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을 찾아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스케치.(참여기)
 

 
일상과 공예가 만나는 공간.
어느 날, 뒤샹이라는 화가는 화장실의 변기를 <샘>이라고 이름 붙여 전시장에 갖다 놓았다. 때로는 물건 자체가 작품으로 변하기도 하며 버려진 인형들이 아름다운 의자로 바뀌기도 한다. 심지에 옷에 묻은 케첩, 잉크 자국마저 작품이 되어있다면 어떨까? 공예는 전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 일상 속의 재미있는 공예를 만나는 순간, 그 새로움에 빠져 길을 걷다 멈추게 될 지도 모른다. 
 지구촌 공예축제인 2009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이하 비엔날레)가 지난 9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청주 예술의 전당과 청주시내 일원에서 열렸다. <만남을 찾아서, Outside the box>라는 주제로 53개국 3천여 작가가 참여해 본전시, 공모전시, 국제공예페어 등이 전개되었다. 거대한 공예숲을 이룬 이번 행사는 예년과 달리 행사장을 개방해 누구나 방문할 수 있고 워크숍, 공연이벤트, 교육프로그램 등을 무료로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더불어 한국 공예관과 생활공예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처음 만나는 공예
1999년 창립되어 10년의 여정을 거치면서 청주시와 함께 발전한 비엔날레는 공예가 가진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특징과 닮아있었다. 이제 여섯 번째를 맞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비엔날레를 접한 필자는 처음엔 공예가 요원하기만 했다. 이제는 생활 속에 가까이 들어온 공예인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2009비엔날레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작가워크숍, 사용자가 작가가 되는 작품
캐나다 작가 조르디 카누다스(Jordi Canudas, 본전시1 참여작가)와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제작 워크숍은 석고를 이용하여 조명을 만드는 것이었다. 석고로 틀을 뜬 껍질을 특별 제작된 망치로 구멍을 내어 빛을 반사시키는 방법으로 사용자가 구멍의 모양이나 위치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개념의 작품이었다. 보다 작은 램프(Less Lamp)란 이름으로 전시 중이기도 했던 이 작품은 참여자가 스스로 만든다는 점, 계속해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석고를 섞고 굳히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워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공예의 참맛을 느낀 것 같았다.
 
삶에 활력을 주는 공예
본전시가 ‘인공의 지평’과 ‘오브제, 그 이후’라 하여 퍼포먼스와 작품들이 전시되었다면 본 전시 중의 하나인 ‘프로젝트, 생활 속으로’는 갤러리 공간을 벗어 시장으로 들어서며 대중에게 다가선다. 서문 시장의 물건, 간판이 생활 속에서 발랄하게 표현되면서 프로젝트를 통해 서문시장 동네에 대한 관심마저 불러일으켰다. 시장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공예가와 만나면서 생활 공예는 삶에 활력이 되고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준다.
공예는 우리 자신이다.
사전적 의미의 공예는 실용적인 물건에 장식적인 가치를 부가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려고 하는 미술이라 한다. 이번 행사에는 오브제(objet: 물건 자체가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작품이 되는 것)로서 가치 부여된 생활 속 물품들을 보며 공예는 곧 우리 주변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그 과정의 열정을 체험하며 공예는 우리 자신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고 호기심과 상상력에 색다른 자극이 되었다.
2009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국내 초,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는 것은 물론 해외 각국에서 전시와 참여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공예 전시회로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공예와 가을 추억 만들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문화행사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더하기: 비엔날레는 직지축제와 격년으로 개최되기 때문에 다음 비엔날레는 2011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단순히 둘러보는 것이 아닌 의미를 더하기 위해 전시 관람에 앞서 도슨트(Docent: 작품 이해를 돕는 안내인)의 시간에 맞춰 관람할 것을 권한다. 작가의 배경, 의도 등을 이해하고나면 남다른 가치의 발견과 함께 작품에 대한 태도 또한 달라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큐레이터는 전시기획자를 말하며 도슨트와 엄연히 구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