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컨셉을 지향하는 걸그룹 티아라는 지난해 연말 <나 어떡해>라는 리메이크 곡으로 활동을 펼쳤다. 이들이 리메이크 했던 <나 어떡해>는 1977년 제1회 대학가요제 대상의 주인공 샌드페블즈(Sandpebbles)가 불렀던 곡으로 당시 기성 가수들의 노래를 뛰어넘는 인기를 얻었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고 불리며 부모님 세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줬지만 최근 폐지 논란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대학가요제. 과연 대학가요제는 다시 예전의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
원조 스타 등용문인 대학가요제
대학가요제의 시작은 1977년 9월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대학가요제’는 대학생들의 순수 창작으로 만들어진 노래로 건전한 음악 생활을 향유하고 대중음악을 발전시키기 위해 시작됐다. 당시 대학가요제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제1회 대학가요제 우승팀인 샌드페블즈(Sandpebbles)의 노래 <나 어떡해>는 가요 프로에서 4개월 연속 1위를 했다. 또한 대학가요제의 전성기였던 80년대 중반의 시청률은 6, 70%에 달하며 온 국민을 대학가요제의 열기 속으로 끌어당겼다. 1980년 당시 한 신문에는 “대학가요제의 인기로 인해 학생들이 스스로 연주하고 작곡도 하는 대학가의 그룹사운드가 800여 개 생겼다”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가요제는 신선한 노래와 얼굴들을 잇달아 배출함으로써 건강한 대학문화의 산실이 됐다. 특히 전성기였던 1980년대 중반까지는 출전만으로도 소속대학의 스타가 될 만큼 인기도 대단했다. 대학가요제에 등장했던 노래는 대학가뿐 아니라 중.고교생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학가요제 폐지. 극단적인 상황까지 내몰리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는 연예기획사의 가수들이 스타가 되고, 2000년대 말 TV에서 방영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새로운 스타 양성소가 되면서 대학가요제의 힘은 급격히 약화됐다. 2005년 제29회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익스(Ex)의 <잘 부탁드립니다>의 성공 외에는 특별히 주목을 받은 팀이 없었다. 가요제에서 계속되는 스타 만들기의 실패는 점차 ‘대학가요제’가 존폐 기로에 놓이는 이유가 됐다. 한 해의 큰 축제이자 가수 데뷔의 등용문이었던 대학가요제가 그 명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시들해진 대학가요제의 명성에 따라 MBC는 지난해 7월 대학가요제의 폐지를 공식 발표했다. 당시 MBC는 “대학가요제 폐지는 몇 년 전부터 고민했고 2012년 연말에 잠정적으로 결정한 사안이었다”며 “지난해 상반기에 다시 논의했지만 가요제를 활성화할 뚜렷한 돌파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가요제가 스타 배출에 있어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대중적인 인기도 없었다”면서 “스타가 나오지 않는 가요제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폐지를 결정했다”라고 폐지 배경을 밝혔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지만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2009년 대학가요제에 ‘스터너즈(Stunnaz)’라는 그룹으로 본선에 진출했던 최순호 씨는 “음악시장과 미디어의 변화를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사적이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것이 상당히 가슴 아팠다”고 전했다.
가수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진 것 외에도 대학가요제가 폐지라는 상황에 처했던 데는 내부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대학가요제의 인기가 하락하던 90년대 초반부터 참가하는 대학생들이 부르는 노래는 기성 가요와 큰 차별점이 없어 대중을 매료시키지 못했다. 하루에도 수백 곡이 쏟아지는 현 가요시장에 익숙한 대중에게 대학가요제는 들을 노래와 응원할 만한 예비 스타가 없는 밋밋한 그들만의 축제였다. 특히 2012년에는 36년 만에 대학이 아닌 MBC 일산드림센터에서 가요제를 개최하며 대학가요제의 낮아진 위상을 한눈에 실감하게 만들었다. 공개홀에서 진행된 당시 가요제는 조촐하게 마련된 무대와 낮은 호응으로 씁쓸함을 안겼다.
5개월 만에 부활한 대학가요제. 해뜰날 올까?
대학가요제 폐지가 발표됨에 따라 MBC 대학가요제 출신 모임인 대학가요회는 지난해 10월 <2013 대학가요제 포에버> 콘서트를 열었다. 제1회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샌드페블즈의 여병섭 씨는 “지난해 중단됐던 대학가요제를 대신해 콘서트를 열었다”며 “2012년까지 36년 동안 계속됐던 대학가요제를 유지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많은 네티즌들의 안타깝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고 MBC는 지난해 12월 “2014년부터 대학가요제를 다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돌아온 대학가요제가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인기가 있지만 대학가요제의 경우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는 대학 문화이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씨는 “대학가요제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과거의 대학생들이 창작곡에 표현했던 것처럼 지금 학생들이 갖고 있는 꿈, 낭만 같은 것들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존의 대학가요제를 잇는다는 의미는 높이 사지만 가장 ‘대학가요제’다운 신선한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면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가요제. 초심으로 돌아가 첫 발을 내딛다
올해 대학가요제는 그동안과 마찬가지로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제작비 절감을 위해 캠퍼스 야외 특설무대 대신 방송사 공개홀 등의 내부 시설에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아직 운영 방식이나 MC 등 세부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미 폐지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마주했던 대학가요제인 만큼 절치부심하고 열심히 준비할 테니 대학생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대학가요제에 열정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들이 있다. 전 세계에 단 한 곳 우리나라에만 있는 대학가요제. 대학생들의 정서를 노래로 대변하는 축제의 장인만큼 돌아온 대학가요제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는 건 어떨까.
최영은 기자
choyouneu@cbnu.ac.kr








최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