 아니라 외국어 방송, 취업 방송이 아니냐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같은 교양이지만 다른 반응, 희비 엇갈려

 많은 교양 프로가 사라져 가고 있어 애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교양 프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프로들이 있다. 시청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방영되고 있는 프로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MBC의 대표 시사 교양 프로 ‘W’는 World-Wide-Weekly의 첫 글자를 대표하는 것으로, 심층적인 국외 정규 시사 프로이다. 이 프로에서는 국제 뉴스를 심층적으로 소개하고, 국제 이슈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접근해 방영한다. 얼마 전 이 프로에서 다룬 ‘달콤한 초콜릿 속에 숨겨진 카카오의 비극’ 편에서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 아이들의 노동 착취와 관련된 내용이 방영되면서 초콜릿에 관한 내용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단순히 국외의 소식들을 전달하는 프로가 아닌, 세계 곳곳의 어두운 면을 심층적으로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KBS의 ‘소비자 고발’은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한다는 의도로 기획된 시사 프로다. 시청자들이 알기 쉽게 각종 실험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데 얼마 전에는 중식점의 위생 관리나 치킨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의 재사용, 가짜 삼겹살 등 친숙한 먹을거리에 담긴 소비자들이 몰랐던 사실들을 적나라하게 알려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일고 있다.

 또 같은 방송사의 ‘낭독의 발견’은 2003년 시작해 5년이 넘게 사랑을 받아온 프로로 시, 소설, 수필은 물론 노랫말이나 편지글, 사진집, 명언 등을 직접 낭독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또 낭독 콘서트의 모습을 갖추고 공개 녹화의 형식으로 바꿔서 시청자들이 관객으로 직접 녹화 현장에 참여해 낭독자와 함께 교감할 수 있다.

 EBS ‘스페이스 공감’은 2004년 4월 개관한 EBS SPACE에서 마련한 뮤지션들의 공연을 일주일에 2번, EBS를 통해 방영하는 프로다. 공연장의 생생한 울림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TV 속 콘서트를 마련한다는 취지이다. 시청자들이 무료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데다가 공연장에 가지 못한 시청자들은 TV로 볼 수 있어 국민의 문화 교양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교양 프로가 맞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이름뿐인 교양 프로도 존재하고 있다. KBS와 SBS의 교양 부분 편성표를 보면 우리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프로가 일부 있다. KBS의 ‘박중훈 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이하 박중훈 쇼)가 그 중 하나이다. 박중훈 쇼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를 시사 이벤트를 통해 이슈화, 담론화하는 고품격 시사 토크쇼’를 표방해 만들어 진 프로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방영된 내용을 보면 시사 토크쇼라고 보기 어렵다. 유명 연예인들을 섭외해 예능 프로에서도 물어볼 수 있는 질문들이나 사생활과 관련된 질문들이 주를 이뤄 교양 프로보다는 예능 프로에 가깝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었다. 박중훈 쇼는 결국 박중훈 씨가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혀 다음 달 19일 폐지될 예정이다.

 SBS의 ‘퀴즈 육감대결’은 교양 정보 프로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 프로 또한 예능 프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연예인들이 출현해 퀴즈를 풀어 오답자를 가려내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교양을 쌓고 정보를 얻을 수 있기보다는 연예인들이 와서 승부를 가리는 모습만 보여 진정한 교양 프로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시청자 게시판에 아이디 ‘vfv3’ 시청자는 “이 프로는 오락이 아니라 교양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내용의 중심이던 심리전과 퀴즈는 없고 서로 윽박지르고 삿대질해 승부 가리기에만 치중해 있는 것 같다”라고 의견을 적었다.


 시청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유익한 교양 프로가 수익성과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되면서 애청자들의 안타까움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방송 3사의 교양 프로그램의 수는 KBS 78개, MBC 30개, SBS 33개이다. 하지만 이 많은 교양 프로그램 중 제 기능과 제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은 과연 얼마나 될까?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의 의견을 정확히 수렴해 부족한 프로는 보강하고,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프로는 폐지하는 등 공정한 과정으로 편성표를 조정해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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