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서서히 고파오는 오후. 성안길에 위치한 ‘서문우동’ 입구에는 ‘제빵왕 김탁구’ 드라마 포스터가 좌우로 배치돼 있었다. 오후 3시를 넘긴 시각이었는데도 점심시간처럼 사람들이 실내 가득 앉아 냉면그릇만한 그릇에 얼굴을 묻고 우동과 자장면, 빵을 먹고 있었다. 실내에는 18개 테이블이 있고, 4명의 직원들이 분주히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가게를 들어서자마자 속이 훤히 보이는 유리로 된 커다란 빵 진열대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빛바랜 갈색과 나무로 돼 있어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학생들에게는 편안함을 선사하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대표 양경인(여, 45)씨에게 서문우동의 가치관에 대해 묻자 “변함없는 맛과 엄선된 엄선된 재료일 거예요”라며 자부심 넘치게 말했다. 80년대 후반, 브랜드 빵집들이 청주로 들어오면서 토박이 빵집들이 맛과 디자인에 밀려 한 두 가게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경인 대표는 “소비자들은 달콤하고 새로운 맛에 쉽게 호기심을 느끼지만 고유 버터의 맛, 크림 풍미, 반죽 등 핵심이 되는 부분들 모두 직접 만들어 쓰기 때문에 변치 않는 고소한 맛에 사람들의 입맛이 돌아오기 시작했죠. 최근 제빵 드라마 방영도 한 몫 했어요”라며 ‘서문우동’이 변함없이 있을 수 있던 이유를 진실히 털어놓았다.

 서문제과&우동, 어느 것이 시초였을까? 가게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말이 많아진다. 이에 대해 그녀는 “1962년 ‘서문제과’를 시작으로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남편과 제가 현재 3대째를 이어오고 있어요. 08년도부터 제빵보다 우동의 비중이 늘어 ‘서문우동’으로 간판을 바꿨는데 지금은 빵과 우동 1:1 같은 비율로 판매가 되요”라며 흐름에 따라 음식의 양을 조절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60년대의 ‘서문우동’은 전 청주터미널 바로 옆이어서 배고픈 사람들이 잠깐 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떠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 시절부터 국수 양과 빵 크기를 변함없이 이어 온 덕에 찾아오는 단골 또한 3대째였다. 만들어진 모든 음식은 최상급 재료로 깊은 맛을 내 사람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서문우동’은 ‘제빵왕 김탁구’ 세트장에서 판매되는 빵을 공급해주는 공급처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양경인 씨에게 가게 빵을 팔게 된 계기를 물었다. “세트장 관장님이 우연히 저희 빵을 사가면서였죠. 세트장을 시민들에게 오픈하면서 빵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드라마에서 방영되는 빵의 크기와 모양이 저희 것과 흡사해 2000여개를 공급해주게 됐죠.” 사람들 입소문으로 자자해진 팔봉제과점은 관광명소가 됐다. 그러나 그곳에서 판매되는 빵은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팔렸고 타 제과점 빵과 섞여 팔리면서 빵맛이 다르다는 손님들의 불만과 본래 가게 빵 판매에 집중을 할 수 없는 이유 등으로 현재는 공급을 중단했다.

 “몇 백 명씩 다녀가는 손님들 중 기억에 남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는 양경인 씨는 테이블에 놓인 쇠 젓가락 대신 늘 나무젓가락으로 우동을 드신다는 손님을 떠올렸다. “귀하게 먹고 갑니다”라고 깍듯하게 감사인사를 하시는 그 손님은 몇 십 년째 단골이라고 했다. 그녀는 “돈이 없어 학생 4명이서 우동 2그릇을 시켜먹는 걸 보고 옆 테이블 손님이 2그릇 더 시켜주던 모습을 보고 제가 다 가슴이 찡했어요. 그리고 이 가게가 있어 행복하다는 손님들도 계세요”라며 따뜻한 웃음을 보였다.

 30여분의 취재가 끝났다. “우동이나 먹고 가요.” 시원 털털하게 한마디 던지는 양경인 씨는 역시나 냉면그릇처럼 커다란 그릇에 가득 우동면을 가득 넣어다줬다. 옆 테이블에 앉아 쉬고 계시는 할머니가 썰었다는 말랑말랑 큼지막한 단무지도 나왔다. 먹기 전 본인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는 부탁에 “나 찍지 말고 이거나 찍어 가세요”라며 요새 잘 나간다는 김탁구보리빵 하나를 턱하니 또 가져다줬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신 나는 이곳은 ‘서문우동’이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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