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속 배두나가 열연한 ‘손미-451’을 기억하는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수많은 복제인간 중 한 명이다. 하나같이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영화 속 복제인간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괴기함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클론이라 불리는 복제인간들이 2014년 현재에는 공상 과학 영화 속을 탈출해 일상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다. 일명 ‘클론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스타일들이 길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개성보다 유행을 앞세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풍자되고 있는 클론 패션이 유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르익어가는 가을, 우리 학교의 수많은 클론 패션족을 만나봤다.
개신문화관 앞에서 하얀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슬랙스를 입은, 흔히 모나미룩이라고 불리는 스타일을 입고 취재를 하던 기자는 같은 스타일링을 한 학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본인과 같은 아이템으로 스타일링한 사람을 마주친 기분을 묻자 이재광(사학과.10) 학생은 “이제는 익숙해지기도 했고 유행이라 아무 감흥도 없다”며 쿨하게 가던 길을 갔다. 사범대학교 앞에서 만난 이종미, 최응경, 하혜은(국어교육과.13) 학생은 나란히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옷을 입고 있었다. “동기끼리 하나의 추억을 쌓고자 맞춰 입고 왔다”며 “이런 경우를 제외하곤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만나면 쥐구멍에 숨고 싶다”고 말하며 민망한 듯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이처럼 너도 나도 똑같은 스타일링을 한 ‘클론 패션’이 대중에게 익숙해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아이템뿐만 아니라 브랜드, 심지어 스타일링까지 유행되면서 대중들은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 옛날의 아베크롬비, 나이키 올백 포스, 누디진 등이 그러했고 지금도 어떤 브랜드는 현재진행형이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짐멜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유행은 빠르게 보급되었다가 비교적 단기간에 소멸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상반된 두 욕구, 즉 동조심리와 차별화 심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능이 곧 유행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유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는 개성이 소멸된 클론 패션이 쉽게 유행하게 된 것이다. 유행을 채택함으로써 자신도 주변 사람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얻으려는 동조심리가 클론 패션을 유도하고 있다.
개성과 유행사이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는 학생들도 존재했다. 박세희(중어중문학과.13) 학생은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느낌이라 안심도 되지만 너무 평범함만 추구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다”며 “옷장을 봤을 때 기본적인 옷들로만 채워진 것 같아 개성 있는 스타일링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본인의 자아를 잃을 수 있는 클론 패션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예린(패션디자인정보학과.14) 학생은 “우리나라는 유행에 너무 민감해서 개개인의 개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람마다 외모가 천차만별인데 다른 사람들을 쫓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클론 패션을 탈피해 자신의 개성을 찾을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 학교 패션디자인정보학과 김지영 교수는 “유행이라고 무조건 따라가기보단 본인만의, 독특한 아이템이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실패도 해보고 몸으로 겪어 본인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야말로 대학생의 특권”이라고 전했다. 한편 하이패션 동아리 회장 김혜민(경영학부.12) 학생은 “오히려 클론 패션을 통해 쉽게 패션에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며 “클론 패션에 자신만의 아이템을 넣으면 유행과 개성 모두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인만의 개성 살리는 법을 이야기했다.
흔히 향기 없는 꽃은 꽃이라 불리지 못한다. 꽃에 향기가 없으면 과연 꽃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지금만큼 개성을 필요로 하는 시점도 없다고 본다. 나만의 개성을 꽃피우기 위해 클론 패션부터 벗어보자. 이번 가을 겨울은 그저 쌀쌀하고 칙칙한 계절이 아닌 숨겨왔던 나의 개성을 꽃피어 화사한 봄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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