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종합언론미디어(충북대신문)

‘기상! 주인님 일어나세요’ 라는 휴대폰 모닝콜 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비몽사몽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아이팟터치로 음악을 들으며 등교를 한다. 공강시간, 친구들과 게임방을 간다. 몸을 직접 움직이는 게임인 닌텐도 위로 밥값을 걸고 복싱게임을 한다. 몸이 빠른 친구는 나를 단숨에 K.O시켜 밥값은 내 몫이 된다.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향한다. 집에서 컴퓨터를 켜고 싸이월드에 접속한다. 일촌파도파기를 시작한다. 방문한 일촌 홈피에 방명록을 남긴다. 친구들과 찍었던 사진을 내 홈피에 올린다. 하루 일과를 끝난 나는 피곤해 잠이 든다. 이렇게 현대인의 일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디지로그가 생활화되었다. 사람목소리가 나는 휴대폰, 감각으로 느끼는 MP3 등 다방면에 디지로그가 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디지로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또한 디지로그가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디지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일상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디지로그, 지금부터 파헤쳐보자!

디지로그란?

전문화부장관이며 현재 중앙일보 고문인 이어령 교수는 2006년 1월 중앙일보에 신년 연재한 에세이를 ‘디지로그’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하였다. 이교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합된 사회현상을 ‘디지로그’로 정의했다. 이 말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로 둘을 합쳐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새로운 트렌드를 이루는 현상을 말한다. ‘디지털’은 빠르고 정확하지만 지시적이고 냉정한 반면 ‘아날로그’는 느리고, 부정확하지만 온정과 의리가 있다. 두 가지 문화를 섞어 만든, 빠르고 정확하지만 온정과 의리 있는 문화 트렌드가 바로 ‘디지로그’인 것이다. 한국인 고유의 촌수와 사이 문화에 문화 마인드를 입힌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전자펜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입력장치인 태블릿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디지털에 아날로그 추임새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주인공 이시가미 테쓰야는 인간 사이의 무관심과 냉정함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자살을 결심한다. 주인공은 천장에 밧줄을 달고 목을 매는 순간 '딩동'이라는 초인종소리를 듣는다. 테쓰야가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자 한 모녀는 옆집에 이사 왔다고 잘 부탁한다며 그에게 도시락을 건낸다. 도시락을 건낸 모녀는 그 후에도 테쓰야에게 친절을 베푼다. 모녀로부터 온정과 의리를 느낀 테쓰야는 자살에 대한 생각을 거두게 된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의 발전으로 빠르고 정확해졌지만, 차갑고 냉정해졌다. 디지털이 처음으로 보급되었을 때 사람들은 편리한 디지털이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디지털은 그들을 숨 막히게 한다. 사람들은 이웃집 모녀가 테쓰야에게 건낸 도시락처럼, 아날로그의 따뜻한 온정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문자 메시지, 이메일 대신 손으로 글을 쓰기도 하고, 컬러 사진 대신 흑백 사진을 인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날로그만으로 21세기를 이끌어 갈 수는 없다. 그래서 디지로그가 탄생된 것이다. 아날로그 감성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찰칵 찰칵 소리가 나는 것처럼, 디지털에 아날로그 추임새를 넣기 시작하였다.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분단 해결책

분단이란 동강이 나게 끊어 가름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1945년에 해방되었지만, 광복이후 북쪽은 공산주의인 소련, 남쪽은 자본주의인 미국이 통치하게 되었다. 1948년 한반도에는 결국 두 개의 국가가 수립되었고,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전쟁은 결국 한반도를 갈라버렸다. 남북분단이 우리에게 남긴 건 이산가족의 슬픔과 분노, 통곡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대 사이에서도 분단이 일어날 수 있다. 아날로그 세대는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세대로, 온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세대이다. 반면 디지털 세대는 가상세계에 존재하고 냉정하며 계약을 중시한다. 이 두 세대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처럼 추구하는 이상이 다르다. 추구하는 이상이 다른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는 북한과 남한이 분단된 것처럼 사회를 6・25전쟁처럼 끊어 가를 수 있다.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두 세대가 공감을 느끼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공간이 ‘디지로그’이다. 빠르고 정확하지만 온정과 의리 있는 문화 트렌드인 디지로그가 바로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분단을 해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 디지로그를 한국화 시킬 수 있는 사람들

푸짐한 햄과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부대찌개는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스팸이라는 통조림 햄을 우리나라식으로 변형시킨 퓨전 음식이다. 스팸은 미군 부대에서는 지겹고 식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인 손에 들어온 스팸은 맛깔스러운 찌개로 재창조된다. 이처럼 한국인들은 어떤 것이든 한국인 색깔에 맞게 재창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디지로그’ 분야에서도 그렇다. 한국인들은 스팸에 김치, 고추장, 된장을 풀 듯 디지털에 한국 냄새나는 아날로그를 풀어 우리나라만의 디지로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된장 냄새 나는 디지털,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서양인이 한국인만큼 자국 색이 뚜렷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뭐든지 한국입맛에 맞게 바꿔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들, 디지로그는 한국인들에게 딱 맞는 문화 트렌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