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꼼꼼하게 세안을 하고 저녁엔 오일, 스크럽, 팩 등으로 꾸준히 피부 관리를 하고 있어요. 시간을 내 운동을 할 수 없을 때에는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건물 계단을 이용하는 등 생활 속 운동을 하죠” 그루밍 블로거 이세희(부산시 해운대구.26) 씨는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여자보다 더욱 세심하고 꼼꼼한 관리를 하고 있다. 이 씨와 마찬가지로 최근 트렌드에 따라 많은 남성들이 외모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여성들 못지않게 외모 관리에 열과 성을 다하는 남성들 사이에서 ‘그루밍(Grooming)’ 열풍이 불고 있다.
‘그루밍’은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을 시켜주는 데서 유래한 남성의 미용 용어로 여성의 ‘뷰티(Beauty)’에 해당한다. ‘그루밍족’은 패션과 미용에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 위해 피부나 두발, 치아 관리 심지어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성형외과의 경우 얼굴과 목 등에 나타나는 주름을 효과적으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주름 시술이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찾는 남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그루밍족이 나타나기 시작한 때는 언제부터일까. 여성의 사회참여도가 높아진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사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우송대학교 뷰티디자인학과 김혜균 교수는 “남성의 사회참여도와 여성의 사회참여도는 이미 동등한 수준”이라며 “남성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며 남녀간의 능력이 비슷할 경우 외모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라고 그루밍족의 등장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여성들이 선호하는 남성 스타일에 대한 변화도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거친 마초, 터프가이가 여성들이 선호했던 남성의 표본이었다면 최근에는 부드러운 남자, 예쁜 남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성들도 관리를 해야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남성들 사이에서도 외모가 곧 자산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면 그루밍의 어떠한 부분이 남성들을 그루밍의 세계로 이끌고 있는 것일까? 남성잡지 <맨즈헬스>에서 실시한 그루밍 설문조사에 따르면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에 가장 많은 사람들(39%)이 답했고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32%), ‘세련돼 보이기 위해서’(15%)가 그 뒤를 이었다. 이를 통해 세상을 대하는 ‘자신감’이 남성들을 그루밍의 세계로 이끄는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세희 씨는 “그루밍을 하다 보면 관리하는 습관이 형성된다”며 “타인에게는 나의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자기 관리를 할 줄 아는 남자라는 이미지도 얻을 수 있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그루밍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사람들도 있었다. 장수윤(서울시 동대문구.22) 씨는 “그루밍이 각자 취향이고 개성이긴 하지만 얼굴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건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고 그루밍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임정남(창원시 의창구.27) 씨 역시 “가끔 화장품 가게에서 여자인 나보다 더 열심히 화장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약간 거북한 것이 사실”이라며 “여자보다 외모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이 보기 불편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정적인 사람들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그루밍족이 늘어나면서 남성화장품 시장이 큰 성장세를 보이는 등 미용 업계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스킨과 에센스 같은 기초화장품은 물론, 비비크림과 같은 색조화장품까지 인기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남성화장품 시장의 이 같은 급성장세에 힘입어 현재 국내 화장품 시장에선 기업들의 치열한 ‘남심’ 공략 경쟁이 한창이다. 그루밍족을 위해 스킨로션, 헤어 관리 제품 등 남성화장품 라인을 강화하거나 기존의 인기있는 남성제품을 리뉴얼해 출시하는 등 남성고객 공략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남성들이 브랜드와 제품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직접 화장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기초적인 화장품에 만족했다면 요즘은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비비크림 등 메이크업 제품이나 각종 기능성 제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 졌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바버샵(barbershop) 열풍이 우리나라에도 상륙해 그루밍족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개념인 ‘바버샵’은 이발소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헤어커트와 눈썹, 이마 라인 정리는 물론 구두닦이 서비스와 위스키바 같은 시설까지 갖춘 고급 바버샵부터 머리 손질뿐만 아니라 향수나 넥타이 등 여러 가지 제품을 파는 곳,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유럽풍 소품으로 전통적인 바버샵의 분위기를 연출한 곳까지 각각의 바버샵마다 특색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바버샵은 대체로 비싼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바버샵을 종종 이용하는 대학생 이 모 씨는 “바버샵을 오면 눈썹 정리, 이마 라인도 정리를 해줘 세세하게 관리를 받는다고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며 “솔직히 학생의 신분으로 자주 오기에는 가격이 비싸지만 돈을 많이 번다면 자주 오고 싶다”고 밝혔다.
외모 관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더 이상 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많은 남성들의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한 그루밍으로 남자가 꽃보다 더 아름다워지고 있다.
최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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