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눈을 감고, 귀를 막고 감상하는 영화가 있다. 눈앞의 괴수와 아찔한 상상에 놀라 눈을 질끈 감게 되는 SF 영화는 아니다. 처녀귀신의 흐느낌과 소름 돋는 효과음에 귀를 막는 호러 영화도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감상하는 영화 그 자체지만, 특별한 생각과 배려로 우리는 이 영화를 눈을 감고도, 귀를 막고도 감상하고 느낄 수 있다. 바로 ‘배리어 프리 영화’다.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배리어 프리 영화에 대해 알아보자.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영화란 기존 영화에 장애인과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가 아무런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를 말하는 것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전개되고 있는 운동이다. 하지만 배리어 프리 영화가 공식적으로 국내에 도입된 시기는 2011년으로 다른 나라에 비하면 출발이 많이 뒤처지고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아기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배리어프리포럼 사무국장 윤한민 씨는 “아무래도 일반 영화들과 달리 시스템의 문제가 체계적으로 잡혀있지 않아 도입하기 힘들었다”며 “무엇보다도 관용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배리어 프리 영화와 일반 영화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배리어 프리 영화의 경우 일반 영화의 장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 해설과 동시에 대사 및 음악, 소리의 정보를 알려주는 한국어 자막으로 이뤄져 장애인들의 이해를 돕는다. 자칫 이런 성격으로 배리어 프리 영화는 오직 장애인들만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배리어 프리 영화를 한 번이라도 접해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오해라고 한다. 오히려 배리어 프리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 배리어 프리 영화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배리어 프리 영화를 즐기는 이원중(서울 은평구.35) 씨는 “배리어 프리 영화는 원작 연출자가 아닌 다른 감독의 2차 연출로 새로운 개성을 부여된 영화이기 때문에 다시 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한다”며 “장애인이 느끼는 그 세계를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어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배리어 프리 영화들은 주로 지자체, 복지시설, 혹은 개인이 장애인을 초청해 영화를 야외에서 관람하는 방식으로 상영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기적인 상영관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미디어접근센터 ‘장애인영화관람데이’ 프로그램 매니저 이지혜 씨는 “전국에 정기 상영관이 9개밖에 없어 열악한 환경”이라며 “더 이상 장애인들이 불편을 느낄 수 없도록 활발한 문화생활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노력은 바로 ‘배리어 프리 영화제’이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이 영화 축제는 일반 영화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영화를 다양한 사람들이 볼 수 있어 배리어 프리 영화를 홍보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정기적인 상영을 위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한국농아인협회, CJ엔터테인먼트가 연합해 배리어 프리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CJ CGV’는 매월 셋째 주를 ‘장애인 영화관람 주간’으로 지정해 최신 한국영화 1편을 선정한 후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총 3회에 걸쳐 전국 24개 영화관에서 배리어 프리 버전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배리어프리포럼 사무국장 윤한민 씨는 “배리어 프리 영화 배급에 앞장서고 있는 영국의 경우, 일반영화와 구분 없이 평범한 극장에서 장애인들도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은 매우 특별한 행사로 취급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하며 국내의 원활하지 못한 배급 문제가 제일 먼저 개선돼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껏 많은 영화인들의 재능기부로 배리어 프리 영화가 존재할 수 있었던 만큼 앞으로도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배리어 프리 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주변의 소외된 장애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 더 보이지 않고 조금 덜 들리는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 ‘배리어 프리 영화’는 우리에게 그 장벽을 깨부수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 아닐까.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새로운 감각과 감성, 느낌을 일깨워 주는 배리어 프리 영화가 장벽 사이로 비추는 따스한 한 줄기의 빛이 되길 바란다.
이청 기자
echung77@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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