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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도 하나의 장르다
제 885 호    발행일 : 2014.11.17 

지난달 12일, 인기리에 막을 내린 <왔다! 장보리>는 마지막 시청률 35%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체감 시청률 80%란 수치로 국민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며 욕하지만 자연스레 다음 회를 기다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이제는 부지기수. 막장드라마가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는 지금, 막장드라마 열풍에 대해 알아보자.

 

  본래 막장의 사전적 의미는 갱도의 막다른 곳으로 지하 수십 미터, 생사의 위험을 드나들던 탄광의 마지막 장소가 바로 막장이었다. 후에 극한의 경제적 어려움에 몰려 이곳에서 일하지 않고는 생계를 꾸릴 수 없는 상황을 ‘막장 인생’이라 칭하게 됐다. 이에 ‘막장’이란 카테고리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대중문화평론가 배국남 씨는 “갈 데까지 간 사람, 혹은 그런 상황을 막가파로 전개해 ‘막장’이란 단어를 쓰게됐다”며 “2009년에 막장드라마 칼럼에 쓰인 것이 유래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통의 삶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자극적인 상황이나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드라마 또한 ‘막장드라마’로 불리는 것 역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어 배국남 씨는 “많은 사람들이 막장드라마의 정의를 오해하고 있다”며 “자극적인 소재의 존재 여부가 아닌 개연성의 결여가 바로 막장드라마의 요소”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막장드라마 열풍이 불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2007년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이 큰 인기를 끌면서부터이다. 당시 <조강지처클럽>은 조강지처가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고 복수하는 스토리로 주부들에게 공감과 대리만족을 이끌었고 그 후 <조강지처클럽> 속 ‘출생의 비밀’과 ‘기억상실’, ‘복수’ 설정, 권선징악 스토리, 악인ּ.악독한 시어머니의 등장 등이 드라마의 성공 조건으로 여겨지며 많은 막장드라마가 생겼다. 이에 따라 코미디, 사극, 메디컬 드라마처럼 막장드라마도 드라마의 한 장르로서 인식되기 시작했다. 후에 ‘막장’만을 다루는 작가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막장드라마의 계보가 이어졌다. 독특한 설정과 복선, 흥미로운 이야기로 막장드라마계의 대모라 불리는 임성한 작가의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신기생뎐>, <오로라공주> 등은 막장드라마의 기본 틀을 만들었다. 또한 등장인물의 이름을 독특하게 짓는 것으로 유명한 문영남 작가는 <조강지처클럽>, <수상한 삼형제>, <폼나게 살거야>, <왕가네 식구들>로 큰 인기를 얻어 드라마계에 막장 열풍을 일으켰고, 지독한 악녀를 내세운 김순옥 작가의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왔다! 장보리> 등으로 막장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 막장드라마에는 어떤 막장 요소들이 존재할까. 대표적인 사례 4가지를 알아봤다.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엄청나게 빠른 전개
  드라마 <뻐꾸기 둥지>는 1회 중 4분 만에 여주인공의 동거남이 사망했고 7분 만에 3년이 지나 새로운 남자와 재혼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또 3년 후에 여주인공은 불임 사실을 알게 됐는데 이 모든 것은 드라마 1회 중 13분 만에 전개된 이야기였다. 흔히 막장드라마가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불리는 이유는 이처럼 급한 전개에 따른 부작용이다. 드라마 <엄마의 정원>에 출연했던 배우 고세원 씨는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 “시간과 자금의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급한 전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황당하고 자극적인 전개

  드라마 <오로라 공주>는 무려 12명의 배우와 개 한 마리가 세상을 떠났다. 심지어 개가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또한,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는 황당한 대사로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런 막장 설정에 시청자들은 작가 퇴출운동까지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20%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오로라 공주를 즐겨보던 박현희(자율전공학부.14) 학생은 막장드라마에 대해 “모든 장르의 드라마를 섞어놓은 느낌”이라며 “처음에는 황당하고 어이없었지만 이젠 막장드라마를 찾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기승전 PPL(Product PLacement)
  “(PPL) 넣어! 넣어! 무조건 넣어”라는 한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극 중 상황과 전혀 개연성이 맞지 않는 ‘간접광고’도 화제이다. 회사 측에서는 드라마에 회사제품을 노출시킴으로써 광고효과가 두드러지게 보이고, 드라마 측에서는 제작에 들어가는 협찬금이나 협찬 상품을 제공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드라마 <모두 다 김치>는 지나친 간접광고로 많은 포털사이트를 장식했다. 카페에서 오렌지 주스를 마시던 한 극중 인물은 충격적인 사실을 듣자 입에 머금던 주스를 도로 컵으로 흘러내리며 충격을 표했다. 또한 <모두 다 김치>에서는 주스 신을 능가한 또 하나의 명장면이 탄생했다. 바로 김치 따귀 신. 김치에 맞은 배우는 그날 온종일 두통에 시달렸다는 말도 들려왔다.

 

악녀의 유혹
  악녀는 대부분 여주인공과 대립되는 인물로 언제나 화두에 오르고 있다. 그런데 왜 유독 시청자들의 관심과 인기가 주인공 옆의 악녀에게 재조명될까. 이는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을 주로 악녀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희대의 악녀로 영원히 기억될 드라마 <야왕>의 주다해는 본인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사건에 사건을 끊임없이 전개해 극의 내용에 긴장감을 줬다. 또한 다른 악녀의 악행은 귀엽게 봐줄 수 있을 수준으로 그녀는 무차별한 살인을 일삼아 싸이코패스가 아니냐는 의문도 이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악녀가 모두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복수의 원인이 명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쾌감을 느끼고 극 중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더해 악녀가 청순하고 연약한 외모를 갖췄다면 시청자들은 그녀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막장드라마 속 빠질 수 없는 요소들을 살펴봤다. 그럼 지금부터 막장드라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의 심리적 원인을 찾아보자. <우리는 왜 막장드라마에 열광하는가>라는 책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막장드라마를 보는 이유로 심리학자 매슬로가 주장한 ‘욕구 이론’ 중 ‘소속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드라마를 욕하는 시청자가 많아질수록 일종의 집단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문화평론가 배국남 씨는 “사람들은 누구나 욕구에 충실하고자 한다”며 “막장드라마 속 인물들은 욕망에 지나치게 충실해 욕구 충족에 제약이 있는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준다”고 말했다.
  한편, 막장드라마로 불리는 드라마 <뻐꾸기 둥지>의 곽기원 PD는 “B급 영화처럼 막장드라마가 가진 싼 맛과 황당함이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수 있는 막장드라마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누구나 늦은 밤이면 어김없이 군침 도는 야식이 생각날 것이다. 해로운 것을 알면서도 찾을 수밖에 없는 야식처럼 어쩌면 막장도 우리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은 아닐까.

 

이청 기자

echung77@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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