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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는, 사랑을 줄 수밖에 없는 Lover덕
제 884 호    발행일 : 2014.11.03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날은 제 생일이기도 합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정말 안타까웠어요. 슬픈 일이 많이 벌어진 한국에 러버덕이 기쁨과 행복의 메시지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러버덕을 세계적인 힐링의 아이콘으로 만든 네덜란드 공공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이 지난 달  20일, 한국을 찾았을 때 남긴 인터뷰다. 사고의 악몽과 불안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대한민국에게 러버덕은 과연 희망을 줄 수 있을까.
 
거대 러버덕의 탄생
  큰 눈에 귀여운 외모지만 6층 건물 높이의 귀엽지만은 않은 거대한 오리가 과연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을까. 그 이야기의 시작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버덕은 원래 욕조에 띄우고 노는 장난감인 ‘Rubber Duck’, 즉 고무오리를 뜻한다. 당시 러버덕 장난감 수만 개를 실은 화물선이 홍콩을 출발해 미국으로 향하던 중, 우리나라 부근 해상에서 폭풍우를 만나 컨테이너 박스를 떨어뜨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러버덕 수만 개가 바다에 표류하게 됐고, 이후 러버덕은 해류를 따라 떠돌게 됐다. 미국의 해양학자 커티스 에비스메이어는 이 ‘러버덕 사건’에 주의를 집중했다. 그가 러버덕의 여정을 지난 10여 년 동안 추적한 결과, 러버덕은 해류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연구 자료로 활용됐다.
  이 사건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공공미술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사회적 차별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인에게 평화와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러버덕을 제작했다. 2007년, 호프만이 처음으로 만든 러버덕은 최대 가로 16.5m, 세로 19.2m, 높이 16.5m의 크기에 1t이 넘는 무게를 자랑한다. 그동안 러버덕은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호주 등 16개국을 돌며 평화와 행복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은 ‘러버덕 프로젝트’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 종착지로 이달 14일까지 석촌호수에서 만날 수 있다.

러버덕, 서울 석촌호수에 방문한 사연
  러버덕은 왜 수많은 나라 중 서울, 그중에서도 석촌호수를 방문했을까. 호프만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재난과 사고로 실의에 빠진 한국 국민들에게 러버덕을 통해 기쁨과 희망을 나누고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의 기회를 가지기 바란다는 의도로 서울에 상륙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석촌호수에 자리 잡게 된 이유에 대해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김석우 서무계장은 “순전히 작가의 선택”이라며 “석촌호수는 사방이 뻥 뚫려 있고 물살이 잠잠해 전시장소로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한편, 잠실의 싱크홀 문제를 잠재우려는 것과 롯데의 상업적인 측면을 부각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김석우 서무계장은 “석촌호수를 관광명소로 만들자는 추진하에 싱크홀이 문제가 되기 전 계획한 일”이라며, “지방 자치단체들은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 프로젝트는 상업적인 프로젝트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러버덕을 관람한 신기옥(서울시 안암동.72) 씨는 “롯데에 후원을 많이 받아 러버덕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며 “막상 방문하니 러버덕만 덩그러니 놓여있어 상업적인 측면은 찾아볼 수 없었고, 잠시 동안 러버덕을 관람하며 현실 문제를 잊을 수 있어 편안하고 안락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러버덕의 숨은 노력
  러버덕은 각국에서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설계도에 따라 노란 무광의 매끄러운 PVC 소재 원단 200여 조각을 재봉틀로 이어  현지에서 제작됐다. 생긴 것은 귀엽지만 크기만 보면 엄청난 괴수와 맞먹을 정도이다. 어떻게 이 엄청난 크기의 귀여운 괴수가 호수에 유유히 떠있을 수 있을까. 사실 러버덕은 바닥이 평평한 상자형 철재 부유 구조물에 앉아있다. 이 구조물은 호수 주변 울타리에 연결돼 있으며 자세를 잡아주기 위해 3t짜리 콘크리트 닻 3개도 매달려 있다. 느긋해 보이는 수면 위 모습과 달리 수면 아래에서 아등바등 노력하는 러버덕의 수고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가끔 러버덕이 물을 마시는 행동을 하거나 납작하게 누워있는 행동은 바람의 문제다. 내부 바닥에 위치한 송풍기가 끊임없이 바람을 순환시켜 러버덕의 생명을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바람의 균형이 맞지 않아 러버덕이 비틀거릴 때는 관리자가 엉덩이에 있는 출입구로 들어가 문제를 해결한다니 참으로 흥미롭다.

러버덕의 인기 요인
  세계적으로는 2007년 프랑스 생라자르에 26m의 크기의 대형 러버덕이 처음 등장한 후 네덜란드, 브라질, 일본, 호주, 홍콩, 대만, 중국, 베트남, 미국 등 가는 곳마다 사랑을 전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러버덕의 크기도 나라마다 다양했다. 생라자르의 오리는 가로 26m, 세로 20m, 높이 32m로 가장 컸다. 석촌호수에 떠 있는 러버덕은 가로 16.5m, 세로 19.8m, 높이 16.5m로 1t에 달하는 무게였다. 전 세계적으로 평화와 행복의 상징으로 자리한 러버덕의 인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어졌다. 러버덕 프로젝트를 서울에서 진행하고 있는 송파구청 문화체육과 이인상 주무관은 “하루에만 41만이 방문한 적도 있으며, 10월 말까지 약 15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러버덕의 높은 인기를 전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프로젝트였기에 나라마다 러버덕을 비교하며 의견을 나눌 수 있어 프로젝트는 갈수록 성황이었다. 한국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에 재학 중인 닉(말레이시아.26) 학생은 “고향 말레이시아에서도 러버덕 전시회가 있었는데 보지 못했다”며 “오히려 한국에서 친구들과 관람한 러버덕으로 한국인들과 경계선이 허물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러버덕이 한국을 방문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러버덕을 보고 위안을 받았다. 석촌호수를 방문한 이관호(경기도 용인시.23) 씨는 “이제 SNS에 러버덕을 배경으로 셀카(self camera)를 찍어 올리는 것은 관례”라며 “삭막할 것 같은 빌딩숲 사이에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순수한 오리 장난감이 떠있어 동심세계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한참 SNS를 뜨겁게 달궜던 러버덕 시리즈도 인기에 불을 지폈다. 과거 16개국에서 전시될 당시 벌어졌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재미있는 문구와 함께 편집된 해당 게시물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며 화제로 떠올랐다. 에피소드의 대부분은 러버덕의 수난이었는데 그렇다면 안전의 문제는 괜찮은 것일까. 이에 이인상 주무관은 “워낙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에 힘쓴다”며 “밤새도록 여러 안전요원이 보호하고 있으며 러버덕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차단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제는 국경이라는 말 대신, 마을로써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 지구촌 시대에도 전 세계 사람들을 한마음, 한뜻으로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일을 작지만 큰 오리가 해내고 있다니 기특할 만하다. 앞으로도 단순한 고무 오리가 아닌 사랑을 주는, 사랑을 줄 수밖에 없는 사랑 전도사 오리로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이청 기자

echung77@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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