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문화부에서는 문화재를 주제로 두 편의 연재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은 그 첫 번째로 국외에서 환수를 기다리고 있는 문화재의 실태를 파악하고, 그것을 환수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국외 소장 우리 문화재 76,143건

 문화재청에서 발간한 ‘문화재청 주요 업무 통계 자료집(2009. 3. 31일 자)’에 따르면 국외소재 문화재 건수는 총 20개 국가, 76,143건에 이른다. 그 가운데 일본이 34,369건으로 우리 문화재를 가장 많이 소장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과 영국, 독일, 러시아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외국의 공사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대학 등 공식적인 기관이 소장한 것만 해당하는 것으로, 개인 소장 등 파악이 안 된 문화재의 수치를 더하면 10만 건에 이를 것이라고 문화재청은 추정하고 있다.

 국외에 소장된 문화재 중에는 우리가 국사 교과서를 통해 익히 아는 유명한 문화재가 많다. 예로 조선 전기 회화의 최고 걸작인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불화, 고려청자, 조선백자가 일본에 소장되어 있으며 외규장각 도서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등이 프랑스에 있다.

 이처럼 국외에 소장된 문화재의 수는 어마어마하지만, 이 문화재들이 전부 환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화재가 국외로 이전된 경로와 과정에 따라 환수할 수 있을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 기준이 되는 것은 국외 소장 문화재가 유출된 경로로, 전쟁 시 약탈 ․ 도난 ․ 점령 시 이전 ․ 식민지 시절 이전된 것 ․ 선물이나 구매 등과 같은 합법적 이전 등 5가지이다. 타국과의 전쟁 중에 약탈당했거나 불법적으로 도난된 것은 환수할 수 있지만, 식민지 시절에 유출된 것은 그 권리를 주장하기가 어려워 실제적으로는 환수받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또 외교관에게 하사된 하사품이나 선물로 전해진 유물도 환수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사실상 국외에 소장된 약 7만 6천여 건에 달하는 문화재 모두가 환수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명확한 법규 없어 환수 어려워

 문화재 환수를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이루어졌다. 1945년 헤이그 협약과 의정서, 1970년 유네스코 협약의 기본 정신과 1995년 Unidrioit 협정 및 UN 총회 결의, 유네스코 ․ 세계박물관협의회(ICOM) 등에 ‘원소유국으로의 반환 또는 원상회복 원칙’이 명시돼 있으나, 강제력이 있는 법규가 아니므로 약탈국이 원소유국에 반환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 때문에 여러 협약과 협정이 체결되어 있음에도 원상회복되지 못한 문화재들이 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유네스코에서 채택한 1970년 ‘불법 문화재의 반 ․ 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와 그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은 발효 시기가 1972년 4월로, 그 이전에 발생한 불법 문화재 반출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법적 반환 의무’가 있는 문화재임을 증명하려면 상대국의 행위가 불법임을 명백히 증명해야 하는데 불법을 명확하게 증명하기가 어려워 규정짓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유물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의 경우, 1958년 이후 문화재에 관한 정부 간 협상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프랑스도 자국에 있는 문화재에 국내법 규정을 명시하여 강력하게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의 비정상적인 환수 방법은 오히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프랑스와 중국 간에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3월 프랑스에서 열린 경매 업체 크리스티의 ‘세기의 경매’에 제2차 아편전쟁 때 프랑스로 유출된 청나라 원명원의 쥐 머리와 토끼 머리 청동상이 경매품으로 나왔다. 낙찰이 결정되고 난 후 알고 보니 그 낙찰자는 중국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 중국인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겠다며 중국으로의 무상 반환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사실 이 일은 중국 정부가 약탈당한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해 중국해외문물환수전용기금을 이용, 문화재를 환수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때문에 양국의 관계가 악화하는 양상을 보였고, 결국 프랑스가 중국의 문화재인 건륭황제의 옥새를 경매에 부치기로 하면서 중국은 프랑스가 소장한 다른 문화재를 환수하는데 지장이 생기게 됐다. 한 문화재를 찾기 위한 시도가 또 다른 문화재를 환수할 기회를 잃게 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문화재 환수를 위해 무작정 소장국을 자극하기보다는 조금 더딜지 몰라도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화재 환수를 시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민간단체․개인의 노력으로 8,154건 환수

 현재 민간단체와 정부의 노력으로 8,154건의 문화재가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 주요 업무 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현재 환수된 문화재는 총 10개 국가에서 8,154건이며 기증의 형태로 환수된 것이 6,083건, 정부 간 협상으로 환수된 것이 1,728건, 구매가 341건, 반환이 1건, 대여가 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공식적인 환수 요청으로 환수된 문화재보다 민간단체와 개인의 노력으로 기증된 문화재가 더 많다.

