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완전히 타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일로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문화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실제로 많은 문화재의 관리가 강화된 곳도 있다. 하지만 지방 문화재 관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문화부 기획에서는 연재기획 두 번째로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국보의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해결책을 고민해 보았다.

국보 철당간, 부지 ․ 상가 문제 ‘수난’

 청주 시내 한복판에 있는 용두사지 철당간은 국보 제 41호로 지정된 국유 문화재이다. 이 철당간이 서 있는 남문로는 고려시대에 창건된 용두사가 자리 잡고 있던 곳으로 철당간은 행사가 있을 때 절의 입구에 ‘당’이라는 깃발을 달아두는 용도로 사용했다. 현재 ‘철당간’이 남은 곳은 청주 용두사지, 공주 갑사, 안성 칠장사 등 세 곳이다. 그중에서도 용두사지 철당간은 정확한 조성 연대를 알 수 있어 세 개의 당간 중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이다. 철통에 새겨진 철당기 명문은 고려시대 청주 지방의 호족 세력의 영향과 고려 초기 숭불정책을 짐작하게 하는 사료로 쓰여 더욱 높은 가치를 지닌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국보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용두사지 철당간이 몇 년째 주변 상가와의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1999년 청주시는 철당간 보호구역 내에 있던 ‘더 월’의 증축 시 철당간 부지를 소유한 소유주(쿠기어드벤쳐)로부터 기부채납 의사를 전달받았다. 기부채납을 약속받은 청주시의 증축 허가 아래 공사가 진행되었는데, 공사가 완료되자 소유주 측은 “경제 사정이 어려워 기부채납이 어렵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기부채납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결국 이 부지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문화위원회(아래 참여연대)의 주도로 걷힌 시민의 성금과 도비 지원금 8억 원이라는 거액을 모아 매입할 수 있었다. 이에 참여연대는 청주시의 무력한 대응으로 혈세를 낭비했다며 기부채납에 대한 질의서를 제출하고 성명을 발표하며 문제를 지적했지만 청주시에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또한 부지 문제와 맞물려 주변 상가의 소음 및 공해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주변 상가들이 철당간 광장의 일부 구역을 점유하여 천막을 치고 상설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청주시나 문화재청 어느 곳 하나 적극적인 규제를 하지 않는다’며 빈틈 많은 행정적 관리 행태를 비난했다. 청주대 한 교수는 “소음 때문에 발생하는 진동에 의해 문화재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용두사지 철당간은 국보 문화재임에도 해당 기관의 행정적 관리만 이루어질 뿐 보존을 위한 전문적인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청주시청 측은 철당간 관리 계획에 대한 질문에 “국보 문화재라도 따로 예산이 책정되지는 않는다”며 “철당간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철당간 옆에 임시 관리소를 두고 외부 관리인을 고용해 관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보 고구려비, 시민 무관심에 ‘울상’

 가까운 충주의 중원 고구려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충주시 가금면에 있는 ‘중원 고구려비’는 장수왕이 남한강 유역의 여러 성을 공략하여 개척하고 그 기념으로 세운 것으로 한반도에 현존하는 유일한 고구려비이다. 이 중원 고구려비는 고구려가 백제의 수도인 한성을 함락하고 한반도의 중부 지역까지 장악하여, 그 영토가 충주 지역까지 확장되었음을 말해주는 중요한 문화재이며, 중국의 동북공정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화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중원 고구려비에 대해 관심을 두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24일 충주를 찾았을 때 중원 고구려비 인근에 있는 중앙탑 공원에는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시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중원 고구려비는 두 명의 문화유산 해설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중원 고구려비 하단부에는 거미줄이 쳐진 채 벌레가 기어다니고 있었으며 중원 고구려비 누각 바닥이 부서져 흙이 드러나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무성한 잡초들이 있어 국보라는 이름이 무색한 모습이었다.

 충주시 유정태 문화유산 해설사는 “근처 중앙탑 공원은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지만 중원 고구려비를 찾는 사람은 드물다”라고 말했다. 보수공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 씨는 “보수를 요청하면 시에서 나와서 보수해 주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 중원 고구려비 정비 사업이 추진되면서 보수는 중단된 상태고 고구려촌을 조성하기 위해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구려촌 조성은 지난 2004년 12월부터 추진되었지만 인근 부지를 확보 문제와 사업비 문제 등이 발생해 계속해서 지체되고 있다.

국민 의식 고취… 관심으로 해결해야

 현재 용두사지 철당간은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광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댄스 공연이나 바자회, 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지만 행사 진행 후 뒤처리가 미흡해 쓰레기 등의 각종 행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러한 실태에 대해 청주시청 문화재관리과 조현철 씨는 "아무리 경고문을 붙이고 쓰레기를 치워도 해결하기 힘들다”며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없어서 시민 스스로 문화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시민의 의식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참여연대 최진아 씨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가를 없애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며 “시민의 관심과 애정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중원 고구려비도 자물쇠로 잠가 놓은 누각을 열고 들어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탁본으로 비문의 훼손이 더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학계 비판을 받고 있다. 숱한 사람들이 문화재위원회의 정식 허가 없이 마구잡이로 탁본을 뜨고 나서 깨끗이 뒤처리를 하지 않아 곰팡이마저 슬어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비문의 내용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블로거 강동훈 씨는 ‘천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닳아 없어진 글자만큼 우리 역사에 대한 의식도 잊혀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중원 고구려비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문화재 관리는 행정기관의 조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시민의 관심과 애정, 문화재 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야만 진정한 의미의 문화재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후손에게 소중한 문화재를 잘 보존해 물려주고, 나아가 문화재를 가꾸는 문화까지도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