 민간단체와 개인의 노력으로 환수된 문화재에는 지난 2006년 환수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47책이 대표적이다. 불교계, 시민 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는 도쿄대에 조선왕조실록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봉선사 혜문스님을 중심으로, 조선왕조실록이 명백한 약탈 문화재임을 입증하는 다양한 증거품과 양국 연구원들의 증언을 확보해 약탈 문화재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세 차례에 걸쳐 협상한 끝에 도쿄대는 서울대에 실록을 영구 기증하겠다는 반환 의사를 밝혔다.

 2006년 MBC ‘느낌표-위대한유산 74434’ 프로그램 제작진과 네티즌들이 성금을 모아, 임진왜란 당시 진주대첩을 이끈 김시민 장군의 공신 교서를 1억 4천여만 원의 돈을 주고 사들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대표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도 개인의 노력으로 반환된 문화재이다. 독일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수도원에 보관돼 있던 정선의 그림을 경북 칠곡 왜관 수도원의 선지훈 신부가 ‘수도원 선교 100주년’을 기념하자는 끊임없는 설득을 통해 영구 임대 방식으로 환수받았다.

지속적인 연구와 관심이 절실

 현재 문화재청에서 파악한 민간단체는 조선왕실의궤1) 환수를 위해 설립한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 외규장각 도서 반환 운동을 펴는 ‘문화연대’, 이천 오층석탑을 돌려받기 위한 ‘이천 오층석탑 되찾기 범시민운동 추진위원회’, 김시민 장군 공신 교서를 돌려받는데 큰 이바지를 한 ‘진주문화사랑모임’, ‘약탈 문화재 반환 범 제천 시민 추진 위원회’, ‘양산 유물환수추진위원회’ 등이 있다. 하지만 ‘약탈 문화재 반환 범 제천 시민 추진 위원회’, ‘양산 유물환수추진위원회’ 등 일부 단체는 활동이 미비하고 이름만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들 민간단체가 활동을 중단하게 되는 이유는 국민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문화재청 관계자는 말했다.

 또한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국제법, 문화재 관계법의 전문성을 가진 학자들과 외교관, 시민 단체들의 유기적인 조직이나 협의체를 구성해 정책 공유의 틀을 다질 필요가 있다”라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문화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문화재 환수 방법론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문화재청 김병연(국제교류과) 씨는 “현재 문화재 조사 연구원이 2, 3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 문화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문화재 환수를 위해서는 어떤 문화재가 환수 대상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환수 운동에 힘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 씨는 “학문적으로 문화재 환수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진이 거의 없고, 논의가 이루어지는 바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며 “대학생들이 문화재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문화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수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문화재 반환 촉진 정부간 위원회(ICPRCP)2)’의 의장국이다. 우리나라는 ICPRCP의 30주년 특별 회의를 서울로 유치하고 외규장각 도서와 의궤에 관련된 홍보 활동도 벌이는 등 문화재 환수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간단체와 국민은 환수가 미비한 것을 정부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 환수는 정부만의 책임이 아닌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보다 민간 차원에서 더 많은 환수가 이루어졌던 선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우리에게는 환수를 이루어낼 힘이 있다. 관심과 참여가 문화재를 우리 품으로 되돌아오게 할 원동력이 될 것이다.

1) 조선왕실의궤

조선시대에 왕실과 관련된 행사를 치르고 나서 작성하는 기록을 말한다. 반차도라고 해서 그림도 그려 넣기도 했다. 종합적인 자료이므로 경제·정치·미술·음악 등 여러 분야의 연구에 이용된다. 이 중 외규장각에 보관되던 많은 수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약탈당하였다. 2007년 6월 '조선왕조의궤'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에 지정되었다.

2) ICPRCP(문화재 반환 촉진 정부간 위원회)

 1970년 채택한 ‘문화재의 불법 반 ․ 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 등 약탈 문화재 반환 국제 규범 이행 촉진을 위해 1978년 설립됐다. ICPRCP에서 결의된 협의는 국제법상 구속력은 없지만 문화재 반환 문제에서 약탈 문화재 보유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는 캐나다가 ICPRCP 위원국 자격을 상실하면서 올해 6월까지 임시 의장국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